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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Nov 08. 2022

무심

사랑이 너무 작아지는 오늘.

나는 약을 먹다가 사래에 걸려서 기침을 하는 일이 잦다.

어릴 때부터 알약을 잘 못 먹던 습관이 남아서 인지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지금도 난 알약을 먹는 게 너무 힘이 든다.  약을 먹다가 무사히 넘어가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약을 먹는 일은 늘 고역이다.


어제도 그랬다. 저녁 약을 먹다가 사래에 걸렸다. 그런데 유독 심하게 걸렸는지 기침이 멈추지를 않았다.

정말 심각했는데 남편은 너무나도 무심한 눈빛으로 나를 한번 보더니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결국 기침이 멈추질 않았고 저녁 먹을 걸 다 토하고 나서야 기침은 멈추었다. 토를 시작하고 나서야 남편은 걱정하는 듯  등을 몇 번 두둘겨 주었다.


다 토하고 나서 남편을 찾았다. 남편이 나를 부축해주었으면 하고 바라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았다. 힘들게 몸을 일으켜서 입을 헹구었다. 방금까지 등을 두들겨 주었는데 어디 갔지 하면서 방을 보았다. 남편을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순간 서운한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가 있는 거 없는 거 다 토하고 있는 그 순간 남편은 침대에 누운 것이다. 그 무심함에 치가 떨렸다. 등을 몇 번 두들겨 주었으니 당연히 옆에 있어 줄거라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과 어리석이 부끄러웠다. 나의 아내는 늘 저러지, 그러니 오늘도 저러는구나, 하는 그 안일함이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난 하루 동안 입을 닫았다. 과연 남편의 본인의 무심함과 안일함을 알까?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그 사랑이 너무 작아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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