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기 위해 몇 주 전 헬스 개인 PT 수업에 등록했다. 유쾌하고 성격 좋은 선생님과 합을 맞춘지 네 번정도 되었을 때 사건이 발생했다. 수업을 위해 오전 11시에 맞춰 헬스장에 갔는데 선생님이 없었다.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다른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여쭈어보니 연락을 해보겠다고 하고 바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회원님이 수업이 있어서 왔는데 맞는 거냐는 이야기가 오간 뒤 전화를 끊으시곤 나에게 바로 연락을 주신다고 했다. 바로 이어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알고보니 선생님은 그날 수업을 오전 11시가 아닌 오후 5시로 착각했다고. 살다보면 그런 실수 한번쯤 할 수 있으니 일단 개인운동을 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혼자서 땀 흘리며 운동하며 애매모호하게 피어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사실 그 전부터 담당 선생님의 실력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게 몸이 엄청 좋지는 않았고, 본인은 올빼미형 인간이라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아 그럴 수 있지 싶었다. 그런데 그 전화를 받으며 선생님을 믿고 운동을 배워도 되나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오전 11시에 전화하던 선생님은 이제 막 잠에서 깬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애인에게 말했더니 컴플레인을 하라고 하더라. 흠흠. 사실 컴플레인을 하는 건 내 스타일에 맞진 않는다. 그럼 대표에게 말을 한두마디 해보겠다고 하고 다음 수업을 기다렸다.
사건 이후 드디어 오늘 선생님과 만났다. 선생님은 만나자마자 사과했다. 나는 괜찮다고 웃어 넘겼고 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수업 도중 내가 가진 선생님에 대한 편견이 와장창 깨졌다. 잠에 대한 스몰톡을 나누다가 선생님에게 몇시에 주무시냐고 물어봤다. 그는 2시쯤 잔다고 했다. 읭, 2시쯤 자면 11시에는 일어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왜 이렇게 늦게 자냐고 물어보니, PT 수업이 11시에 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아니 세상에 밤 11시에 수업을 하고 집에가서 밥 먹고 누우면 2시쯤 되겠네 싶었다. 선생님에 대해 품었던 의심과 부정적인 감정이 싹 풀리면서 창피함이 몰려왔다. 이렇게 편견 섞인 인간이었다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고, 나와의 수업 일정을 딱 한 번 착각했다고 해서 그의 실력을 의심했다니. 이런 모지리 인간!
이런 나의 마음을 선생님이 알아보셨는지 오늘 유난히 운동 강도를 세게 진행했다. 집 가는 길에 두 다리가 후들거릴정도로. 나의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부끄러웠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앞으로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하며 집오는 버스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