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두 번째 50년: 새로운 페트로달러란?

경제 공부 노트

by Axiom

글의 흐름을 짜둔 뒤에 Claude를 이용하여 뒤에 있는 본문을 완성했습니다. 한 줄 한 줄 다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하네요ㅠㅠ.


이란 전쟁, 사모 대출 시장 리스크 등 여러 매크로 환경이 미래를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지만, 이 와중에 다음에 투자할만한 유망한 섹터는 어디인가 하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상, 하원이 모두 민주당으로 넘어갈 확률이 큰 지금, 민주당이 권력을 잡더라도 (극단적으로는 트럼프 탄핵) 계속해서 지지받을 산업 섹터(대표적으론 AI가 있겠죠.) 그리고 물가가 올라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어느 정도 하방 압력이 방어가 될만한 섹터를 몰색하고 있습니다.(물론 비중 있는 exit이 낫겠지만)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산업기술 패권 경쟁(AI, 우주, 방산 등)을 하고 있고, 국제 무역 달러 점유율 하락 및 중국의 페트로 달러 위협으로 두 국가는 금융 패권 경쟁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투자 트렌드는 산업기술 패권 경쟁에 초점을 맞춰서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빅테크, 반도체, 방산, 우주, 원자재 등 말입니다.

하지만 산업기술 패권 경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금융 패권 경쟁이며 그 한복판에는 달러스테이블코인이 있습니다.

시장도 슬슬 달러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최근 Circle이 실적 발표 후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시장보다 1.5걸음 앞서가서 죽치고 기다리는 것이 좋은 투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달러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공부해 보고 거기서 어떤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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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패권국가의 화폐, 그리고 반복되는 역사


역사를 돌아보면, 세계의 패권국가라 불린 나라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자국의 화폐를 세계가 쓰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로마는 데나리우스를 지중해 무역의 표준 화폐로 만들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길더화를 세계 상업의 기축통화로 확립했고, 19세기 대영제국은 파운드 스털링으로 전 세계 무역의 60% 이상을 결제했다. 화폐 패권은 곧 경제 패권이었고, 경제 패권은 군사·외교적 영향력의 토대였다. 그리고 이 패권국들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경로를 밟으며 쇠퇴했다.


처음에는 산업과 무역에서 세계를 지배한다. 그 과정에서 자국 화폐가 기축통화로 자리잡는다. 기축통화의 지위는 자국에 과도한 자본 유입을 일으키고, 이는 금융업의 비대화와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로 이어진다. 무역 적자는 만성화되고, 기축통화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에 빠진다.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다음 도전자가 부상하고, 결국 패권은 넘어간다.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미국은 자신들 또한 이 운명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숫자가 그것을 말해준다.

미국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고 비중은 1999년 71%에서 2025년 57%로 꾸준히 하락했다(IMF COFER 데이터).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2013년 1.3조 달러에서 2025년 11월 기준 6,835억 달러로 거의 반토막 냈다.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약 30%에서 2025년 약 26%로 줄었고, 같은 기간 중국은 약 4%에서 약 17%로 급등했다(세계은행 경상 달러 기준).


중국 또한 이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다. 일대일로(BRI)를 통한 인프라 영향력 확대, 위안화 국제화 추진, BRICS 확장을 통한 탈달러 결제 네트워크 구축, 디지털 위안화(e-CNY) 개발 — 이 모든 것은 달러 패권 교체를 노리는 장기 전략의 조각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란과의 위안화 석유 계약은 "페트로위안"의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하이테크 산업은 아직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아직"이라는 단어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위치를 방어하기 위해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산업 패권 가속(AI, 반도체, 방산, 에너지), 금융 패권 방어(BRICS 견제, IMEC 회랑 지원, 페트로달러 유지), 그리고 — 이 글의 주제인 —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범용화다.


미국은 어떻게 디지털 기술을 무기로 달러의 수명을 연장하려 하는가. 그 전략을 해부해보자.








