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새해 맞이

얻은 것과 잃은 것

by 이순신서점

1. 2022년 마지막 날입니다.


2. 일본 사람들은 한해의 마지막 날 무얼 할까요? 우선 대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신각종 타종행사를 보러 가듯이 도쿄타워 카운트다운 행사를 보러 갑니다. 그리고 도쿄타워 바로 앞에 있는 절(죠죠지)에 첫 참배(하쯔마이리)를 갑니다. 참배 후에는 소바를 먹지요.


3. 이 날 먹는 소바는 해넘이 소바(도시코시)라고 부릅니다. 평소에는 면을 끊어 먹는 걸 금기시하지만, 이 날 만큼은 면을 끊어 먹습니다. 올 한 해 좋지 않은 일들을 끊고, 새 출발을 한다는 의미에서 끊어 먹는다고 하네요. 날은 편의점에서도 도시코시 특별판 소바를 팝니다.


4. 새해 첫날에는 문에 볏짚으로 만든 장식품(시메카자리)을 걸어 둡니다. 행복과 풍요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모찌떡 같이 생긴 장식품(카가미모찌)을 사다가 집안에 놓기도 합니다. 이 역시 좋은 기운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4. 12월 마지막주와 1월 첫째 주는 빨간 날이 아닙니다만, 모두 쉽니다. 관공서는 별도의 휴일 규정에 따라 연말연초에 문을 열지 않고, 식당들도 거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 일본 여행을 가신다면, 조용한 도쿄에서 불편하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5. 일본인들도 연말 연초 연휴기간에는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같이 지냅니다. 우리와 다른 점은 가족들과 모여도 요리를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3단 또는 5단 반합에 수십 가지 명절 음식이 담긴 오세치 요리를 주문해서 먹습니다.


6. 오세치 요리는 1년 전부터 주문을 받는데, 9월쯤 되면 그해 주문량이 가장 많은 오세치 요리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가 뉴스가 되기도 합니다. 요리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명절 스트레스도 우리보다 덜한 것 같습니다.


7. 그리고 모두 모여 청백가합전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봅니다. 오래된 예능인데, 청과 백군으로 나눠서 하는 노래자랑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실 듯합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술을 한잔씩 하면서 스모를 봅니다.


8. 직장인들은 연말 직전에 종무식을 합니다. 마지막 날에는 과별로 모여서 사무실에서 술을 마십니다. 맥주 또는 사케를 마십니다. 감씨 모양(카키다네)의 과자 같은 간단한 안주도 곁들입니다. 이 시기에 한해 동안 신세를 진 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기도 하는데, 한국 김을 드리면 아주 좋아합니다. 종무식날 술안주로 제격이라고 하더군요.


9. 우리도 연말연시나 명절마다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만, 일본 사람들은 정해진 패턴을 반복하고, 답습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해진 룰을 따르며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쉽게 지겨워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우리와는 조금 다르죠. 가끔은 이런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작년과 같은 올해. 새로움, 활동성, 변화와 열정, 이런 것들을 잃어버린 대신에 일본인들은 편안함, 안정감, 신뢰와 시스템이라는 가치를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10. 올 한해 모두 여기까지 오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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