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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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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Oct 03. 2016

라멘 오네가이시마스!

나 홀로 교토 여행

만화 나루토 중 한 장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라멘을 참 맛깔나게 잘 다룬다.


일본으로 떠난 이유 100 중 30은 라멘 때문이라고도 해도 좋을 정도로, 나는 일본식 라멘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제 아무리 라면이란 음식의 기원은 중국이라고 하지만, 일본식 라멘이 가장 내 입맛에 잘 맞는다. 물론 일본의 지방마다 특색이 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깊게 라멘을 알지는 못하니.. 조금 더 내공을 쌓아서 미국으로 버거 로드를 떠나듯, 일본으로 라멘 로드를 떠나보고 싶은 마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 라멘 한 그릇이 너무나도 간절하다. 


라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라멘 덕후는 네이버 음식 백과의 힘을 빌렸습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06300&cid=48179&categoryId=48238)


이번 여행의 테마는 잘 먹고, 잘 보고, 적당히 누리기였는데 이 가게는 '잘 먹고'에 해당하는 가게였다. 타베로그와 트립 어드바이저를 뒤지며 열심히 조사해 간 라멘 가게, 센노카제 라멘(Ramen Sen No Kaze). 뿐만 아니라 yelp에서도 제법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래도 서양인들 입에도 잘 맞는 모양이었다. 내가 갔을 때도 서양인이 손님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http://ramensennokazekyoto.com/


센노카제 입구. 기본적으로 웨이팅이 약 20분 정도 있다. (최소 20분이다.)


워낙에 손님이 많이 몰리는 가게라 밥시간 대에 맞춰가면 웨이팅이 너무 길어진다. 나는 후시미 이나리를 보고 오후 3시 반쯤 방문했던 것 같다. 그래서 4시 좀 넘은 시간에 입장한 걸로 기억한다. 밖에서 앉아 기다릴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가게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 무턱대고 그냥 기다리면 안 되고, 반드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번호판을 받고 기다려야 한다. 직원에게 몇 명이서 왔는지를 말하면 번호판을 내어준다.


제법 손때가 탄 흔적이 보이는 나무 번호판. 나는 10번이었다.


저 나무판을 가지고 한 20여분 간을 기다린 것 같다. 한 끼도 못 먹어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멍하니 때를 기다렸다. 하늘은 우중충했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교토의 날씨 어플을 확인하니 '뇌우'라고 되어 있었다. 코에 비 몇 방울이 떨어졌고, 나는 계속해서 하늘의 동태를 살폈다. 비가 와도 예쁜 교토지만 그래도 많이는 안 왔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옆에 혼자 와 있는 외국인과 함께 차례를 기다렸다. (알고 보니 혼자 온 사람은 아니었고 일행이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체감상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20분은 생각보다 금방 갔다. 직원 분은 일본어로 10이라는 숫자와 함께 영어로도 Number Ten 이라 불러주었고, 나는 기다린 듯이 빠르게 입장했다. 직원 분은 혼자 온 나를 배려해, 혼자 앉기 편안한 자리에 나를 안내해 주었다. 나는 가방을 뒤에 걸고, 자리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식당은 오픈형 키친이었는데, 주방 안에 있던 직원 분께서 무엇을 먹겠느냐 물어보셨다. 미리 조사를 해 왔던 나는 "시오 라멘에 계란 추가해서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나 외에 다른 손님들이 차례대로 들어오고, 아까 번호판을 나누어주었던 직원 분이 English Menu라며 메뉴판을 나누어주었다. 내가 어색한 표정으로 이미 주문을 했다고 하자, 직원 분은 웃으시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약간 무안해진 나는 메뉴판을 펼쳐 제대로 주문했는지 확인했다. 내가 주문한 라멘은 이 가게에서 유명한 시오 라멘이었다. 직역하면 소금 라멘으로, 소금으로 간을 한 라멘이었다. 큼지막한 차슈 3장이 기본으로 올라가 있고 풍성한 숙주가 면을 덮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숙주를 잘 먹지 못하는 편이어서 빼고 주문을 할까 하다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일본의 조리법이 궁금하기도 해서 메뉴 그대로 주문했다.


두 여성 분께서 운영하던 가게.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도 꽤 시간이 소요된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을 것.


일행끼리 방문한 손님들은 라멘 한 그릇에 교자를 시켜 나눠먹는 듯했다. 혼자 온 여행에서 처음으로 씁쓸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나도, 저 교자, 먹어보고 싶었는데! 흑흑. 다음에는 꼭 먹어보리라. 


라멘을 육수로 분류할 때, 돼지 뼈를 육수로 낸 돈코츠 라멘과 건조한 가다랑어를 사용한 가쓰오부시, 마른 멸치 같은 해산물을 사용하여 우려낸 니보시, 다시마를 우린 곤부로 나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돈코츠 라멘을 선호하는 편이다. 진득한 돈코츠 라멘에 차슈 몇 장과 타마고 하나만 척 올려먹어도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태생적으로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한 그릇 격파 정도야 어렵지 않다..


  

아이폰 5S로 촬영한 사진. 기본적인 시오 라멘의 모습이다(850¥)


국물은 상당히 깔끔하고 간이 잘 맞았다. 심심하게 먹는 사람은 간혹 짜다고도 하던데, 내 기준 이 정도 간이라면 딱 알맞다고 생각된다. 면은 제대로 익었고, 차슈는 씹는 맛이 있다기보다는 부드럽게 넘어갔다. 숙주에 아삭한 식감이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는 조화였다. 차슈의 크기가 제법 커서 놀랐다. 계란은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고.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숙주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불평 없이 먹을 만큼 알맞게 조리되었다. 적당한 간으로 맥주를 함께 곁들여도 참 잘 어울렸을 것 같은.



천 개의 바람을 뜻하는 단어 센노카제. 니혼 라멘 덕후의 라멘 사랑에 불을 지펴준 가게다. 이미 타베로그 및 여행 사이트에서 명성이 자자한 곳이지만, 기대 이상의 맛을 볼 수 있으니 방문해 볼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이치란 같은 라멘 프랜차이즈도 좋지만, 교토에는 이런 라멘 맛집이 골목골목 많이 숨어있다. 가게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대로 찾아가도 좋다. (라멘으로 교토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집들도 있다.) 센노카제! 편안한 가게 분위기와 친절한 직원 분들 덕에 한 그릇 잘 먹고 나왔다. 다음 교토 방문 때도 반드시 다시 찾겠다고, 가게를 빠져나오며 나 홀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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