2. 달러 패권의 작동 원리 — 그리고 왜 흔들리고 있는가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미국 경제가 크기 때문만이 아니다. 여러 구조적 메커니즘이 맞물려 달러 수요를 자기 강화적(self-reinforcing)으로 만들어왔다.


첫째, 석유와의 결합이다. 1974년,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우디가 석유를 오직 달러로만 판매하는 대가로, 미국은 사우디의 군사적 안보를 보장한다. 이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전 세계가 석유를 사기 위해 달러를 보유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석유라는 필수 자원에 달러를 못처럼 박아 넣은 것이다.


둘째, 국채 환류 시스템이다. 산유국과 무역 흑자국이 벌어들인 달러는 어딘가에 투자되어야 한다.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은 미국 국채였다. 이렇게 해외로 나간 달러가 국채 매입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오는 순환이 완성되었다. 미국은 이 순환 덕분에 재정 적자를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었고, 이는 군사력과 기술 투자의 재원이 되었다.


셋째, 금융 인프라의 독점이다. SWIFT 메시징 시스템, 뉴욕의 달러 청산 시스템, 그리고 미국 은행들이 지배하는 코레스폰던트 뱅킹 네트워크 — 이 인프라를 통과하지 않으면 국제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미국은 이 인프라를 제재(sanctions)의 무기로도 활용했다.


그런데 이 세 축 모두가 지금 침식되고 있다.


페트로달러부터 보자. 사우디는 2023년부터 비달러 석유 거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위안화 석유 계약은 이미 실행 중이다. 러시아는 제재 이후 인도·중국과의 석유 거래에서 달러를 배제했다.


국채 환류도 약해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3년 연속 연간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하며 달러 자산에서 분산하고 있다. 중국의 국채 매도는 앞서 언급한 대로다.


금융 인프라의 독점 또한 균열이 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를 SWIFT에서 축출한 2022년의 결정은 제재 대상국뿐 아니라 제재를 당할 수 있는 모든 나라들에게 경고등이 되었다. "달러 무기화"는 역설적으로 탈달러화의 가장 강력한 촉매가 되었다. BRICS는 독자적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중국의 CIPS(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는 거래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달러 패권은 당장 무너지진 않는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 하락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떤 수단으로 할 것인가이다.








3.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1:1로 가치가 고정된(pegged) 디지털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Circle이 발행하는 USDC, Tether가 발행하는 USDT가 있다. 1 USDC는 항상 1달러와 교환 가능하며, 발행사는 그에 상응하는 달러 현금이나 미국 단기 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핵심은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은행 영업시간, 중개 기관, SWIFT 네트워크 없이도 전 세계 어디로든 24시간 365일 즉시 전송이 가능하다. 전송 비용은 기존 국제 송금의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하다.


2025년 7월, 미국은 이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최초의 연방법인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를 제정했다. 상원에서 68대 30이라는 초당적 지지로 통과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서명했다. 이 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발행사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1:1로 미국 달러 또는 단기 국채 등 고품질 유동자산으로 백업해야 한다.

발행사는 **월별 공개 증명(attestation)**과 연간 독립 감사를 받아야 한다.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은 **증권(securities)이나 상품(commodities)**이 아닌 별도의 규제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연준과 재무부는 해외 규제 당국과 상호 협정을 체결하여 국제 거래와 상호운용성을 촉진할 권한을 갖는다.


GENIUS Act의 표면적 목적은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이다. 하지만 법안 발의자인 커스틴 길리브랜드 상원의원은 그 의도를 훨씬 솔직하게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과시키는 것은 미국 달러의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 법이 만드는 구조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기존 달러 순환 시스템과 비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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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달러 환류 시스템(1974~현재):

미국이 무역 적자로 달러를 세계에 공급 → 외국 정부/중앙은행/기관이 달러를 축적 → 미국 국채를 매입하여 달러가 미국으로 귀환

이 시스템의 참여자는 주로 정부와 대형 기관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환류 시스템(2025~):

전 세계 누구나 스테이블코인을 매입 →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달러 자산 매입 → 달러가 미국으로 귀환

이 시스템에는 개인, 중소기업, AI 에이전트까지 참여할 수 있다.



