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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Oct 03. 2016

교토의 화려한 정취에 머물다

나 홀로 교토 여행

직장 생활 4년 차.
연차의 99%를 여행으로 소진하는 프로여행러.
이번에는 나 홀로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9.25~29 

나 홀로 교토 여행



예상했던 것보다 입국심사가 훨씬 빨리 끝난 탓에 계획에도 여유가 생겼다. 간사이공항의 입국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해서(특히 에어비앤비 숙박의 경우) 입국심사가 최대 2시간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는 후기도 본 지라, 나는 입국신고서부터 천천히 디테일하게 작성했다. 나는 제법 입 소문이 나 있는 호스텔에 묵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렇게 숙소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캐리어와 짐을 맡기고, 카메라와 배낭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배는 고팠지만 일단 뭐라도 먼저 구경하고 싶었던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찾은 곳이 혼자서 저 멀리 뚝 떨어져 있는 명소, '후시미 이나리'였다.


 

저렇게 혼자 밑에 뚝 떨어져있다. 철저하게 만든 이의 취향이 반영된 구글 맵.mapsgoogle


한국인들에게는 여우 신사로 더 잘 알려진 곳.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나온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게이 한 선을 타고 후시미 이나리 역에 내려 도보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익숙한 신사가 나온다. 



기찻길도 너무 예쁜 교토. 일본 만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사를 올라가는 길에는 다양한 노점들이 있는데, 간단한 군것질 거리들을 판매하고 있다. 당고부터 게살 구이까지 종류들이 다양하니 배를 채우기도 좋다. 그 노점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가게는 자몽?처럼 보이는 과일 주스 가게였다. 사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 유명 관광지에 가면 항상 그 과일 주스를 팔고 있었다. 



유명한 관광명소답게 관광객들이 무척이나 많은 모습. 아이 어른할 것 없이 많았다.


후시미 이나리는 입장료가 없다. 일본 대부분의 관광지가 입장료가 제법 센 편인데, 이 곳은 입장료가 없다고 해서 꽤 놀랐던 부분. 또한 정해진 관람시간 없이 365일 24시간 개방되니, 관광객들에겐 매우 후한 명소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밤에 가면 조금 무섭다고들 카더라...) 


알겠지만, 직접 입에 대고 마시면 안 된다. 마시는 방법은 안내판에 나와 있다.


화려한 일본 기모노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도리이. 게이샤의 추억 실사판인가 했다.

붉은 주 칠을 한 도리이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천 개가 넘는 도리이가 산 정상까지 이어져있다고 하니, 괜히 순례길 코스라 불리는 게 아니다. 기모노를 입고 올라오는 관광객,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이 명소를 한층 더 빛나게 만들어주었다. 화려한 문양과 색을 가진 기모노와 이 곳의 도리이는 뭐랄까, 찰떡궁합이었다. 어떻게 셔터를 눌러도 예쁜 사진이 나왔다. 한국의 한복도 그렇지만, 일본의 기모노 또한 참 아름다운 전통 의복이다. 화려하면서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고 절제된 모습이 일본의 정체성과 잘 맞닿아있다.




 

색도 색이지만 흐트러짐 없는 배열과 도리이 사이사이에 보이는 녹음들은 환상적이었다. 체력과 시간만 받쳐준다면 끝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짐의 무게와 체력 방전 탓에 끝까지 가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관광객들은 도리이 길 입구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적하게 도리이 길을 즐기고 싶을 경우 관광스팟에서 조금만 더 깊숙이 들어가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제법 괜찮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 새벽부터 이 곳을 방문하는 사진가들도 꽤 많다고 한다. 




화려하다. 눈이 황송할 정도로 강렬하고 매혹적인 색채였다. 무엇보다도 여태껏 사진으로만 봐 왔던 아름다운 도리이들 속에서 걷고 있자니 '내가 정말 여행을 오긴 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도리이의 화려함에 취해, 그리고 관광객들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덕분에 혼자서 방문한 첫 명소였지만 외롭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때까지는.) 단숨에 나의 시선을 앗아간 여우 신사는 교토의 명소들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교토 여행의 첫 단추로 완벽했던 후시이미나리.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신사에서 나 또한 주변 사람들과 나의 안녕을 빌고 왔다. 다음에도 꼭 다시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교토의 관광 스팟이다. 



신사를 내려오는 길에 비가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바로 우산을 펼쳤을 테지만, 이번엔 무슨 패기였는지 우산을 가방에서 꺼내지조차 않았다. 여행이니까 뭔가 색다른 기분을 내보고 싶었나 보다. 처음에는 용감한 여행자 마인드였지만, 나중에는 변덕스러운 교토 날씨에 못 이겨 우산을 펴지 않게 되더라. 번외로 하는 이야기지만 교토 날씨는 정말 변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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