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0년간 일본과 얽혀 산 사람입니다. 대학에서 일본을 전공하고, 일본 관련 일을 해왔으며, 도쿄에 2번 주재했습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일본과 일본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거래처의 젊은 일본 직원을 만났습니다. 경제단체에서 농업과 관련된 정책을 맡고 있는 친구입니다. 볼 일을 마치고, 함께 야끼니꾸집에 가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도쿄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이 회사에 취직한 지 얼마 안 된 신참인데, 사이타마현에 땅을 마련해 주말에는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벼농사를 짓는데 텃밭 가꾸기나 주말 농장 수준이 아닙니다. 농업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아는 게 없어서 답답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한번 지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답니다.
2. 그의 말은 망치로 제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일본이 수십 년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 3위를 유지하고, 수많은 강소기업이 건재한 이유가 이런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이구나. 평생 한 우물을 파고,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장인 정신이라는 것의 시작이 이런 거구나. 직장 생활 십수 년을 해온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일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동기 보다 더 빨리 승진하거나, 더 좋은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서였지, 이 친구처럼 일 자체에, 본질에 다가가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많이 있기 때문에 일본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고, 아직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습니다.
3. 부끄러웠습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당신이 내 형님이자 인생 선배이고, 선생님이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일본과 일본 사람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태도가 바뀐 시점이. 두 번의 도쿄 주재 생활을 하는 동안 일본과 일본인, 양국 관계에 대해 진심을 가지고 조금 더 관찰하고,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것들도 좀 더 유심히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이어질 저의 일본 이야기에서 조금이라도 통찰이 있거나, 깊이가 있거나, 다른 시각을 보셨다면, 모두 이 젊은 일본인 친구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