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영 Nov 16. 2020

구독해지를 재고하게 만드는 기술

"월 구독료만 모아도 월세가 나온다."


정말로 그렇다. 이제는 공유의 경제를 지나 본격적인 구독의 경제로 접어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즘 사용자들은 본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도 당장 구독형 서비스로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며, 그 외 취미나 관심 영역은 이루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다양화되어 있다. 이번 글을 시작하면서 나는 어떤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가 되짚어봤는데, 일단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쇼핑 - 쿠팡 로켓와우(월 이용요금 2900원)

2) 음악 - 애플뮤직 패밀리플랜($14.99 / 한화 16,600원 선)

3) 독서 - 리디셀렉트(해지했다 재가입하여 월 9,900원)

4) 동영상 - 넷플릭스 프리미엄(가족찬스로 월 사용 요금 0원), 웨이브 스탠다드(역시 가족찬스)

5) 생산성 -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구독형 서비스들이 존재하며 고객은 각자의 필요나 목적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여 구독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객과 제품과의 관계는 영원하지 않다. 사용자가 구독해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사용자-서비스 간의 공식적인 계약은 종료된다. 이후 잘 풀리면 고객이 제품을 다시 찾겠지만 이마저도 잘 풀리지 않으면 고객은 경쟁사의 품으로 떠나버린다. 모든 서비스들이 그렇겠지만, 구독형 요금제로 수익을 내고 있는 서비스들은 구독해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온갖 방책에도 결국 고객이 구독해지 버튼 앞에 선다면? 그땐 어떻게 다시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또 다른 옵션 제안형


동영상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구독을 해지하길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두 가지 안을 제안하고 있다. 1) 멤버십을 해지하거나 2) 조금 더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하거나.


사용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구독 취소를 결심한다. 자신이 보고자 하는 콘텐츠가 해당 서비스에는 존재하지 않아서, 내는 구독료에 비해 매달 서비스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적어서 혹은 단순히 비싼 요금제 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구독을 취소하려고 하는 고객들에게 멤버십 다운그레이드 버튼을 제공하여 서비스의 구독을 완전히 취소하지 않도록, 다른 대안이 남아있으니 충분히 검토해 보도록 제안하고 있다. 살펴보면 화면의 배치도 주목할 만하다. 마치 구독 취소와 멤버십 변경이 같은 중요도를 가진 정보인 것처럼 두 가지 선택지를 동일한 계층에 표시한 점도 재미있다.






이래도 해지하실래요? 형


위의 방식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가끔씩은 짜증이 올라올 때도 있는, 구독취소만으로 무언가 대단히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 주는 유형들이다. 사용자가 현재 누리고 있는 혜택을 모두 보여주고, 구독을 해지하게 되면 잃게  혜택들을 강조한다. 이미 서비스에 애정이 식은 사용자라면 이러한 장치를 보고 오히려 마지막 인상까지 나빠지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모종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이용권을 해지하려고 했던 고객들은 다시 한번 구독해지를 재고해볼 수도 있다.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쿠팡의 로켓와우(구독형 무료배송 클럽) 역시도 서비스를 해지하려고 하면 이러한 혜택들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 눈물로 호소한다(?) 사용자가 유혹을 이겨내고 멤버십 해지 버튼을 눌러도, 왼쪽과 같은 창이 또 한 번 발생된다.

1단계 : '한번 배송비 낼 돈으로 무제한 무료배송 받아요.'

2단계 : '해지 즉시 회원 전용 혜택을 모두 잃게 됩니다.'




쿠팡의 경우만 놓고 보아도 구독해지 1단계 화면과 2단계 화면의 마이크로카피가 다르다.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사용자가 누리고 있는 혜택을 모두 나열한 후 긍정적인 뉘앙스의 문구를 보여준다. 한번 배송비 낼 돈으로 무제한 무료배송 받기라니.. 사용자로서는 혹할 법한 말이다. 기본 배송료 3,000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 달간 무제한 무료배송? 나는 실제로 이 문구를 보고 구독해지를 포기했다.


나는 주로 장을 볼 때마다 마켓컬리 또는 쿠팡을 주로 이용하는 편인데, 최근 컬리를 통해 식료품을 주문하는 경우가 잦아져 한동안 로켓와우의 해지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위의 문구를 보고 '구독료가 배송비 한 번 값이면 생각보다 잃을 게 없겠는데? 한 번만 시켜도 남는 장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종국에는 마음을 바꿔 구독을 유지했다. 물론 사용자가 현재 누리고 있는 혜택을 모아 모아 보여주는 점도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지만, 돌이켜보면 문구 한 줄이 가진 강력한 힘에 (개인적으로는) 더 큰 인상을 받았었던 기억이다.




구독형 플랜과 무료 플랜 비교하기


언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는 유료 구독형 플랜(듀오링고 플러스)을 해지하려고 할 시, 무료 플랜 대비 듀오링고 플러스가 가진 장점을 시각화하여 '왜 구독을 유지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비교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구독형 플랜이 가진 이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 플랜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혜택이라는 점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혜택을 다시 상기시켜 플러스 요금제를 구독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색달랐다.




마무리


유무형의 서비스들은 구독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상기와 같은 방법 외에도 다양한 제안을 활용하고 있다. 어떤 제안으로 사용자를 설득하든 간에, 현재의 서비스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제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시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단계라 생각된다. 어떤 톤으로 고객을 설득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현재의 톤이 서비스가 가진 이미지에 부합하는지. 사용자의 시각에서 고민해보고, 가설을 시험하여 가장 적합한 제안을 찾아낸다면 사용자는 아마 '구독 취소' 버튼 대신 '구독 유지하기' 버튼을 누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신증권의 굿즈를 보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