정부와 기관에 한정되었던 달러 귀환 루트에, 전 세계 수십억 명의 개인이 추가되는 것이다. 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스테이블코인 공급이 2030년까지 3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곧 3조 달러 규모의 추가 미국 국채 수요를 의미한다.

GENIUS Act는 단순한 금융 규제법이 아니다. 달러 패권의 디지털 업그레이드를 위한 설계도다.









4.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성장하고 있다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2020년 약 50억 달러에서 2026년 초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 5년 만에 60배 성장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스테이블코인이 처리한 거래량은 약 46조 달러로, 이는 PayPal의 20배 이상이며 Visa의 거래량에 근접하는 규모다(a16z crypto).


그리고 250달러 미만의 소액 스테이블코인 송금 건수는 2025년 8월에 58.4억 건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Circle).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대형 기관의 투기적 거래 도구가 아니라, 일반 개인들의 실질적 결제·송금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다.


이 성장의 배경에는 몇 가지 자연 발생적 수요가 있다.


법정화폐 위기국가의 "디지털 달러화"가 첫 번째다. 아르헨티나, 터키,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자국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나라의 시민들이 저축 수단으로 USDT나 USDC를 매입하고 있다. 이들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계좌 없이도 접근 가능한 "스마트폰 속의 달러"다. Chainalysis에 따르면, 중남미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자본 통제 우회, 환율 변동 방어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제 송금이 두 번째다. 전통적 국제 송금은 3~5일이 걸리고, 수수료가 송금액의 2~7%에 달한다. 일부 개발도상국 회랑(corridor)에서는 20%까지 치솟기도 한다(IMF). MoneyGram은 Circle의 USDC와 파트너십을 맺고,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스테이블코인 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수신자가 앱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잔액을 그대로 보유할 수도 있다.


크로스보더 B2B 결제가 세 번째다. 기업 간 국제 결제는 연간 1.6경(quadrillion) 달러 규모의 시장인데, 코레스폰던트 뱅킹의 복잡한 경유 구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다. Visa는 Visa Direct 스테이블코인 파일럿을 시작했고, Mastercard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BVNK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Stripe는 Paradigm과 함께 결제 전용 블록체인 Tempo를 만들어 2026년 3월 메인넷을 출시했다. 전통 결제 인프라의 거인들이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미래의 결제 레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자연 발생적 수요만으로도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구상하는 그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5. 아직은 초기이지만, 앞으로 폭발할 수요 루트들


자연 발생적 수요 외에,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울 수 있는 벡터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거나, 유도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페트로스테이블코인 — 석유 결제의 디지털화


2026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OIL1이라는 전례 없는 디지털 자산이 발표되었다. 걸프 원유 검증 매장량을 담보로 하고, 미국 달러와 원유 가격에 동시에 페깅되는 하이브리드 토큰이다. Circle의 Arc 블록체인 위에 구축되며, 준비금에는 Circle의 USDC와 World Liberty Financial의 USD1이 포함된다. 미국 투자자 컨소시엄인 C5 Capital이 주도하고, 바레인에서 규제를 받는다.

OIL1의 창립자 Andre Pienaar는 이것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다: "이것은 명백히 탈달러화가 아니다. 에너지 시장에서 달러의 역할이 다른 곳에서 등장하는 대안 레일에 대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달러 인프라의 현대화다."

OIL1은 아직 출시 전이고, 바레인 중앙은행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 석유 결제의 결제(settlement) 레이어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구조적으로 내장되는 모델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페트로달러가 "석유를 달러로 팔아라"라는 합의였다면, 페트로스테이블코인은 "석유 거래의 블록체인 인프라 자체에 달러를 박아 넣는" 방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자체적으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비전 2030과 연계되어 있다. 걸프 산유국들이 자발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안보 동맹과 기술 우위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컴퓨트-달러(Compute-Dollar) — AI 칩 수출의 달러 결제 조건화


2026년 2월,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주목할 만한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미국이 첨단 AI 칩의 수출 라이선스를 발급할 때, 해당 칩으로 만든 AI 서비스의 수출 대금을 달러 또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도록 의무화하라는 것이다.

