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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야나 Sep 24. 2024

이별했고 요가를 합니다.

똑바로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 때, 시르사아사나

 아이러니하게도 요가를 시작하게 해 준 사람과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요가였다. 힘든 연애 때문에 변해버린 나를 바꾸고 싶어서 요가를 시작한 후, 다행히 좋아진 정신 상태와 에너지로 더욱 사랑하며 잘 살고 싶었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상대방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요가를 통해 얻은 힘으로 이별을 결심했다. 어차피 짝사랑에 가까워진 연애였으니 나만 잘 끝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을 정리하면서 나는 그동안 그래왔듯이 매일 아사나 수련을 할 테지. 어쩐지 용기가 생겼다.


 11년의 마침표를 겨우 찍고 속이 썩어 문드러지던 날,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머리를 섰다. 아사나 수련을 하는 내내 집중이 되지 않고 수시로 눈물이 핑 돌았는데 신기하게도 마지막 시르사를 설 때면 눈물이 멈췄고 생각이 비워지며 마음이 고요해졌다. 똑바로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싫어서 거꾸로 서는 것이 편하다면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시르사를 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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