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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Oct 29. 2016

교토의 부엌, 니시키 시장

One Way to Japan

니시키 시장 아케이드의 초입.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나는 어디를 여행하든지 간에, 그 도시의 큰 시장은 꼭 방문해보고는 한다. 일정이 넉넉하지 않더라도, 어떤 랜드마크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장은 꼭 들른다. 위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모 유명 숙박업체 사이트의 광고 문구다. 내가 여행에서 살아보는 방식은 결국 의(衣), 식(食), 주(住)로 귀결되는데 그것이 곧 생활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행에서만큼은 최대한 현지인들과 가깝게 입고, 머무르고, 먹는 편이다. 쳇바퀴와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이따금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시장을 방문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시장은 현지인들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싱싱한 식재료나 현지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현지인들이 주식으로 삼는 것들이 어떤 것들 인지도 대강 파악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 도시의 문화를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 방문한 시장은 교토의 니시키 시장이었다. 




니시키 시장은 약 400년 전통의 재래시장이다. 교토의 부엌이라는 명성답게 다양한 음식들이 즐비한데, 그렇다고 휘황찬란하거나 식탁이 부러질 것만큼 풍성한 느낌은 아니었다. 간소하고, 깔끔하고, 정갈했다. 전형적인 일본의 느낌. 그런 이유 때문인지 외국 관광객들도 이 곳을 많이 찾고 있었다. 음식을 낱개로도 판매하고 있어서 간단히 요기하기에도 좋다. 사진처럼 작은 오징어나 가리비를 꼬치로 만들어 팔기도 하고, 계란말이나 굴 요리도 제법 유명하다.




이렇게 사케를 담아놓고 판매하는 가게도 많다. 사케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은 한 두병씩 구매하기도 한다. 술에 약한 나는 그저 눈으로만 담아왔다. 화려한 사케 라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정 중에 사케 바(Sake bar)를 가보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다음에, 특히나 겨울에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면, 따뜻하게 데운 사케 한 잔으로 몸을 녹이는 것도 추위를 피하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외국인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가게. 니시키 시장에는 이렇게 주꾸미 절임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는데 여러모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듯했다. 날 것은 아니지만, 적나라한 생김새 덕분에 외국인들은 챌린지 수준으로 여기는 듯했다. 생낙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겁먹을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사이즈별로 놓여있는 눈 앞의 주꾸미들을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L 사이즈의 주꾸미는 나도 주춤거릴 만큼 큰 크기였다. 나는 결국 가장 작은 사이즈를 골랐다. 주꾸미의 머리 안에는 메추리알이 들어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별이 보일 정도로 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기발하니 재미로 먹어볼 법하다. 니시키 시장에 들르면 한 번쯤 먹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내가 먹었던 쭈꾸미. 

내 옆에 서 있던 외국인은 제법 큰 사이즈의 주꾸미를 들고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듯이 망설이고 있었다. 그는 포기하는가 싶더니 결국 한 입에 털어 넣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국에는 산낙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법 놀란 눈치였다. 웰컴 투 코리아. 하하. 


시장의 분위기는 여느 나라의 시장과 다르지 않았다. 활기차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니시키 시장에는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간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시장기가 느껴지면 어디로든 들어가면 된다. 또한, 교토의 번화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까지 뛰어나다. 그러니 꼭 한 번 방문하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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