이 제안의 프레임워크는 의미심장하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50년간 미국에 통화적 우위를 제공했다. '컴퓨트-달러' 시스템은 동등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석유가 20세기의 전략적 자원이었다면, AI 컴퓨트는 21세기의 전략적 자원이다. 미국은 AI 칩 공급망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으므로(NVIDIA, AMD), 이 우위를 달러 수요 창출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사우디, UAE와의 칩 수출 합의에는 이러한 통화 결제 조건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한국, 일본, 인도와의 진행 중인 협상에는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CSIS의 제안이다.



AI 에이전트의 M2M(Machine-to-Machine) 결제 — 기계가 만드는 달러 수요


이것은 가장 예상치 못한, 그러나 잠재적으로 가장 폭발적인 벡터일 수 있다.

2026년 현재, AI 에이전트 —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 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Microsoft의 2026년 2월 보고서에 따르면, Fortune 500 기업의 80% 이상이 이미 활성 AI 에이전트를 배포하고 있다. Gartner는 연말까지 엔터프라이즈 앱의 40%가 AI 에이전트를 내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에이전트들은 돈을 쓴다. 데이터를 사고, API를 호출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매하고, 다른 에이전트에게 서비스 대가를 지불한다. 문제는 기존 결제 수단이 이 용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의 최소 수수료는 건당 약 30센트인데, AI 에이전트의 마이크로페이먼트는 건당 0.001달러 수준이다. 카드 결제에는 인간의 승인이 필요하고, 은행 영업시간의 제약을 받으며, 국경을 넘으면 더 복잡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모든 제약에서 자유롭다. 24시간 작동하고, 프로그래밍 가능하며, 마이크로페이먼트의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Coinbase의 x402 프로토콜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HTTP 요청에 직접 내장하여, AI 에이전트가 페이월을 만나면 USDC로 결제하고 같은 상호작용 내에서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Cloudflare, Circle, AWS, Stripe, Google이 모두 이를 지원하고 있다. 3월에는 Stripe가 지원하는 블록체인 Tempo가 Machine Payments Protocol을 출시하며 이 흐름에 합류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에이전트 커머스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5조 달러 규모에 달할 수 있다. 이 거래의 기본 결제 레이어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된다면, 기계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달러 수요의 규모는 전례가 없을 것이다.



국경 너머 급여 지급 — 긱 이코노미의 디지털 달러

Scale AI는 해외 계약자에게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옵션을 제공한다. 항공사가 운항 지연 시 승객에게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상하는 사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전 세계 크리에이터에게 현지 통화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확대될수록, 국경을 넘는 스테이블코인 급여 지급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RWA(실물자산 토큰화)를 통한 달러 자산 투자


마지막으로, 실물자산의 토큰화(Real World Asset tokenization)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의 금융적 벡터다.

미국 국채, 사모신용(private credit), 부동산 등의 전통 자산을 블록체인 위의 토큰으로 발행하면, 전 세계 누구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기존에는 미국 증권 계좌와 복잡한 해외 투자 절차가 필요했지만, 토큰화된 자산은 USDC만 있으면 24시간 접근 가능하다.

2026년 3월 기준, 온체인 RWA의 총 가치는 12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 중 토큰화된 미국 국채만 약 87억 달러에 달한다. BlackRock, Franklin Templeton, JPMorgan이 이미 토큰화 펀드를 출시했고, Securitize는 KKR, Hamilton Lane 등과 협력하여 최소 투자 금액을 기존 500만 달러에서 1만 달러 또는 500달러까지 낮춘 토큰화 피더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 구조가 만드는 수요는 이중적이다. 외국인이 스테이블코인으로 토큰화된 미국 자산을 매입하면 →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증가하고 →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준비금으로 더 많은 국채를 매입한다. 하나의 투자 행위가 두 번의 달러 수요를 만드는 셈이다.








