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여러분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나요?
저는 바라는 게 많지만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주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답니다.
서로 사랑하는 좋은 남자를 만나 평생을 함께 행복하고 싶다는 바람이에요. 히히 :)
아주 오랫동안 결혼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알 수 없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오래 연애를 해도 결혼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발굴해 내어 관계를 끝냈던 적이 꽤 있었네요.
사실 이런 거나 간절히 원하는 제 마음을 인정하기가 정말 너무 싫었어요.
그렇잖아요. 남자에 환장하는 여자 같기도 하고, 오죽 못났으면 남들 다하는 이런 싱거운 걸 간절히 바라기까지 하나 싶기도 하고요. 이런 제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기까지도 시간이 한참 걸렸어요.
오늘은 예전에 놀이심리상담으로 만났던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어머니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ADHD 진단을 받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의 어머니인 그녀는 전직 승무원, 남편은 현직 대기업 연구원이었어요. 제가 만난 아이 말고도 3살 터울의 둘째인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자폐스펙트럼과 ADHD 진단을 받은 상태였지요. 정확한 파악을 위해 아이의 Full Battery 검사와 부모의 심리검사를 함께 진행했었는데, 그때 남편과 결혼한 이유를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편하게 살 수 있어서]라고 쓴 글자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나요.
저렇게 미인이고, 직업도 승무원이었으면 인기도 꽤 많았을텐데...
남들보다 편하게 살고 싶어서 한 결혼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 둘을 키워야하는 상황이라니. 편안하게 살 수 없게 되었구나. 누구나 다 간절히 원하는 게 있어도 갖지 못하는 게 하나는 있구나.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모두들 다 너무 바라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는 게 있으니, 내가 간절히 바라는 그 바람도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스스로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절망스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건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인생의 진리니 내가 못나서라거나,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를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그 일은 제 치료 사례 중 하나로 묻혀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얼마 전 우연히 멀리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를 보게 되었어요. 특별히 우울하지도, 특별히 밝지도 않은, 그 카페 안 많은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어요.
나는 왜 그녀의 삶에 편안함이 없을 거라 단정 지었을까.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은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마음 아픈 일이지만,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곧 편안함이 없는 인생이라는 말과 동의어라고는 할 수 없는데 말이에요.
게다가 경제적 안정이 확보된 덕에 아이의 어려움에 대해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을 수 있기도 했고요.
(현재의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이가 장애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은 차치하기로 해요. 인생은 원래 수천만 가지 경우의 수,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가족에게 어려움이 닥칠지, 아닐지, 이 세상 누구도 미리 알 수 없지만, 경제적 안정이 편안한 삶의 많은 부분 지원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맙소사. 저는 왜 이걸 이제야 생각하게 된 걸까요.
내가 뭐라고 아이의 어려움 단 하나의 조건만 보고, 그녀의 인생에 편안함이 없을 거라 단정 지어버렸을까요? 건방지기 짝이 없는 과거의 나 자신 같으니.
인생이라는 알 수 없는 항해에 등대가 되어주는 건 스스로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경제적 풍요를 추구한다면 그에 맞는 선택을 이어나가 그렇지 않았을 때 보다 부유할 가능성이 훨씬 높고,
외모를 가꾸는데 전력을 다한다면 성형이나 운동, 패션에 대한 관심 등으로 가꾸지 않은 외모보다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요.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내가 바라는 그것을 가질 수 있을지 없을지 누구도 확언할 없지만, 반대로 안될 거라는 확신에 나 스스로를 가둔다면 바라는 그것은 절대로 달성할 수 없다고 누구나 장담할 수 있죠.
잘 한번 생각해 보자고요. 내가 바라는 그것을 추구하며 순간의 선택을 이어나간다면, 삶 자체가 그것을 향해 흐르는 건 확실해요. 확실한 것 하나 없는 인생에 이보다 더 확실히 남는 장사가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제 바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계속 꿈꾸고 추구하며 살기로 결정했답니다.
자 그럼 처음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볼게요.
여러분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