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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인시 Jun 21. 2024

이로라 - 하이웨이에는 삶이 없다

창 밖에 지나간 차는 몇 천 대는 될 것이다. 어쩌면 몇 백 대나 몇 만 대 일지도 모른다.

추정치의 범위가 넓은 만큼 신뢰치는 낮다.


이로라는 두 번 고속도로 창가에 살았고, 한 번만 이를 의식하고 산다.

쌩,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란 새벽에 더 잘 들을 수 있다

각 개체가 드러나는 시간


이로라는 쌩, 하는 소리를 내며 새벽 시간에 i94 하이웨이를 지나온 적이 여러 번 있다. 조수석에서나 운전석에서.

이유가 있는 밤이고 아침이었을 테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빌보드는 스태디움 조명처럼 높았다.

<맥도널드에 오세요. 맛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뿐이다.


하이웨이를 통행한다.

하이웨이는 고속도로보다 좀 더 길다.

그곳을 웜홀처럼 지나가면 삶으로 당도한다.

그곳에서 삶의 현장을 보고 위로받을 생각 말라.


하이웨이에서는 내일에 압도되어 두려워했다.

항복하고 채비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고속도로를 바라보는 이로라는 의무를 떠올린다.

돌아오는 생각, 부딪히는 문제, 해결되는 순간이 반복된다.

잠이 올 때까지 안 자거나 잠을 억지로 청해도 끝내 잠들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하이웨이 에서도 아파트가 보인다든지 휴게소로 진입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미국의 하이웨이는 시간적으로 길다. 그때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 어릴 때는 해야 하는 일들이나 미래를 생각하면서 내일, 삶이 주는 압도감이 있었다. 지금도 있으나 나를 누르는 무게이며 지친다. 내게 기대할 것은 없다는 생각. 로라는 이제 무엇 때문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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