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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Oct 14. 2016

젠자이 한 그릇

One Way to Japan

직장 생활 4년 차.
연차의 99%를 여행으로 소진하는 퇴사 꿈나무.
이번에는 나 홀로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나는 교토로 떠나기 전에 나름대로의 먹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라멘, 가이세키, 스시.. 그 중에서 가장 생소하지만 기대가 됐던 음식은 '젠자이'였다. (무려 라멘을 제치고..!) 


* 젠자이 : ぜんざい, 일어로 단팥죽을 뜻함.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알아봐둔 곳의 젠자이는 일반적인 단팥죽이 아니라, 말차 젠자이였다. 평소 말차와 팥을 모두 애정하는 나로서는 무조건 찾아가봐야 할 집이었다. 특히나 유홍진 교수의 <나의 교토문화유산답사기 교토편> 에도 소개되었다고 하니 나름대로 믿음도 갔다. 이 집은 아라시야마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 부근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꼭 들려보라 추천하고 싶다. 정말, 내가 지금껏 살면서 먹어온 젠자이 중 단연 최고였으니. 



 가게는 비교적 찾기 쉬운 위치에 있다. 구글 지도에 검색하면 바로 뜨는 데다, 란덴 아라시야마 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게 오픈 전에 도착한 나는 약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오픈 시간 전에 들어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이 가게의 첫 손님이 되었다. 



 일본에는 빙수를 파는 가게 앞에 이렇게 '얼음 빙' 자가 있다. 별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것 하나 하나가 참 예쁘고 일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안의 모습. 나는 바깥 정원이 보이는 통유리 바로 앞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은 코스 요리로 먹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다른 메뉴는 주문하지 못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말차 젠자이. 음식이 나오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감동 그 자체였다. 말차의 쌉싸름한 맛과 잘 어우러지는 단팥과, 독보적인 식감의 새알. 사실 나는 새알을 죽에 넣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딱딱하고, 밀가루가 뭉쳐있는 식감의 새알은 오히려 죽의 맛을 망치기 일쑤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새알을 넣지 않고 조리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 젠자이의 새알은 처음 경험해보는 식감이었다. 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함이 살아있어 씹는 맛이 있었다. 새알은 이렇게 조리하는 거구나, 내내 감탄하며 먹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왔던 새알은 그저 밀가루 반죽 덩어리에 불과했다는 생각만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이 곳을 안 찾았더라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정원을 바라보며 먹은 이 젠자이는 말 그대로 감동이었다. 양이 그리 많지 않아 한 사람당 한 그릇씩은 먹어야 족하다. 다음에 재방문시 나는 두 그릇을 먹고 올 예정이다. 이 곳의 젠자이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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