6. 미국 정부의 유도 — 우연이 아니라 전략이다


위에서 열거한 수요 벡터들을 다시 보면,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미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써라"고 직접 명령하지는 않지만,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설계하고 있다.


GENIUS Act로 규제 프레임워크를 깔아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AI 칩 수출에 달러 결제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걸프 산유국들에게는 안보 동맹과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며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전통 결제 기업들(Visa, Mastercard, Stripe)이 스테이블코인 레일을 구축하도록 규제 장벽을 낮추었다.


그리고 이것은 특정 정당의 아젠다가 아니다. GENIUS Act는 상원에서 68대 30, 하원에서 308대 122로 통과했다. 공화당 대다수와 민주당의 약 절반이 찬성한 초당적 법안이다. 길리브랜드(민주당)과 루미스(공화당)가 공동 발의했고, 해거티(공화당)가 수정안을 주도했다. 달러 패권 방어라는 목표 앞에서 양당은 합의했다.


미국 재무부 관료들은 연설과 비공개 브리핑에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이 2030년까지 수조 달러 규모의 추가 국채 수요를 창출하여 크립토 레일을 미국 공공부채의 새로운 유통 채널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해왔다.


Barry Eichengreen(UC Berkeley)은 Intereconomics 기고에서 이 전략의 본질을 정확히 집었다: GENIUS Act의 발의자들은 이를 달러의 글로벌 역할을 "확고히 하고(cement)",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뒷받침하며(buttress)", 디지털 결제 혁신이 해외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정착하도록 보장하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학술적 언어를 벗기면, 이것은 달러 패권의 디지털 연장전이다.







7. 수요 지도의 전체 그림 — "달러 수요의 민주화"

이제 전체 그림을 조감해보자.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를 만드는 벡터는 크게 9개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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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9개 벡터가 만드는 그림의 핵심은 "달러 수요의 민주화"다.


페트로달러 시대에 달러 수요의 주체는 소수였다. 사우디 왕가, OPEC 산유국, 주요국 중앙은행 — 이들이 달러를 사고, 국채를 사고, 달러 순환을 유지했다.


디지털달러(스테이블코인) 시대에 달러 수요의 주체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개인 + 수백만 기업 + 수십억 대의 AI 에이전트로 확대된다. 아르헨티나의 프리랜서가 USDC로 급여를 받고, 나이지리아의 학생이 토큰화된 미국 국채에 10달러를 투자하고, AI 에이전트가 API 호출마다 0.001 USDC를 결제한다. 이 모든 행위가 달러 수요를 만들고, 그 뒤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국채를 매입한다.


이 플라이휠은 자기 강화적이다: 수요 증가 → 스테이블코인 발행 증가 → 국채 수요 증가 → 달러 시스템 신뢰 강화 → 더 많은 수요. 한번 돌기 시작하면 가속이 붙는 구조다.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신호 하나를 더 보자. 2026년 3월, Mastercard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BVNK를 최대 18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Bloomberg). 전 세계 130개국에서 연간 300억 달러의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처리하는 이 기업을 세계 2위 결제 네트워크가 인수했다는 사실은, 스테이블코인이 니치 도구에서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핵심 레이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8. 리스크와 반론 — 냉정한 점검

낙관론에 빠지기 쉬운 주제일수록 의도적으로 차가운 시선이 필요하다.


첫째, 규모의 현실. McKinsey가 Artemis Analytics와 협력하여 트레이딩, 내부 이동, 자동화 활동을 제거하고 산출한 실제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는 2025년 약 3,900억 달러에 불과하다 — 글로벌 결제의 0.02%다. B2B 결제에서의 비중은 0.01%, 송금에서도 1% 미만이다. "전략"은 존재하지만, "현실"은 아직 극초기다.


