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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Jan 26. 2023

정적

서로에게 쉼을 허락하는 시간

우리 집은 종종 정적이 흐른다.

텔레비전 소리나 유튜브 등의 휴대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집에선 정적이 흐른다. 남편과 나는 밖에서는 말이 많지만 집에서는 말이 없는 사람들인지라 둘이 있을 때 대화가 늘 없다.

우리에게 집은 각자의 휴식 공간일 뿐, 소통의 공간은 아니다.

우리들의 소통의 공간은 차 안이다. 어디 가면서 차 안에서 우리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한다. 오해했던 부분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입장을 정돈해서 이야기한다. 운전 중인 것도 있고 차 안에 단둘이 있는 환경을 주는 단란함 때문인지 대화의 대부분은 의견을 충돌보다는 수용 쪽으로 많이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는 차 안에서 서로의 속내는 많이 털어놓고 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집은 우리에겐 휴식 즉 쉼의 공간이다. 그래서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고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각자의 시간에 맞게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우리 집에는 정적이 종종 흐른다.

처음에는 그 정적이 어색해서 남편과 대화를 시도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난 너무 지쳤다. 쉬지 못하니 서로에게 마이너스였다. 이젠 서로를 위해 잠시 서로를 내려놓는다. 방해하기보다는 이해하는 시간 속에 우리는 오늘도 각자 그 정적을 즐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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