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cks stops here.
2017년 여름은 뜨거웠다.
회사의 제도 개편은 일부 직원들의 반발을 가져왔고, 그로 인한 업무 거부 사태가 발생했다.
회사의 연락을 받고
나는 현지로 급파되었다.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 다른 이야기가 들려왔다.
‘회사의 대응방안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왜 본사 직원이 내려가 있느냐? 뭐하는 직원이냐?’
이런 내용이었다.
여기까지가 이 회사 생활의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걸음으로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다.
회의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나니,
더욱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회의실에 들어섰다.
예상대로 회의실에는 수많은 임원분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내 예상과 달랐다.
모두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다.
회의가 끝나고 내가 모시는 임원분께서 말씀해 주셨다.
“도대체 누가 너를 보냈냐고 물어보더구나.
그래서 내가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보냈습니다.”
그 한마디가 나를 살려주었다.
임원 분도 쉽지 않은 결정을 하신 것이다.
당신께서 나를 보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분은 “제가 보냈습니다”라는 말로
나를 지켜주셨다.
당신께 피해가 갈 수 있었지만,
그분은 나를 지키고자 그렇게 말씀을 해주셨다.
결론적으로 그 일은 잘 마무리되었고,
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까지 했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상황에서 나를 지켜준 그 한 마디.
“제가 보냈습니다”
나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기면,
“누가 그렇게 하라고 그랬어?”라고 되물으며,
책임에서 빠져나간다.
책임과 선택의 순간이 되면,
2017년 여름의 그 날이 생각난다.
나를 지켜준 그분의 한 마디가 생각난다.
그 이후로 내 인생의 좌우명은
미국 제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집무실에 쓰여 있던,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가 되었다.
대부분의 책임자는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 임원분은 책임감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셨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책임감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회사생활이 힘들어지면 생각나는 그 한마디.
“제가 보냈습니다.”
나를 지켜준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