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케빈에게 추천받은 책 한 권을 완독 했다. <마이크로카피 : UX 디자이너의 글쓰기>라는 책으로 제목만 봐서는 오롯이 UX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를 위한 실전서 같지만, 서비스 기획부터 마케터들까지 서비스 운영과 관련된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이라면 누구든 읽어봐야 할 내용이 담겨있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대화하듯 글을 써라'라는 말이 있다. 있어 보이는 단어로 점철된 문장은 좋은 글이 아니다, 타인과 대화를 나누듯 글을 써라, 호흡이 중요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글을 쓰다 보면 쉽게 지키기 힘든 원칙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마이크로카피 역시 시작은 글이다. 책에서는 마이크로카피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UI에서 사용자가 취하는 행동에 직접 관련된 단어 또는 문구'
마이크로카피는 기계처럼 단순하게 나열된 텍스트라기보다 듣는 고객의 입장에서 작성된 말에 가깝다. 대부분의 고객(사용자)들은 서비스를 눈으로 읽고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터렉션이 일어나고 고객들은 다양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눠 마이크로카피가 고객의 전 여정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힘을 가졌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서비스에 맞는 목소리와 톤을 디자인하는 방법부터 서비스 구성 요소별 고객 경험과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사용성 원칙까지 A to Z를 다뤘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나서 발로 손뼉을 쳤다거나, '나도 여기서 읽은 케이스를 적용해서 꼭 훌륭한 서비스 기획자가 되어야지!'라고 느끼지는 못했다. 책의 내용이 좋지 않았다는 뜻은 절대, 절대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유명 기업들의 마이크로카피 적용 사례와 효과가 몹시 잘 드러나있는 책이고, 실용적인 참고 사례를 통해 막혀있던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도리어 막막해지기도 했다. 결국에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도 고객이었다. 프로덕트 =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고, 서비스의 세부적인 구성요소도 (그게 얼마나 작은 것이든) 언제나 고객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비스의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효과적으로 제안하며 여정을 끝마치는 순간까지 만족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이크로카피는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위한 훌륭한 수단으로, 서비스의 목소리로 발화된다. 책을 읽고 나서 국내 서비스의 사례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사실 이전에 작성했던 게시물도 이 책을 읽고 쓴 것이긴 하다.) 서비스 기획과 연관된 직무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
마이크로카피는 GUI이자 VUI이다. 본질은 VUI(Voice UI)와 다르지 않다. 일상적으로 오갈 것 같은 대화들을 인터페이스에 녹여 넣었기 때문이다. 사례의 많은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바로 VUI로 사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카피는 사용성의 원칙과 디자인 가이드에 충실한 스트링과는 조금 다르다. 사용자의 행동을 가이드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전에 행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결국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 12~13p
[보이스앤톤 디자인]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가 일관되고 상호 보완적일 때, 사용자는 인터페이스가 똑똑하고 재미있으며 설득력 있다고 느꼈다. - 41p
사용자가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와 정서적 두려움을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라. 가장 훌륭한 카피라이터는 사용자다. 사용자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쓰는 것이 좋다. -55p
브랜드의 이점에 관해 기술할 때는 브랜드 관점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을 써야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60p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 것은 글로도 쓰지 마라, 수동태보다는 능동태를 사용하라, 연결용 단어를 누락시키지 마라. -73~75p
사용자가 웹페이지, 웹사이트 또는 특정 행동이 자신과 관련 있는지 판단 하는 데는 겨우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말은 당신 역시 사용자에게 그곳에서 그 행동을 했을 때 얻게 되는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데 몇 초 밖에 쓸 수 없다는 의미다. 사용자에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지, 혹은 삶이 어떻게 좋아질지를 분명하게 알려라. -80p
[경험과 참여]
사용자가 사이트에 들어서자마자 뉴스레터를 권유하는 팝업을 표시하는 것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친구하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 -110p
"저희는 서비스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어떤 문의도 기꺼이 듣고 싶습니다."라는 식의 글도 피해라. 고객은 서비스 향상을 위해 고객 문의 페이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123p
보통 에러 메시지는 해결이 필요한 기술적 문제와 관련된 것이므로 명확성과 실용성이 강조돼야 한다. -138p
확인 메시지의 네 가지 목표 : 확신 주기, 지시하기, 안심시키기, 관계 맺기. -153p
경험할 것이 없어 보일 때도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공백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기본적으로 사용자에게 무엇이 없는지 알려주는 것이 된다. 즉, 사용자에게 무엇이 있는지 말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있을 수 있었던 것, 사용자가 해당 서비스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것, 일을 진행하기 위해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162p
그저 공간을 채우기 위해 플레이스홀더를 추가하지 마라. 타당한 이유가 있고 특정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경우에만 추가하라. 힌트나 설명을 플레이스홀더로 쓰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용자가 입력하는 동안 참고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때 조언을 보려면 이미 입력한 내용을 삭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182p
고객가치+고객 관련성 = 고객전환. 버튼 카피의 초점이 가치가 아닌 행동에 맞춰지면 사용자에게 결정권을 맡기는 격이 되며 그들의 생각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버튼 카피에 사용자가 얻게 될 가치를 쓰면 그들이 찾는 핵심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으며, 이는 훨씬 더 큰 동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195p
클릭 트리거 -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마지막 메시지 - 201p
다시 말해서 사용자가 기다리는 동안 무언가를 읽거나 보거나 따라 하느라 바빠지면 시간이 훨씬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게 돼 대기시간을 실제보다 더 짧게 인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기 시간 동안 어떤 텍스트를 보여줘야 사용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더 짧게 느끼고, 시간 낭비가 아닌 사용자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217p
[사용성]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노출하지 마라. 설명이 다소 길거나 복잡할 때, 또는 정말 긴 설명이 필요한 특별하게 복잡한 프로세스를 제공해야하는 경우, 설명이 입력 필드 옆에 항상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228p
온라인 고객지원팀에게 고객이 가장 자주 묻는 말이 무엇인지, 지원 요청을 해야겠다고 느낀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고객이 문제에 맞닥뜨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 프로세스의 어느 부분인지, 그리고 어려워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231p
프로세스를 검토해서 내부 기술 용어와 사용자의 눈으로 볼 때 일상적이지 않거나 생소한, 사용자가 "그건 뭐죠?"라고 물을 수 있는 용어를 찾아라. 찾아낸 모든 용어를 더 단순한 단어로 바꿀 수 있는지 체크하라. 용어를 단순하게 만들 수 없다면 설명과 함께 마이크로카피를 추가하라. -235p
[참고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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