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잊혀질까 두려워 씁니다
1. 일본에 부임하고 첫 출근하는 날. 저는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2. 첫째, 남의 나라에 와서 나쁜 것만 보고, 흉보지 말고, 좋은 것 많이 보고, 배워서 가자. 둘째, 견문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한달에 한번씩은 일본 곳곳을 여행하자. 셋째, 도쿄의 식당들을 찾아가서, 일본의 술과 음식을 즐기자. 넷째, 이 모든 것을 담아 돌아갈때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서 공유하자.
3. 임무를 마치고 뒤돌아 보니,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면서도 부족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4. 먼저, 처음에는 일본의 모든 것을 좋게만 봤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일본의 못난 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엔 정말 싫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돌아올때 쯤에는 딱 중간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좋지도, 싫지도 않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 딱 들어 맞을것 같습니다.
5. 오끼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일본 구석 구석을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하코네, 디즈니랜드, 교토, 오사카와 같은 관광지 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일본인들만 아는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눈 내리는 백골 온천, 가루이자와에서 자전거 타기, 가나자와-시라카와-마츠모토를 연결하는 별 3개 코스, 청춘18 티켓 끊어 행선지 없이 기차 타기 등
6. 접대가 일의 일부다 보니, 여러 식당을 찾아 다녔습니다. 오래된 맛집(시니세)부터 동네 선술집, 일식 뿐만 아니라 일본식 중식, 프랑스, 이태리 요리집, 맘 먹고 찾아갔다가 실망한 유명 레스토랑과 길을 잃어 아무데나 들어갔다가 발견한 편안한 요리집, 혼자 먹기, 카운터 파트와 둘이 먹기, 단체로 회식하기. 맥주, 보리소주, 고구마소주, 사탕수수 소주, 밤소주, 사와, 하이볼. 최고는 목욕하고 맥주 한잔.
7. 이 모든 것을 담진 못했지만, 책을 한권 썼습니다. 진지한 전문서적입니다. 신문에도 실리고, 4주간 해당 분야 탑100에도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더군요. 여러 이유로 하고픈 말들을 다 못했습니다. 몇년간 잊고 살았는데, 기억이 가물 가물해지면서 잊혀질까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쓰자고 맘 먹었습니다.
8. 첫 책에 실지 못한 잡다한 이야기, 소소한 즐거움, 단편적 생각들을 엮어서 <일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 합니다. 주제를 잡아 적은 글이 아니기 때문에 산만할 겁니다. 다 모인 후에는 큰 가닥을 잡아 다시 정리하여 브런치 북으로 출간하겠습니다. 구독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