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저주

공상일기

by Axiom

한때 인간의 삶은 단순했다.

배고프면 먹었고, 위험하면 도망쳤고, 흥분하면 번식했다.

그것이 삶의 전부였다.


어느 시점부터 무언가가 달라졌다.

빈자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부재를 견디지 못한 인간은 그것을 채울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다수의 인간들이 신으로 그 빈자리를 채웠다.

오랜 역사동안 신은 인간들에게 여백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신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신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느꼈지만,

자유는 인간들에게 빈자리를 다시금 직시하게 만들었다.


자유가 두려웠던 누군가는 신에게로 돌아갔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념으로 그것을 채우려 했다.

누군가는 집단에 대한 헌신으로.

누군가는 쾌락으로.

누군가는 죽음으로.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인간들은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증오하고 미워한다.

다른 신을 믿는다고 서로를 죽였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빛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질문은 빈자리를 낳고 말았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다음 단계란 것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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