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은 경험으로 쌓는다

by 태이

손꼽아 기다리던 온라인 책모임에 참가했다. 공익활동 정보를 교류하는 오픈카톡방에 '나다움'을 주제로 한 책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약 3주의 시간이 주어졌고, 서점으로 달려가 잘나가는 책만 모아놓는 서가에서 해당 책을 집어 구입했다. 그리곤 바쁜 일상 안에서 틈틈이 읽어 내려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실망스러운 책모임이었다. 얼마나 실망스러웠냐면 초반 30분동안 집중력을 잃고 아무것도 못듣다가 결국엔 접속을 종료했다. 무엇에 그렇게 실망했느냐 묻는다면, 자연스럽지 못한 진행자와 작가의 티키타카 때문이었다. 책모임 진행 방식을 모르고 접속했던 나는 진행자의 어색한 소개와 멘트에 '잘못 신청했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오래가지 않아 확신으로 변했다.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작가와의 토크 시간이 시작되자 진행자는 기계와 같은 말투로 준비된 질문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에서 이런 저런 부분이 나왔는데요. 무척 감명 깊었습니다. 작가님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의 질문 형식이 반복됐다. 게다가 작가의 답변에 진행자는 적절한 호응을 하지 못했다. 그저 "아 그러셨군요"식의 반응만 나열했다. 기계식 질문과 기계식 반응이라니. 그래도 다행인 건 책의 저자는 풍부한 경험 덕분인지 말을 편하고 자연스럽게 잘 하더라.


30분 만에 ZOOM 접속을 종료하고 한참을 곱씹어 봤다. 아마도 진행자는 진행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실무자였으리라. 특별히 오늘만을 위해 초대된 진행자였을지도. 그럼 중간에 못참고 나와버린 내가 못된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누구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첫 경험이 있는데 너무 가혹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색함을 참지 못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진행자는 진행자답지 못했다. 진행자로서 자격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말을 잘하지 못해도, 목소리가 좋지 못해도 괜찮다. 언변과 목소리가 좋지 못해도 진행자를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대신에 내가 기대했던 건 실수하더라도 자기만의 분위기와 템포로 시간을 채워나가는 진행자였던 것 같다. 그래서 준비된 질문을 기계와 같은 목소리로 던지던 진행자에게 크게 실망했다.


'나다움'은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경험과 도전으로 쌓아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깎여 나가는 나를 보며 때론 참담하고 때론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 없이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질리가 없다. 아직도 기계와 같은 진행자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가 가진 부담은 조금 내려놓고 정말 자신만의 색깔로 앞으로의 책모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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