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티는 다다익선? 유저들에게 무제한 이모티콘이 필요한 이유
지난주, 카카오톡이 '이모티콘 플러스'라는 무제한 이모티콘 구독 요금제를 공개했다는 소문을 듣고 한 달 무료체험을 시작했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카카오톡이 최초로 선보인 구독제 서비스로 월 3900원(한시 가격으로 정상 요금은 4900원이다)의 구독료만 내면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15만 개가량의 이모티콘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왜 이런 아이디어를 기획하게 되었으며 기존에 선보였던 이모티콘 서비스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은 카카오가 없으면 안 굴러간다'
위의 문장에 공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카톡 유저인 것이 분명하다. 카카오톡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카카오가 서비스하고 있는 인스턴트 메신저 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2020년 12월 기준 월 활성 사용자 수(mau)는 4536만 5,969명에 달하고 이는 시장 점유율의 95%를 초과하는 수치다. 공정위에서는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를 독점적 사업자로 보고 있는데, 그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기록해온 레코드만 봐도 해당 서비스가 시장에서 가진 입지와 파워가 단번에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니 각 지자체가 카카오톡을 통해 재난지원금 알림톡을 보내는 것도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해외에서는 라인, whatsapp, FB 메신저 등 다양한 인스턴트 메신저가 활기를 띄며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은 대부분의 소통이 카톡을 통한다. "카톡해!" 또는 "아까 찍은 사진 단톡방에 올려줘."
카카오톡은 타인과의 밀접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기능들을 고안해냈다. 오픈 채팅, 단톡방, 선물하기..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아마 그중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사용 중인 기능은 단연 '이모티콘'일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눌 때는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단어의 선택이라던가, 억양 그리고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를 통해서 감정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의 표정이 어색해지면 재빨리 말을 정정하거나 손을 내저으며 오해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 상으로 대화를 나눌 때에는 말풍선 말고는 그다지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었다. ㅠㅠ나 ^^라는 게 있는데!라고 하면 그것도 이모티콘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마 자신의 감정을 활자로 나타내고자 하는 욕구는 항상 있었을 것이라 유추되는데, 현대에선 그 욕구가 이모티콘으로 발현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이러다 이모티콘의 기원까지 올라가게 될 것 같아 이쯤에서 정리하고, 기존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시장은 어떻게 커 왔는지 아래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막대한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카톡은 과연 이모티콘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렸을까? 카카오톡의 첫 구독 서비스로 이모티콘 플러스를 공개된 이유도 그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이용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바일 환경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8년 만에 발송량이 6배나 증가한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치만 놓고 보면 눈부신 성장이기는 하다.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수익 배분 구조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데, 앱스토어 수익인 30%를 제외한 70% 중 30%가 작가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40%가 카카오의 몫으로 떨어진다. 이모티콘 단품의 가격이 2500원~3750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는 걸 감안하면, 하나를 팔 때마다 대략 1000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는 카톡 지갑을 만들어야만 정기구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작년 말, 카카오는 신분증이나 증명서를 보관할 수 있는 카카오톡 지갑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에서 처음 선보인 구독 서비스가 카카오톡 지갑을 거쳐야만 비로소 구독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꽤나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모티콘은 카톡 플러스친구, 톡보드(광고)와 같이 카카오톡의 대표적인 수익모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미 이모티콘 제작 시장에서는 '이젠 카카오톡이 아니면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올 정도로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지대한 상황이니만큼, 15만여 개 이상의 이모티콘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자체적인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를 내놓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단품 이모티콘을 두 개 구입할 수 있는 비용으로 구독이 가능하다. 단품 결제와 마찬가지로 이모티콘 플러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카카오톡의 수익원이 되어줌과 동시에, 향후 실물 지갑을 대체할 카카오 지갑과 연동되는 미끼상품의 역할도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한 달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모티콘 플러스 한 달 무료체험에 대한 획득 비용(CAC)만 지불하고, 고객 한 명을 카카오 구독과 카카오 지갑이라는 두 개의 큰 서비스 풀에 끌어들였으니 카카오톡의 입장에서 보면 일타이피의 상황이 아닐까. 고객이 두 서비스에 모두 락 온 될지 어떨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미 만들어둔 지갑을 번거롭게 없앨 고객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논외로, 1월은 연말정산의 달이기도 하다.)
