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치인을 믿을 수 없다

by 태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수사학>에서 설득의 조건 세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로고스(Logos). 나의 주장에 합당한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파토스(Pathos).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이 나와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토스(Ethos). 말하는 사람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 아무리 로고스와 파토스가 충분하더라도 에토스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사람들은 끝내 자신의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


고대의 철학자가 정리한 이 내용이 현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누군가를 설득하여 내 마음대로 움직이게끔 하고 싶다면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논리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계속 찾아내다가 듣는 이가 시큰둥하면 그의 감정을 건드린다. 그의 감정에 호소하며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설득하는 거다. 그것마저 실패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득 자체를 포기한다. 어차피 안 바뀔 사람이었어 라는 식의 '여우와 신포도' 탈무드 이야기처럼 마냥 쳐다만 보다 다음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논리와 공감으로 설득되지 않는 사람들을 강력하게 내 편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화자의 에토스가 충만하면 된다. 쉽게 말하자면, 그가 주장하는대로 그가 살아왔으면 된다. 만약 에토스가 확실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모두를 설득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 실제론 그 반대로 행동한다면 한순간에 모든 믿음은 휘발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인을 믿지 못한다. 선거를 앞둔 모든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위해 이것 저것을 하겠다며 듣기 좋은 말을 하지만, 정작 그들이 당선된 이후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보기 정말 드물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OECD의 2024년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회 신뢰도는 20.56%로, 조사 대상 전체 30개국 가운데 28위를 기록했다. 이는 OECD 국가들 평균치인 36.52%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뉴스에서는 후보 단일화와 지지율 조사 결과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자신이 한 말은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후원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