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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Apr 13. 2020

인생수업

'이해'라는 단어를 통해 배운 것들.

브런치에서 글을 읽다 보면, 유명하신 분들의 글도 접할 수 있다.

'법륜스님'이 그랬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읽다 보니,

나 또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법륜스님의 가르침이 좋아서, 찾아 읽게 된 책.

'인생수업'의 소중한 표현들을 적어본다.


[인생수업_법륜 저_휴 출판사]


1) 시한부 인생

 어떤 분이 1년밖에 못 산다는 시한부 인생의 판정을 받았을 때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는 '1년밖에 못 살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1년밖에 못 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괴롭게 살다가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생에서 하루를 산다, 이틀을 산다, 한 달을 산다, 1년을 산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만약 1년밖에 못 산다면, 죽음에 사로잡혀서 괴로워할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남보다 10배 더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그동안 남에게 신세 진 것도 갚고, 칭찬 못했던 것도 좀 해주고, 영원히 살  것처럼 움켜쥐었던 것도 베풀고, 이런 식으로 1년을 정말 기쁘게 산다면 그게 남은 인생을 정말 잘 사는 겁니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만 죽음의 순간은 언제 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을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가 있습니다.

 인생이란 게 오래 살고 싶다고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다 죽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오래 살겠다는 집착을 놓아버리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서 오히려 더 오래 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2) 치매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서 옛날 기억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겁니다. 이게 바로 치매의 특징입니다.

 어머니가 어릴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식이 흐려져서 그런 거니까, 그냥 '어머니가 연세가 드셨구나, 어린 시절이 그리우신 거구나.' 생각하면서 어머니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면 돼요. 꿈을 꾸듯 하는 이야기를 잘했니, 못했니, 고치라느니 따질 일이 아닙니다. 상대는 무의식에 빠져하는 이야기인데, 괜히 거기에 시비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치매기라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서 5살, 7살짜리가 되어 엄마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겁니다. 8살짜리가 되어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할 때는 "네, 친구가 보고 싶으세요?" 해야지, "죽은 친구가 뭐가 보고 싶어요?" 이렇게 따지면 안 됩니다. 그냥 "그레세요, 네." 하고는 차 타고 한 바퀴 돌다 들어온다든지 하면 됩니다.


3) 자살

 자아의식이 현실의 자기를 죽여버리는 게 자살입니다.

 또한 우리는 상대에 대해서도 상을 그립니다. 가령 '내 애인은 이런 사람이어야 해'라는 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의 애인이 이 기준에 못 미치면 불만스러워지고 보기 싫어집니다. 그럼 헤어지면 되는데, 상대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살인입니다. 자살이나 살인이나 다 자기가 그러고 있는 상에 근본을 두고 현실을 부정하는 겁니다.

 살인과 자살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일어납니다. 상대(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의 어떤 생각에 기준을 두고 "너(나)는 이래야 하는데 이렇지 못하다. 넌(난) 나쁜 놈이다. 너(나) 같은 놈은 없어도 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내치는 방법으로 첫째는 "꼴도 보기 싫어." 하다가 "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되면, 상대(나)가 영원히 나타나지 않게 살인(자살)을 합니다.

 자살은 살인과 동일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을 뿐입니다. 더 나아가 불특정 다수에 대해서 "나만 죽기 억울하니까 너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쪽으로 가기도 합니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되는 겁니다.

 이제 자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자아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자아의식에 맞게 현실의 자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 자아의식이 허위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걸 버림으로써 현실의 자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 오히려 문제가 해결됩니다.


4) 불효

 부모가 돌아가신 뒤 제일 서럽게 우는 사람도 바로 불효자입니다. 살아 계실 때는 찾아뵙지도 않다가 돌아가시고 나면 아쉬워서 울고불고하는 거예요. 효자는 안 웁니다. 평소에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울 일이 없거든요. 돌아가신 뒤에 소란스럽게 묘를 크게 쓴다든지 제사상에 음식을 많이 올린다든지 해봐야 돌아가신 분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 찬물 한 그릇이라도 떠서 드리는 것이 효도이고, 돌아가시거든 "안녕히 가세요."하고 편안히 보내드리는 것이 진정으로 부모를 위한 길이고 진정한 천도입니다. 설사 아쉬움과 후회가 남았더라도 이미 지난 일이니 털어버리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나 떠난 사람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누구나 영원히 살 수는 없습니다. 살아서는 이런저런 병도 걸립니다. 운다고 병이 나을까요? 죽지 않을까요? 그러니 부모님이 아프시면 밥이라도 한 끼 더 해드리고 청소라도 한 번 더 해드리고 조금 더 웃어드리는 게 좋습니다. 부모가 아프다고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면서 울기만 하면, 부모도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내일 돌아가시더라도 오늘은 생글생글 웃어야 남은 시간을 웃다가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5) 원수

 누군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게 다 좋은 건 아닙니다. 특별한 관계를 맺으면 서로 기대하는 게 많아서 오히려 원수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원수는 남하고 되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부부간에 원수가 되고, 부모 자식 간에 원수가 되고, 형제간에 원수가 됩니다. 남하고 원수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부부가 원수 되어 이혼하면 전화 한 통 안 합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재산 문제 등으로 마음이 틀어지면 찾아보지도 않습니다. 또 형제간에도 유산문제로 갈라지면 서로 얼굴도 안 봅니다. 가깝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하고 바라는 게 있는데 그걸 못 채우니까 원수가 되는 거예요.


