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는책가게를 열고나서_10

흘린 땀을 기억하기

by 조아라

#농활

아마도 네번째다. 경북 청도에 있는 냠냠과수원으로 복숭아 봉지를 싸는 농사활동을 하러 간 횟수가.

냠냠과수원을 알게 된 계기는 5년 전 경주에 (지금은 없는) 모도리네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달 정도 스탭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게하 주인장인 모도리님이 친하게 지내는 지인 가족이 짓고 있는 복숭아 농장에 같이 가보자 하여 놀러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직접 지은 집과 농사 이야기를 직접 지은 밥을 먹으며 나누는데 어찌나 충만감 가득한 시간이었는지! 배우고 싶은 삶을 만난다는 건 내 삶의 분명한 행운이다. 복숭아 농사 작업 중 서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 찾아가 뜨거운 햇볕 받으며 선생님이 가르쳐준대로 복숭아 하나하나에 봉지를 싸는 반복작업을 한다. 장시간 하고 나면 팔, 다리가 떨어져나갈 것 같지만 그 시간 속 몰입감은 뭔가 모르게 경이롭다. 남의 농사도 돕고 나의 인생농사도 짓는 활동을 올해, 다행히도 다녀왔다.

IMG_5369.jpg 일하다 바라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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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렴 냠냠 복숭아
IMG_5405.jpg 청도에서 먹은 맑은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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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 오는 길에 경유지인 대구를 들렀다. 이 수영장 강추! ㅎㅎ


#지방선거

남원에 와서 맞는 첫 지방선거기간. 뽑을 사람이 없었다. 지역 행정을 잘할 사람이 누군지를 이 지역을 모르는 나로써 당연한 걸지도. 공보물 보고, 관련 기사 찾아보고 그렇게 적당히 내 안에서 타협한 정치인을 뽑았고, 도저히 감조차 오지 않는 카테고리의 사람은 무효권 행사. 내 투표 인생에 무효표 내기는 처음 -_- 흠... 그나저나 다음 선거 때도 남원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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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사태

책가게 내부에 엄청난 이슈가 터졌다. 바로 간이 부엌자리에 있는 배수구에서 물이 내려가지 않고 올라오는 것. 5월 말부터 그런 기미가 있었지만 아주 소량의 물이어서 신문지로 대충 닦곤 했다. 아마 이것이 일을 더 크게 만든 것일 수도. (아아악!) 그러다 6월 14일 터질 것이 터졌다. X물 같은 것이 꾸물꾸물 올라오다가 왕창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물을 확인해보니 X은 아니었다. 그 순간 손님이 없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무튼 큰 일이 터진 것이다. 이건 나 혼자 처리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직감이 들었고 바로 건물주한테 연락을 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 지인을 통해 배관공 기사님을 불렀고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건물의 구조도 알게 되었고. 내가 쓰는 물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이번 이슈에 큰 영향을 끼친 건 2층 에스테틱 샵이었다. 서로 얘기를 통해서 합의점을 찾아가보려 했지만 미적지근했다. 목마른 자가 물을 판다고 어쩔 수 없이 내가 (폭풍 검색으로) 도구를 사서 상반신이 온종일 뻐근해지도록 막힌 구멍을 찾아 헤맸고 뻥- 뚫렸다. 큰 돈 안 드는 범위에서 해결한 건 기뻤지만 억울한 기분도 동시에 들었다. 휴... 일상의 정치가 어디에나 있다는 건 실감했다. 미안한 일에 미안하다는 사과를 분명히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한 소리 같겠지만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것도 알았다. 이번 앎은 조금 속쓰렸다.


#일 거르기

일 벌리기도 필요하지만 일 거르기도 분명 필요하다. 어떤 일 혹은 작당을 해보고 싶을 때, 같이 하고 싶은 사람과 잘 해보는 것. 이 삼박자를 맞추긴 너무나 어려우니 최소한 하나의 조건이라도 내 시간을 대입할 수 있을 것인가 신중히 생각해야 할 터이다. 이도저도 아닌데 충동적으로, 기분에 휩쓸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할 뻔했다. 조급해지지 말자를 또 조급하게 빌었나보다. 겨울을 나야되고, 뭔가 해내고 싶은 그 조바심에 무리할 뻔 했다. 조급해지지 말자, 조바심 내지 말자. 다짐이 지겨워지지 않게, 지키자. 릴랙스 - 릴랙스 - 후 --- 하 ----


