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

by 태이

현재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에는 '페미니즘 활동 응원' 사업이 있다.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하는 이 사업은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남성들에게 소정의 활동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작년의 경우 양성평등문화상으로 받았던 상금의 일부를 산청 간디학교의 '도전 한남' 동아리에 기부했다. 아무런 증빙 조건도 서류도 없다. 그저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남성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건 어떤 마음일까. 특히 경제적으로 응원하는 것 말이다. 나는 최근 청년활동가를 지원해주는 사업에 선정되어 3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다. 생활비 치고는 꽤 큰 돈이다. (월세 몇 번을 낼 수 있는 돈이니까) 그래도 이 돈을 어떻게 의미있게 쓸까 고심하다 함께 고생하는 공동대표에게 절반을 떼어 주기로 결정했다. 공동대표는 나처럼 시민사회 활동가가 아니다. 본업은 따로 있고 그저 재밌고 안전한 커뮤니티를 찾아 흘러 들어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올해부터 공동대표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을 때 내 마음 속에 어떤 작은 불씨가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선배라고 불릴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꺼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더 큰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그의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래서 기꺼이 줬다. 150만원을.


약 3년 전, 내가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던 단체의 소장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단체의 후원회원에게 보냈던 그 문자에는 현재 단체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구구절절 설명이 담겨 있었다. 문자를 끝까지 읽고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유명한 곳이니 돈은 괜찮게 벌고 있겠구나 싶었다. 현실은 소장님이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돈을 벌어도 함께 일하던 직원 몇분이 퇴사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더라. 그래서 과감히 100만원을 후원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가장 앞에서 투쟁하며 일궈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도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영화 '변호인'에는 돼지국밥을 먹고 밥값을 내지 않고 도망간 송강호가 변호사로 성공한 후 가게에 다시 찾아가 주인에게 밥값을 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가게 주인은 이렇게 말한다. 자고로 묵은 빚은 돈 말고 얼굴과 발로 값는 거라고. 묵은 빚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옳다고 믿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고 주려고 한다. 그들을 응원하면 내가 응원 받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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