공상 일기
2023년에는 한창 실존 철학, 심리학 관련 도서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를 많이 접했고,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호기롭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첫 번째 영상은 간단한 것으로 만들기로 했다.
당시에 잠시 빠져있던 범신론, 일원론, 신플라톤주의, 명상 등에 대한 내용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SuaiYc0Ag&t=232s
두 번째 영상엔 2023년 내내 탐구했던 주제에 대한 내용을 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유튜브를 그만두게 만든 원인이 돼버렸다.
주제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Y53BfBzHEc&t=616s
'귀찮은데 굳이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10~20대 내내 날 괴롭혔기 때문에
한 번쯤 온 시간을 다 바쳐서 탐구해보고 싶었던 내용이다.
그것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영상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게 오판이었다.
철학을 전공하는 분들조차
평생을 연구해도 정답을 내리기 힘든 분야인데
감히 철학의 철자도 모르는 내가 결론을 내리려 했다니..
결국 영상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만 6개월은 걸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과 통찰력이 부족했으며
결국 세세한 오류로 가득한 결과물을 내놓고 말았다.
투자한 노력에 비해 처참한 영상을 만들어낸 자신에게 실망한 나머지
유튜브 영상 제작에선 자연스럽게 손을 떼버렸다.
영상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삶의 무의미함(실존적 공허)에 대한 내용.
2. 삶의 의미의 정의와 존재 여부에 대한 내용.
3.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삶의 의미가 존재한다고 믿는 게 낫다고 주장.
4. 빅터 프랭클과 에리히 프롬을 인용하여 우리 안에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의미지향성)이 있다는 내용.
5. 빅터 프랭클이 말하는 삶의 의미와 그것을 찾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Logotherapy 관련)
6. 이겨내고 열심히 살자!
대본을 작성하고 영상을 만들면서도
무언가 큰 오류가 있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6개월이나 공부했으니 이 정도에서 멈추고포기하고
다른 주제의 책들을 읽기 시작하고 싶었던 마음에
부족한걸 알면서도 영상을 마무리 해버렸다.
오늘 갑자기 이 영상이 생각나서
영상 내용에 대해 비판해 달라고 Gemini에게 부탁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https://gemini.google.com/share/c08a44a4bf2f
Gemini가 지적한 오류가 꽤 많았다.
실용주의적 오류
목적론적 오류
임상적 오류 (이것은 사실 당연하다. 정신의학과 환자를 위한 콘텐츠는 아니었으므로)
독성 긍정 (Toxic positivity) -> 긍정 폭행?
생존자 편향 (Survivorship bias)
등등
모르는지도 몰랐던 오류, 한계점들이다. (불지지무지)
6개월이나 공부했던 것이 아니라 고작 6개월 공부해 놓고 '왜 사는가?'같은 주제에 도전했던
나의 오만이 위의 영상을 낳은 게 아닐까 싶다.
(완벽한 글이나 주장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영상을 만든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우선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란 것에 대해 미약하나마 지식이 쌓였고,
저 주제를 탐구하고 영상을 만들 때,
깊게 몰입했었던 그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아마 글이든 무엇이든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불교의 명상 중에 사마타란 것이 있다.
사마타 (Samatha, 止):
개념: 집중 명상, 마음의 평온.
특징: 호흡이나 특정한 대상(예: 불상, 촛불 등)에 마음을 온전히 집중하여 잡념과 번뇌를 가라앉힙니다. 이를 통해 마음이 흔들림 없이 고요해진 상태인 '삼매(Samadhi)'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마 무언가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사마타 명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이 무언가에 몰입할 때,
뇌에선 특정 신경전달물질들(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이 폭포수처럼 분비된다.
이를 흔히 '몰입 칵테일(Flow Cocktail)'이라고 부른다.
뇌과학적으로도 우리는 무언가에 몰입할 때 긍정적 정서, 느낌을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각종 운동과 창작 행위 등을 취미로 즐기는 이유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오류가 있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무언가 만들어내서
브런치, 유튜브 등의 공간에 싸질러놓을 예정이다.
이게 내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