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즈니스 접대 문화와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by 이순신서점

일본의 접대문화는 우리와 비슷한 듯 다릅니다.


0. 저녁 약속은 최소한 1달 전에 어렌지를 합니다. 번개는 있을 수 없고요. 만찬 하루나 이틀 전쯤에 직접 리마인더 메일을 보내거나, 비서를 통해 참석이 가능한지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동 방법이나 차량정보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주차 사정이 좋지 않아 미리 확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 손님 접대를 위한 고급 일본 식당이라면, 메뉴판이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 이미 주문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석에서 주문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가격이 적힌 메뉴판을 두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손님이 원하면 별도의 메뉴판을 주고, 원하는 음식을 따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2. 2인 이상이 만나는 자리라면, 상대측 여직원이 동석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래처 임원이라면, 임원 비서이거나, 팀 내 여직원일 겁니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 동석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을 배려한다는 표시일 뿐이니까요.


3. 술은 잔에 따라 나오는 경우가 많고, 각자 본인이 원하는 술을 따로따로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십니다. 혹시, 동석한 여직원이 술을 따라 주더라도 피하거나, 놀라지 마십시오. 그들의 예법일 뿐입니다.


4.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메인 코스를 다 먹고 나서, 디저트와 차를 마실 때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별도의 다실 공간이 있어서, 분위기를 바꿔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가 있습니다. 보통 이때 호스트는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동선도 식당의 배려 중에 하나 입니다.


5.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계산서를 따로 주지 않습니다. 계산서는 다음 날 우편으로 이 자리를 마련한 호스트의 회사나 자택으로 보냅니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계산을 하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6. 나오면 작은 선물을 줍니다. 식당에서 만든 디저트나 포장된 요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라면, 종이백은 비 맞지 않도록 비닐 포장이 한번 더 씌워져 있을 겁니다. 세심한 배려에 눈길이 한번 더 갈 겁니다.


7. 밖으로 나오면 아마도 택시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십중 팔구는 검정색 도요타 크라운으로 제국택시(택시 회사명)일 겁니다. 뒷 자석에는 하얀색 커튼이 달려 있을테구요. 은색 차체와 하얀색 커튼의 대비가 무겁지만 중후한 느낌을 줍니다.


8. 에 도착하면, 택시기사는 택시 티켓을 보여주며 사인을 해달라고 할 것입니다. 호스트가 미리 택시기사에게 준 티켓입니다. 법인에서 발급하는 것으로 택시비용은 후불로 호스트 측 회사에서 계산을 합니다.


9. 흔치는 않지만, 호스트가 택시를 같이 타고, 2차를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신의 기대와는 달리 호스트의 집이나 회사 주변의 아주 작은 술집일 겁니다. 그의 단골술집으로 사장님 뿐만 아니라 그 집에 온 다른 손님들과도 아주 잘 아는 사이일 겁니다. 당신을 이곳에 소개했다면, 당신을 정말 배려한 겁니다. 신만의 공간(아지트)으로 당신을 초대했고,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10.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의 집으로 초대받았다면, 당신에 대한 최대의 배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수년간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랜 일본인 친구도 거의 10년 만에 집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습니다.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정말 큰 호의입니다.


11.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 일본인들은 이를 <오모테나시>라고 부릅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프리젠테이션에서 아나운서 타키가와 크리스텔(고이즈미 준지로와 결혼)이 소개해 널리 알려진 말입니다. 일본의 비즈니스 접대 문화는, 오모테나시, 즉,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12. 도쿄제국호텔은 오모테나시를 추구하는 일본 최고의 호텔 중 하나입니다. 이 호텔에서는 장애인들이 호텔을 이용할 비장애인과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먼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비스는 준비되어 있지만, 장애인 손님이 요청하지 않는데, 먼저 배려한다고 나서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장애인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리함 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더 신경 쓰는 겁니다.


13. 모든 비즈니스 만찬이 이런 식은 아닙니다. 간단한 식사 후 역 근처 다치노미에서 한잔 더 한다던지 여러 스타일이 있습니다. 리고 일본 사람 중에서도 친절하고 예의바른 이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 지역 마다 사람들의 기질이나, 문화도 다릅니다.


14. 이들이 배려라고 생각하는 부분 중에 여직원을 동석시켜, 술을 따르게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배려가 지나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하는 부분도 있었구요.


15.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그들의 문화와 예법이니 존경은 아니더라도 존중은 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이곳에서 일본인들과 부대끼며,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한국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모테나시>를 하는 만큼, 그들도 세심한 배려를 우리에게 기대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본인들의 새해 맞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