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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선 Jul 10. 2023

양보는 왜 해야 하나요?

지난 주말 유치원 친구와 함께 키즈카페에 다녀왔다.


유치원 단짝이라서 수월하게 시간을 보내다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린 마음 아윤이는 또 무엇에 수가 틀렸는지 친구의 제안을 뿌리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덕분에 나는 그 친구 엄마에게 우리 아이의 사회성이 어떻고 사실은 놀잇감에 집중하느라 친구말을 못 듣는 거고 등등 부연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더불어 죄송해요 우리 아이가 많이 배워야 해요 라는 말을 덧붙여가며.


집에 와서 보니 아이 친구 엄마에게 변명을 가장한 우이 아이 욕(?)을 하고 온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너무 사과한 건 아니었나, 우리 아이 이미지는 앞으로 어쩌나 하는 생각등이 후회로 돌아왔다.


사실 우리 아윤이는 좋게 말하면 혼자서 노는 걸 선택하는 아이였다. 타고나기를 부끄러움이 많고 마음이 여려서 굳이 힘들어 다른 친구에게 다가가기보다는 혼자 노는 것이 더 마음 편한 아이. 내가 왜 그렇게 잘 알고 있느냐 하면 그것이 내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약간의 고집과 내가 손해 볼지언정 굽히진 않는다 라는 모습까지 닮아버린 탓에 이 작은 6살 아이에게는 사회생활이 그저 즐겁지만은 않아 보였다. 친구를 만나며 얻는 즐거움보다 견뎌야 하는 불편함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6살 유치원에 가면서 단짝친구가 생겼다. 내 눈에 그 아이는 친구에게 잘 맞춰주고 성품이 온화한 그런 아이였다. 내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에게 잘 맞춰주어 고마웠지만 종종 아윤이가 고집을 부릴 때면 그 친구도 마음이 상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평소에 그런 마음이 쌓여 그 아이의 엄마 앞에서 아윤이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친구와 장난감을 나누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아윤이를 잡고 이야기를 했다.


"아윤아, 친구랑 같이 놀아야지"

"........."

"같이 놀기 위해 여기 온 거야. 혼자 놀 거면 함께 올 필요가 없어. 네가 친구에게 양보를 하지 않으면 다음에 친구도 너에게 양보를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양보를 하고 친구를 배려해야 너도 다음에 그런 대접을 받는 거야"


하지만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쉽게 엄마의 설명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럼 엄마가 정해준 대로 할 거야? 지금 엄마가 정해주는 대로 하는 게 싫으면 친구랑 어떻게 놀지 둘이 합의를 해"



결론적으로 아윤이가 2분 동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이후에 친구에게 양보하기로 합의를 했다. 1분도 안되어 아이들의 관심은 다른 장난감으로 넘어갔지만.


 

아윤이는 타고나기를 친구보다 현재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그것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친구가 마음이 상할까 걱정되어 자연스럽게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해야 하는 아이. 또 자신의 마음이 불편해지만 모든 행동을 스톱! 하는.. 쉽게 말해 꼬장 부리는 아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아이의 사회생활에 나의 안테나를 열고 있다. 


친구니까 양보해야지 이런 설명은 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네가 양보를 해야 너도 원할 때 양보를 받을 수 있다. 네가 차례를 지켜야 너에게도 차례가 돌아오는 거다. 이런 식의 설명을 하고 있다. 


아이가 커서 사회의 질서에 대해 본인이 납득하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게 되는 때가 분명히 올 것임을 안다. 또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결국에는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아이에게 어떻게 사회생활에 대한 코칭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엄마의 역할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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