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가 빠른편

- 아무일도 할 수 없어 주식을 합니다.

by 퇴사자 김부장

1. 현대* 종목 15주를 꼭지점에서 매수하였다. 체감상 몇날며칠, 열흘전후(?)를 버텼다.

차트가 후두두둑 떨어지기에, 좋다. 일년짜리 정기예금 가입했다 생각하자.

넉넉잡고 1년은 버텨보자. 하루에도 몇번씩 머리는 나를 달랬다.

훅 떨어졌다 아주 조금씩 오르는 무한대 반복의 시간을 견디다 더는 견디기 힘든 지점이 왔다.

(그 고비를 넘겼어야 했는데.) 어느 거래일 아침 현대* 이름 석자를 한없이 노려보다 매도하였다.

현대*를 내가 매도하고 돌아선날, 현대* 차트는 서서히 움직여 상승하였다.

나의 본전까지는 아니지만, 본전직전까지 상승하였다.

오르는 차트의 모습은 차라리 경이로웠다. 나의 빰을 후려쳐주고 싶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2. 파미* 제약회사 종목을 매수하였다. 하루 차트의 흐름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었다.

급등도 급락도 없이 그저 상승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장 중에 매수하였다.

매수 후 아주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내가 매수하고 돌아섰는데, 수직선을 그리며 급락하는 것이다.

이정도면 주식이 나를 싫어하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날 하루 차트의 움직임을 보았으니 기다렸다.


솔직히 주식거래에 한번 매수되고나면 기다리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시간을 태우며, 기도하며, 바라며, 쩔쩔매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루 차트의 움직임을 믿고 기다리며 버텼다. 오후 3시13분 장이 마감하기 직전까지.

내일까지 버텨볼까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파미* 종목에 버티면 나머지 거래대금이 없었다.

나는 주식을 하루벌어 하루팔아 먹고 산다.

가슴을 쥐어짜며 매도하였다. 오후 3시 14분경에...


애프터마켓에서 파미* 종목의 수직상승선을 마주보게 되었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나의빰을 후려쳐주고 싶었다.


아무일도 할수없어 나는 주식으로 생계벌이를 한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주식으로 어떻게 생계를 해결하나, 그러다 쪽박차기 십상이지라는걸 알지만

현재 나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주식이다.


하루 반찬값을 벌려고 국장에 들어갔다.

때로는 반찬값을 벌기도 하고, 현대*, 파미* 종목처럼 손실을 감당해야하는 날이면 절로 눈물이 난다.

나는 취미삼아 주식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지육신 멀쩡하고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바깥세상으로 나가 돈벌이 밥벌이를 할 것이다.


암 수술을 세번하고 쿠싱증후근을 앓고 척추골절을 앓고 났더니 키가 14cm 줄었다.

림프부종으로 양쪽 다리가 온전치 못하다. 두 팔을 놓고 혼자서 걷는 일에 제약이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집에서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찾았고 생각해낸게 우선 주식을 하는 것이고,

함께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쓴다. 공모전 참가도 하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도 송고한다.

이번에 오마이뉴스에서 원고료를 \510,400(원) 지급받을 예정이다. 우선 지금은 그렇게 산다.

주식하고 글 쓰고, 스마트스토어 운영하고...


아직은 글에서만 약간의 수익이 나고 있는 상태일뿐 보통의 생계벌이를 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이렇게 주식에서 손실이 날때면, 그것도 나로 인해 손실 나지 않아도 되는 지점에서 손실이 날때면

나의 빰이라도 후려치고 싶다. 눈물이 나도록, 정신이 번쩍 들도록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이면 나는 또 국장에 입장을 하여야 한다.

잃지 않으려고 주식을 하고, 하루 반찬값 겨우 벌어가려고 주식을 한다,

그러니 주식이여! 나를 너무 싫어하지 말아 주기를...


없는 돈 그나마 지킬 수나 있게 도와주기를,

우리식구 저녁반찬이나마 살 수 있게 도와주기를...


3. 네이버에서 메일이 도착하였다.

스마트스토어에 올려둔 상품 중 3개의 상품에 관하여, '운영규정위반'에 해당되는지를 영업일 기준

3일내로 컴토하여 통보하겠다는 내용이다.

검토결과에 따라 운영기준을 어기지 않았으면, 스마트스토어내 상품노출이 정상적이게 되고,

운영기준 미달에 해당된다는 검토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따라 상품은 더이상 스마트스토어에 전시될 수

없다고 한다.


매일 새벽 2시반에 일어나 상품을 소싱하여 스마트스토어에 업로드 했었다.

한개의 상품을 업로드 하는데 수분이상의 시간들이 소요된다.

아직 검토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노출이 안된다 통보가 온 것도 아닌데,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상품을

삭제하였다. 카테고리에서도 깨끗하게 상품을 삭제하였다. 마치 벌레를 치워내듯, 깔끔하게 없애버렸다.


상품 3개를 삭제하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검토결과때까지나 기다려볼껄...


나는 매사 포기가 너무 빠르다. 진득하게 진중하게 기다려 낼줄을 모른다. 버틸줄을 모른다.

빨리빨리 상황을 해결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좀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고만 한다.

맞서지를 못하고, 때론 항의 하지도 못하고, 나의 의견을 말하지도 못한다.

그저 지우고, 없애는 일에 급급하다. 정신없이 삭제하고나니 정신이 들었다.


계속해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보면, 나의 주식하려고 모아둔 시드머니는 곧 바닥이 날 것이며,

하루 반찬값조차 벌어들이지 못할 것이다.


포기 아니고,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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