현재 카카오톡 구독 서비스들은 My구독 페이지에서 관리가 가능한데, 이 페이지만 봐도 이모티콘 플러스나 톡서랍 플러스(구독형 클라우드 서비스)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향후 카카오의 모든 구독형 서비스들은 카카오지갑을 통하게 될 것이고, 카카오콘이라는 블록체인 리워드 포인트 역시 카카오지갑과 연결되어 향후 더 다양한 혜택들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무료 체험을 시작한 김에 이모티콘 플러스가 실제 어떻게 동작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키워드를 인식해서 적절한 이모티콘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기능이 탑재되어있다.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나 문장 속에서 추천 키워드를 찾아 그에 맞는 이모티콘을 자동으로 하단에 띄워주는 방식인데, 추천이 평이할 것이라는 초반 예상과는 다르게 제법 동작 범위가 넓게 느껴졌다. 어떤 문장이든 타이핑을 하다 보면 연결구, 기분, 감탄사 등을 인식해 추천이 이루어진다. (단어에 불이 들어온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냥 별 건 아니고 말해주고 싶어서'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그냥] [별] 건 [아니]고 [말해] 주고 싶어서와 같이 중괄호 안의 키워드가 특정된다.
Pros. <안녕>과 같은 중의적인 뜻을 가진 단어에 한해서는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가], [등장] 등의 세부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있다. 체감상 키워드별 인식률이 상당히 높고, 앞과 같이 중의적인 단어 역시 세밀하게 잘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짧게나마 감탄했다.
Cons. 현재 키워드 추천은 On/Off가 불가한 상태인데, 그렇다 보니 문장을 입력할 때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이모티콘을 쓸 상황이 아닌데도 연속적으로 추천이 일어나고 있어 때로는 해당 기능을 disable 해놓을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사용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존의 방식처럼 이모티콘 창을 열어 상황별, 감정별로 분류된 이모티콘을 골라 사용할 수도 있다. 상하로 스크롤 시 처음엔 살짝 끊김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다양한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상황별, 감정별로 분류된 이모티콘은 결국 하나의 카테고라이징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사용자는 본인의 입맛대로 골라 사용할 수 있다.
Pros. 세부 분류가 잘 되어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이모티콘 사용 방식과 같이 상하 스크롤로만 탐색할 수 있어 다소 불편함이 있다. 필요에 따라 이모티콘을 검색할 수 있는 서치 기능이 탑재된다면 사용성이 일부분 개선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이미 텍스트 창에 입력된 키워드를 이모티콘과 매칭 시켜 보여주는 '키워드 추천' 기능이 존재하니 '사실상 검색창만 없을 뿐, 검색 기능 역시 이미 구현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하는 뇌피셜로 일단락되었다. 좁은 화면에 굳이 검색창을 만들어 넣지 않고 텍스트 입력창을 검색창으로 활용한 사례라 보아도 되지 않을까?
이모티콘은 쓰고 싶지만 고르기는 귀찮다면? 혹은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럴 땐 랜덤 이모티콘 버튼을 누르면 입력한 키워드와 매칭 되는 이모티콘이 무작위로 선택된다.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하고는 싶지만 굳이 찾아 쓰기는 귀찮은 사용자들을 배려한 기능처럼 보이는데, 본인이 딱히 선호하는 캐릭터가 없다면 랜덤 기능을 활용해 봐도 좋겠다. 어찌나 활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이 다양한지, 카카오톡이 이모티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Pros. 랜덤 이모티콘 박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있지는 않은 기능이다. 이모티콘 창에서 아래로 swipe를 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이를 발견했을 때 게임 속 이스터에그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 (으레 콘텐츠 구독 서비스들이 그렇듯이) 무제한 이모티콘은 유저에게 선택이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역설적인 면이 있는데, 랜덤 이모티콘은 이러한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 같은 기능으로 동작하는 듯하다.
심지어는 상대방의 이모티콘을 따라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모티콘을 터치하거나 꾹 누르는 동작으로 따라 하기 동작시 상대방이 보낸 이모티콘과 컨텍스트와 일치하는 이모티콘 리스트를 '먼저' 보여준 다음, 동일한 캐릭터의 이모티콘을 보여준다.
Pros. 보유한 이모티콘의 수가 많다 보니 사용자들은 '그 이모티콘이 어디 있는지' 일일이 찾아보기 번거로울 수도 있다. 따라하기는 결국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기능으로 보이는데, 캐릭터가 아닌 컨텍스트가 일치하는 이모티콘을 먼저 보여준다는 점이 다소 독특한 지점이었다.
카카오톡은 자신들의 특장점을 살려 이모티콘 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으면서도 유저들 역시 재미를 느낄 만한 지점을 정확히 건드려 구독을 유도하고 종국에는 카카오 지갑의 사용자로 전환시켰다. 이후 카카오톡이 My구독을 통해 선보일 구독 모델로 또 어떤 것들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실, 굳이 그와 관련된 시각으로 보지 않더라도 이모지 없이 못 사는 나 같은 고객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월 3,900원(할인가)의 구독료로 15만 여개에 달하는 이모티콘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데, 이만하면 가성비가 충분한 것 아닐까?
위의 원고는 '위시켓'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참고한 글]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78701.html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2009211643311&code=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