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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Nov 08. 2020

대신증권의 굿즈를 보았니

며칠 전, 평소와 같이 디에디트의 까탈로그 뉴스레터를 읽던 중이었다. 이번 뉴스레터에는 또 어떤 신제품이, 서비스가 실려있을까 기대하며 슥슥 스크롤을 내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정판을 애정하는 디에디트답게 이번에도 리미티드 에디션 굿즈 소식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있었다. 그것도 무려 증권회사에서 만든 굿즈였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신박했다. 세워놓을 수 있는 컵이라니? 아니, 그것보다 일단 예쁘잖아..? 무광 디자인의 단정한 도자기 컵이라니.


https://shop.daishin.com/goods/goods_view.php?goodsNo=1000000001


대신증권이 야심 차게 내놓은 '대신 스탠드 컵'은 손잡이가 30도 정도 꺾여있는 특이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 컵의 손잡이는 스탠드 역할을 하는데 이는 위생적 보관을 위한 설계라고 한다. 보통 컵을 사용하다 보면 먼지가 쌓이거나 세척 후 건조가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대신 스탠드 컵은 손잡이가 아닌 스탠드의 형태로 제작되었다.   


기업 로고 각인을 컵의 바닥에?


게다가 컵의 바닥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신증권의 기업 로고를 각인해 굿즈의 정체성을 잘 살렸다. 보통의 굿즈였다면, 로고를 컵의 바닥이 아닌 바디에 각인하거나 표시하지 않았을까? 굿즈는 대부분의 경우 브랜드 홍보의 직접적인 수단이 된다. 그럼에도 대신증권은 자사의 로고를 사용 시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컵의 바닥에 위치시키고, 스탠딩 상태로 세워질 때만 노출되게끔 했다. 이는 아주 의도적인 배치로 보였기에,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냉정하게 말해 대신증권은 스타벅스가 아니다. 그러니 굳이 고객이 대신증권이 만든 컵을 갖고 싶어 할 리 없다. 그걸 풀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단순히 심미적으로만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기능이 더해져야 한다.”


위는 대신증권 김봉찬 브랜드 전략실장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굿즈의 디자이너인 김봉찬 대신증권 브랜드 전략실장은 대신증권의 굿즈는 스타벅스의 그것과 동일한 기대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로 제품이 가진 역치를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위의 인터뷰 내용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스타벅스의 굿즈는 시즌마다 새로운 구성으로 출시되며 매년 디자인은 달라지지만 누가 봐도 스타벅스에서 나온 아이템처럼 보인다. 겉에 사이렌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있거나 브랜드 이름이 영문자로 각인되어 있는 식이다. 만약 누가 봐도 스타벅스의 굿즈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고객들은 그것들을 구매하려고 할까? 역시나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스타벅스는 희소성과 뚜렷한 정체성을 내세워 시즌마다 새로운 굿즈를 내놓고, 그것은 첫날부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나 역시도 스타벅스에 굿즈를 사러 갔다가 동이 나서 구매하지 못한 경우가 몇 번은 된다. (심지어 리저브, 일반 매장을 다 돌았는데도 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신증권의 경우는 어떨까? 회사의 로고를 심미적으로 디자인해 제품에 새겨놓고, 높은 가격 책정을 해 그것을 판매한다면 스타벅스처럼 잘 팔릴까?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애정도가 상승하고, 재고 부족으로 심지어 리셀가로 되파는 경우까지 생기는 그런 일들이 일어날까.


“어떤 비즈니스든 고객과의 접점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증권사는 고객과의 접점이 너무 좁다. 누구나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했다고 하지, 대신증권에서 주식을 샀다고 하지 않는다. 컵이나 지갑, 에코백 등은 생필품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고객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굿즈를 통해 대신증권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주고 싶었다.” - 김봉찬 대신증권 브랜드 전략실장의 인터뷰에서


이 말은 나는 '고객들은 증권사를 금융 상품에 투자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여긴다'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주식을 거래하는 고객들로 예를 들면, 그들은 주식을 사고 판다는 사실에 집중하지 어느 거래소(증권사)에서 매수/매도하는지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래서 대신증권은 생필품에 자사의 로고를 새겨 고객들의 일상에 파고드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대신증권뿐만 아니라 최근의 기업 굿즈 출시 사례들을 떠올려봐도 좋을 듯했다. 



https://www.styleshare.kr/ss_magazine/153483509


곰표 밀가루에서 출시했던 패딩, 부산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하이트진로에서 내놓은 두꺼비 우산과 후드집업 등. 추측컨대, 굿즈 전략으로 기업이 의도한 바는 제품 판매를 통한 막대한 수익 창출이라기보단(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업계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화제가 된 곰표의 사례를 참고해 보면 좋을 듯하다.) 독특한 사용자 경험을 주어 긍정적인 브랜드 인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어주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적은 비용을 투입해 큰 입소문을 내는 방식이다.


대신 스탠드 컵의 가격은 7500원으로 결정되었는데, 무광 유약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방식 치고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대신증권은 굿즈 판매를 통해 기업이윤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는 말을 판매 페이지에 공시해두었다. 기사 내용을 참조하며 알게 된 것이지만, 금융사는 관리감독기관의 허가 없이는 다른 수익 사업을 일체 할 수 없다고 한다. 가격 책정은 아마 위의 이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마무리

무료 사은품으로 제공하지 않고 가격을 7900원에 책정한 이유, 유통채널을 온라인 샵으로 정한 까닭, 증권사의 기존 고객이 아닌 사람에게도 판매하는 제품임에도 사전예약을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생산 측면의 이슈 등. 대신증권은 제품을 구매할 고객층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 대응함으로써 '굿즈 영업'에 성공했다. 2020년 대신증권의 굿즈 상품 출시는 제품이 가진 의도와 사용자가 제품에 기대하는 바를 일치시킨 좋은 프로젝트라 보인다. 앞으로도 시장에서 이와 같이 슬기롭고 실용적인 굿즈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한 글]

https://event.stibee.com/v2/click/NjYyMTAvMzY3NzUzL2F5a2ltMTNAbmF2ZXIuY29tLw/aHR0cHM6Ly9zaG9wLmRhaXNoaW4uY29tL2dvb2RzL2dvb2RzX3ZpZXcucGhwP2dvb2RzTm89MTAwMDAwMDAwMQ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0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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