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Way to New York
사람들은 흔히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음식을 '소울 푸드'라고 칭하고는 한다. 그게 치킨이 되었든, 피자가 되었든, 탕수육이 되었든 사람은 저마다의 소울 푸드를 하나씩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영혼을 감싸준다고 느낄만큼, 스스로에게 큰 위안이 되는 그런 음식들을 말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쿠키였다. 어릴 적부터 쿠키라면 다 좋아해서 안 가리고 먹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초코칩 쿠키를 선호했다. 갓 만들어진 초코칩 쿠키에 흰 우유 한 잔이면 만사 행복했었다. 나는 그만큼 쿠키를 애정하는 사람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연히 인터넷 기사 하나를 읽게 되었다. 뉴욕에 대해 리서치 중에 발견한 기사가 아니라, 정말 우연히도 내 눈에 띈 기사거리였다.
허핑턴포스트가 뽑은 '당신이 죽기 전 먹어야 할 음식 25가지' 에 당당히 랭크된 뉴욕의 르뱅 베이커리. 위는 기사 원문이다. 물론 이 기사를 어디까지 신뢰할 지는 당신의 몫이다. 나의 경우도 처음 기사를 SNS로 접했을 때 그렇게까지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나야 명실상부 쿠키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지만, 다른 음식들을 다 제치고 랭크될 만큼 쿠키의 맛이 뛰어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쿠키의 역량이 뛰어나봐야 그냥 스낵일 뿐이니까. 르뱅 베이커리의 쿠키 사진은 나를 설레이게 만들기 충분했으나, 이미 판교의 매그놀리아에 실망한 나는 큰 기대는 갖지 않았다. 그럼에도 뉴욕에 '간 김에' 맛 보고 싶기는 했다. 나는 잊지 않고 맛보기 위해 뉴욕 버킷리스트 항목에 '르뱅 베이커리'를 추가했다.
나는 쿠키덕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아침 일찍 부지런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뉴욕의 르뱅 베이커리를 찾았다. (가게 윈도우의 솔방울 데코가 깜찍하다.) 분명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나보다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이 많았다. 가게 입구에는 이렇게 사진 속처럼 벤치 하나가 놓여있다. 다행히 그다지 춥지 않은 날이었던 지라 추위 없이 기다릴 수 있었다. 평일에도 손님이 많으니 웨이팅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면 가급적 이른 아침에 방문하기를 바란다. 늦은 시간에 방문하면 웨이팅이 많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는 가게다.
근처에 사는 로컬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르뱅 베이커리는 주택가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부러웠다. 르뱅권(?)이 곧 역세권이지, 뭐. 이런 가게가 우리 집 몇 블럭 근처에 있다면 거의 매일 들락거렸을텐데. 대신 살도 엄청나게 찌겠지? 별 영양가도 없는 엉뚱한 상상들을 하며 시간 보내기. 머리 속에는 온통 쿠키 생각 뿐이었다. 어떤 쿠키를 골라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선물용으로도 살 계획이었으니 내 입맛 뿐만 아니라 선물 받을 사람의 입맛도 고려해야했다.
이렇게 가게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친절한 직원들과 맛있게 구워진 쿠키들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쿠키 종류는 상당히 다양했다. 물론, 쿠키 외 다른 빵들도 판매하고 있다. 쿠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이 곳의 쿠키들은 굉장히 두껍고 터프하다. (얇은 스낵류 쿠키를 생각하면 그거슨 경기도 오산) 쿠키 하나만으로도 한 끼 해결이 가능할 만한 사이즈다. 가격은 개당 4달러 정도. 종류는 초코칩 쿠키부터 시작해서 월넛 쿠키, 다크 초콜릿 쿠키, 초코칩 월넛 쿠키 등등 다양하다. 우리는 맛보기 외에 선물용으로 다양한 맛의 쿠키를 구입했다. 쿠키의 향기가 가히 치명적이었기 때문에 구매를 주저할 틈이 없었다.
우리는 쿠키를 들고 센트럴 파크로 이동했다. 꺼내든 쿠키의 사이즈가 엄청 컸다. 빅 사이즈! 두 명이서 나눠먹어도 충분할 크기다. 빵순이라면 혼자서.. 먹을 수도 있을 듯. (난 먹을 수 있다.) 저 따뜻한 쿠키를 반으로 쪼개면, 녹아있는 촉촉한 초콜릿이 반겨준다. 그리고 쿠키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초콜릿의 단 맛과 폭신폭신한 쿠키의 조화. 쿠키의 겉면은 바삭바삭한 식감이지만 속은 빵처럼 촉촉하다. 밸런스 자체가 매우 훌륭했다. 물론 좀 달기 때문에, 단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빵순이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으니 주의.
비가 와서 축축해진 바닥, 물기를 잔뜩 머금은 대기, 흐린 하늘. 우리는 센트럴 파크를 거닐며 쿠키 하나를 금방 해치웠다. 초코칩 쿠키야 수도 없이 먹어보았지만 아무래도 뉴욕의 공원에서 먹는 이 초코칩 쿠키는 감상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식지 않은, 따스한 쿠키의 잔향이 아직까지 코 끝에 맴도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간이 허락하여 다시 뉴욕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은 르뱅의 초코칩 쿠키. 분명 당신이 죽기 전 먹어보아야 할 음식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