#울산 그리고 서울

막내 동생의 군대생활 무사귀환을 기념하여 울산에 다녀왔다. 고향이라서 그런지 울산 톨게이트만 봐도 참 낯익은 냄새가... (?!) 집에 도착해 예비역이 된 막내 얼굴이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준비한 작은 기념식을 치르고 가족과 밥도 먹고 형제끼리 티격태격 장난도 쳤다. 그리고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범위에 작은 독립서점이 생겨서 반가운 마음에 다녀왔고. 아무튼 이런저런 군대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했는데 잘 돌아와 다행인 한편 돌아오지 않은 사람을 생각하니 미안한 비슷한 마음이 든다. 국방의 의무 제도를 이제는 좀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변경했으면 좋겠다. 인재는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울산에 다녀온 후 주말에는 가게를 닫고 서울을 갔다. 서울에 간 여러 목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 국제도서전이 있었다. 코엑스홀에 도착하니 오.마이.갓! 엄청난 인파에 책을 볼 수가 없었다. 같이 간 친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나 하고 놀랐지만 나는 아마 여기에 모인 사람이 전부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마트나 공항에 사람이 많으면 우리나라 경기가 좋은 건가 하고 착각하는 것처럼 ^^;; 오래 구경하고 싶었지만 답답한 공기에 서둘러 나왔다. 흠.. 올가을에 열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 언리미티드에디션은 가야할까, 말아야할까 (가고 싶다고 갈 수 있을까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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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책가게에 배경음악을 틀어놓는다. 음악 서비스는 스트리밍앱 혹은 유투브를 활용한다. 좋은 노래를 찾아 앨범에 담아놓기도 하고, 그날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즉흥적으로 검색해 틀기도 하는데 처음에 가게를 오픈할 때는 배경음악을 트는 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지 어떤 음악을 트는 것이 좋을지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요즘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공간과 어울리는 음악이 참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의 쓰임에 맞지 않게 무조건 차트 순위에 있는 음악을 반복해 튼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흠.. 책가게와 어울리는 음악은 무엇일까. 일을 또 늘렸군 -_- 하하핫


#장마 시작

미뤄놨던 양초를 만들고 난로 속 등유가 남아서 난로를 핫플레이트 삼아 썼는데 이런 이런, 가게를 핫써머를 만들었다. 그 와중에 반가운 지인이 책가게에 오셔서 내 마음은 패닉 상태였지만 슬기롭게 대처완료(!). 도대체 타이밍이란 뭘까. 0-0 고마운 지인이 돌아가고 양초도 한가득 만들고 난 후, 장마가 시작되었다. 나름 기우제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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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책을 잘 보이게 놓는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책을 볼 수 있는 동선을 생각해봤는데 내 동선에 맞춰선 안될 것 같고 (^^;) 이리저리 해보는 수밖에. 이번달도 나만 아는 디스플레이 변경 완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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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게의 낮과 밤


#알아가는 독서모임

6월 독서모임 책은 랩걸이었다. 미국의 학구적(?) 문화를 잘 몰라서인가, 저자 화법이 어색해서인가 아니면 번역 때문인건가, 자연과학이 너무 생경해서인 쓱- 읽히진 않았다. 그래도 새로운 장르를 접했고 여성과학자를 알게 된 것은 좋았다. 이번 모임은 아무도 책을 다 읽고 오지 않아 오만삼라만상 수다타임을 즐겼다. 이렇게 놓을 때도 있어야지, 암요. 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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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들기 워크숍

책가게에서 해보고 싶은 모임 중 나만의 책만들기가 있었다. 적절한 시기를 보다가 프로젝트 지원사업 선정에 힘입어(!) 본격 모집을 했고 예상보다 빨리 신청자가 마감되었다. 첫 모임날. 남원 뿐만 아니라 산청, 함양, 전주에서도 오셨다. 첫 모임 후 어떤 책들이 나올지 기대되는 한편 내 책 만드는 김에 함께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한 가벼운 마음이 살짝 변경되었다. 뭐랄까, 어깨에 책임감이 실린 것 같은?! (안돼, 안돼,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야 해! ㅎㅎ) 어쨌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마감이 있으면 나오게 되리라 믿고 있다. 남 책 고민할 때가 아니다. 내 책 내용도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으니... 일단 나부터 잘해봐야지.


#아무튼 2018.6 다사다난하게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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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밥먹는 삼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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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고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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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만든 빗자루 내가 그린 그림
IMG_5573.jpg 능소화가 핀다는 것은 여름이 시작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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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자주 보는 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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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받은 선물들_감사합니다!
IMG_5561.jpg 오늘도 무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