둘째, 정치적 오염. 트럼프 가문이 소유한 World Liberty Financial의 USD1 스테이블코인이 OIL1의 준비금에 포함되어 있고, 걸프국과의 대형 거래에 사용되고 있다. 이해상충 논란은 이미 정치적 뇌관이 되었다. GENIUS Act의 정책적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는 리스크다.


셋째, 유럽의 반격. EU는 GENIUS Act를 달러 패권의 디지털 강화 시도로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프레임워크 하에서 유로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고, 디지털 유로를 개발하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유럽 내 체계적 리스크를 규제하려 하고 있다.


넷째, 탈달러화 진영의 병행 발전. BRICS의 독자 결제 시스템, 디지털 위안화의 교차 결제 확대, 금 기반 결제의 부상 — 대항마는 여전히 존재하며 발전하고 있다.


다섯째, 기술적 리스크. 블록체인의 보안 취약점, 스마트 컨트랙트 버그, 잘못된 주소로의 비가역적 송금 등은 대규모 채택의 장벽이 된다.


이 반론들은 "이 전략이 실패할 수 있다"기보다는 "이 전략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쪽에 가깝다. 방향은 설정되었지만, 도착은 보장되지 않았다.







9. 엿볼 수 있는 투자 기회

이 구조적 변화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영역을 간략히 짚어보자. (투자 권유가 아닌 분석적 관점임을 밝힌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Circle (CRCL) — USDC 발행사이자 GENIUS Act 체제의 핵심 수혜자. Arc 블록체인, Circle Payments Network 등 인프라 플레이. OIL1의 블록체인 인프라 제공.

PayPal (PYPL) — PYUSD 발행. Visa Direct 파일럿에서 USDC와 함께 지원되는 유일한 스테이블코인.

Stripe/Tempo — 비상장이지만, 결제 전용 블록체인 + Machine Payments Protocol로 AI 에이전트 결제 시장 선점 시도.


RWA 토큰화:

Securitize — BlackRock BUIDL 펀드의 토큰화 파트너. KKR, Hamilton Lane 등 주요 자산운용사와 협력. SPAC을 통한 상장(SECZ) 추진 중.

Ondo Finance — 토큰화된 미국 국채 펀드(OUSG) 운영. 온체인 국채 시장의 선두 주자 중 하나.


이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결국 "달러 스테이블코인 범용화 + RWA 토큰화"라는 구조적 트렌드에 대한 베팅이다.








10. 단기적 비관주의와 장기적 낙관주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범용화는 1~2년 내에 완성되지 않는다. 규모는 아직 작고, 정치적 노이즈는 크며, 기술은 미성숙하다. 글로벌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0.02%라는 숫자가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3~5년의 시계로 보면, 이 9개 벡터가 만드는 플라이휠은 자기 강화적이다. 한번 규모가 붙기 시작하면 — 발행 증가 → 국채 수요 → 달러 신뢰 → 추가 수요라는 사이클이 — 가속이 붙는 구조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 전략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다. GENIUS Act라는 법적 인프라가 이미 깔렸다.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었다. 전통 금융의 거인들(Visa, Mastercard, Stripe, BlackRock)이 이미 레일을 까는 중이다. 그리고 AI 에이전트라는 예상치 못한 수요 엔진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역사의 패턴을 다시 떠올려보자. 패권국가가 자국 화폐의 지위를 잃은 것은 더 나은 대안이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 성공이 보장되진 않지만 — 적어도 적응의 의지와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페트로달러는 석유 위에 세워졌고, 디지털달러는 코드 위에 세워진다. 매개체는 바뀌었지만,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50년 전과 같다 — 세계가 달러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다만 이번에는 왕가와의 비밀 협정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에 설치되는 방식으로.





* 출처: IMF COFER, 미국 재무부 TIC 데이터, 세계은행, CSIS, Atlantic Council, McKinsey, a16z crypto, Circle, GENIUS Act 원문(Congress.gov), Intereconomics, Bloomberg, CoinDesk, Payments Dive 등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거시경제 분석 및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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