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내가 인정하는 나

by 태이

JTBC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에서 이효리는 남편인 이상순과의 대화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상순과 나무 의자를 만들던 이효리는 이상순이 의자의 바닥을 열심히 사포질 하는 걸 발견한다. 거긴 열심히 해도 안보이는 곳이라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한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내가 알잖아"라며 대답한다. 그때 이효리는 깨달았다고 한다. 남이 바라보는 나보다 내가 바라보는 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친구들과 건강에 대한 수다를 떨때마다, 나는 사람이 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정말 죽기 직전의 병이 걸려 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데체 사람들은 왜 지겹게 운동에 집착하는 걸까. 아마 일상에서 순수하게 내 노력만큼 성과가 드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일 거다. 직장 일, 인간관계, 가족 문제 등은 내 의도대로 되는 것들이 별로 없다. 하지만 운동만큼은 다르다. 피곤한 몸과 귀찮은 마음을 이끌고 헬스장에 등장해 몸에 고통을 주며 돌덩이를 들고나면 누구나 거울 앞에 서서 한껏 포즈를 취하게 된다. 그때 우리의 자존감은 올라간다. 내가 고생했다는 사실은 내가 명확히 아니까. 피가 몰려 잠깐 펌핑된 근육을 모며 흐뭇해 할 사람은 남도 아니고 오로지 나니까.


헬스 뿐만 아니라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왜 스스로 고통을 주며 마라톤을 뛸까? 인간은 가학적인 존재라서? 아니다. 인간은 멋진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무릎과 발목은 부서질 것 같아도 결국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자기 모습이 대견하고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멋있다고 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순간이 가장 또렷히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거기에 완주 메달을 들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면 자연스레 올라가는 따봉수를 보며 추가적으로 흐뭇해 하는 거다.


남들이 날 어떻게 보든 내가 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것이 자존감의 핵심이다. 남이 했을 때 싫어할 짓을 내가 하고 있다면 그만큼 자존감은 낮아진다. 반대로 남이 했을 때 대단하다고 느낄 행동을 내가 한다면 자존감은 금새 높아진다. '어떤 누구보다 내가 싫어하던 그 짓들 그게 내 일이 된 후엔 죽어가는 느낌뿐'. 랩퍼 이센스의 노랫말을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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