6) 부모와의 다툼

 나이 든 부모님은 변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이해하고, 부모님이 얘기하면 뭐든지 "예, 알았습니다."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얘기하는 걸 자식이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럴 때는 안 하면 됩니다. 미리 안 하겠다고 싸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에요.

 "너 다음 주에 와라."

 "예, 알겠습니다."

그러고 바쁘면 안 가면 됩니다.

 "이번 주에 바빠서 못 가요, 왜 자꾸 오라 그래요."

이러면서 부모에게 짜증 내지 말라는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란 말은 부모님 마음을 알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고, 일이 있으면 "죄송합니다."하고 안 가면 됩니다. 내 생각을 고집해서 굳이 부모와 다툴 필요가 없어요.


7) 직장에서의 다름

 직장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일할 때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겁니다.

 '저 사람이 살아온 배경이나 처지, 조건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상사라는 조건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이해하면,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우선 자기가 편안해지고 서로 화합하는 데서 도움이 됩니다.

 직장생활에서 분별심이 강한 경우에는 '저 사람과 내가 다르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두 가지를 늘 자기 내면에 암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못 견디고 스스로 뛰쳐나오기 쉽습니다. 정확하게 빡빡한 성향이 일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그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함께 일하기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8) 단풍처럼 나이 들기

 우리의 인생도 나고 자라고 나이 들어가는데, 잘 물든 단풍처럼 늙어 가면 나이 듦이 결코 서글프지 않습니다. 자연이 변화하듯 편안하게 늙어가면 그 인생에는 이미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듯 아름답게 물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등바등 늙지 않으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노후를 아름답게 잘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마저도 없이 변화에 순응하는 겁니다.

 잘 물든 단풍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나침'을 경계해야 합니다. 과욕을 부리지 않아야 하는데, 나이 들어 과한 것은 항상 부작용이 따릅니다. 젊을 때는 무리해도 금방 회복이 되지만 나이 들어서 지나치면 이겨내지를 못합니다.

 나이 들면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되고, 젊을 때처럼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젊을 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 "젊은이가 용기가 있고 의욕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또 큰 욕심을 내어서 무엇을 하려 하면 세상 사람들이 "포부가 크다"라고 말해줍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생각을 하면 노욕이라고 하는데, 좀 추하게 욕심을 부린다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젊을 때는 격렬하게 주장해도 결과가 좋은데, 나이가 들면 어떤 주장도 격렬하게 하기보다 평화적으로 설득하고 점잖음을 유지해야 나도 좋고 세상에도 이익이 됩니다.


9) 잔소리

 어릴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걸 좋아합니다. 웬만해서는 나무라지도 않고 보듬어주니까 좋아해요. 그런데 커가면서 싫어하게 되는데, 그 이유 가운데 첫 번째가 바로 잔소리입니다. 나이가 들면 어딜 가든 젊은 사람들에게 훈계하느라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반복하면 듣기 좋아할 사람은 없어요.

 어린 아이나 젊은 사람이 재잘재잘 말을 하면 귀엽다고 하지만, 나이 들어서 말이 많으면 잔소리가 많다고 다 싫어합니다. 그래서 말을 줄여야 하는데, 특히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왜 잔소리와 간섭이 늘까요? 늘 옛날 기준으로 보니까 못마땅한 것이 많이 보여서입니다. 또 살아온 경험이 많으니 젊은 사람의 미숙함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러니까 자꾸 훈수를 두고 싶어 하는 거예요.

 노인이 자기 인생을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 해요. 밥 먹으라든지 어디 가자든지 하는 의사전달은 하되, 자식의 인생에 간섭하는 얘기, 잘했니 못했니 시비 분별하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잔소리와 간섭을 안 해야, 자식과 같이 살아도 늘 보살핌을 받습니다.


10) 자식 원망

 자식은 나이가 들면 독립시켜서 내보내는 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새가 새끼를 낳아서 날려 보냈는데 나중에 어미새가 자식이 안 찾아온다고 원망하지 않습니다. 돼지도 새끼 낳고 소도 새끼 낳고 개도 새끼 낳아 키워도 새끼를 원망하는 경우는 없어요.

 자식을 독립시키려면 부모가 중심이 서야 합니다. 집에 찾아가 돈 내놓으라고 하는 것만이 간섭이 아니고 잘해주는 것도 간섭이에요. 손주를 봐줄 때도 집착하면 나중에 갈등이 생깁니다. 이웃집 아이 돌보듯이 집착 없이 돌보면 고마워하지만, '내가 키웠다'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 거기에 또 기대가 생겨서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아무리 사랑하고 헌신하며 키웠다 해도 내 품을 떠난 뒤에는 기대와 집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내 자식을 효자로 만들고, 지난 내 인생도 보람 있게 만들고, 나도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책장을 덮으며]

 누군가에게 삶에 꼭 필요한 조언을 해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통찰력이 있을 때 균형 잡힌 조언이 가능하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의와 '인생수업' 책은 그런 의미에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인생에 대한 조언처럼 들린다. 종교를 떠나, '삶과 죽음', '부모와 자녀', '갈등과 이해' 등, 우리 주변에서 항상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인생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듣다 보면, 보다 인생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또한 현재를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부모와 자녀, 더 나아가 주변 동료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야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모두 소중한 표현이지만, 이 책의 핵심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나는 '이해'라고 생각된다.


 혹시라도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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