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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Sep 14. 2020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커피로 전해진 그 마음

나는 회사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주변 동료들은 한 여름에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이스 라떼를 마셨다.


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 것은,

“제가 보냈습니다.”라고 말씀하신 그 임원분을 모시고 난 이후부터 이다.

https://brunch.co.kr/@azafa/176


 그분은 ‘와인’과 ‘커피’에 조애가 깊었다.

 일 년에 2~3번은 직원들은 집에 초대하여 직접 파스타를 만들어 주셨고, 구경도 하기 힘든 와인을 따라 주시며 설명해 주셨다.

 아침이면 직접 볶은 커피를 가져와서, 직원들에게 모닝커피를 내려 주셨다.


 그분은 항상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드셨다.

점심 식사 후 다 같이 커피를 고르며,

“커피는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라고 여쭤보면 대답은 늘 똑같았다.

“나야 항상 따뜻한 아메리카노지.”




시간이 흘러, 그분께서 회사를 먼저 떠나게 되셨다. 회사를 떠나기 직전, 그분은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인사야. 내가 왜 항상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는지 아니?”

“어... 잘 모르겠습니다 ;; ”


“내가 항상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것을 인사 너는 알고 있잖니.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내 커피를 준비할 일이 있을 때, 인사 네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지.”

“임원분 것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준비된 커피를 내가 보며,

“이야~ 누가 이렇게 센스 있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준비해 주었데?”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너를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될 거야. 나는 그것을 바랐단다.”


 실제로도 그랬다.

 사람들은 나의 말은 일개 실무자의 의견으로 흘려듣지 않았다. 임원분의 의중이라 생각하며 내 의견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내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혹자는 임원분 믿고 설친다며 나를 나쁘게 평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도 그 임원 분도 항상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서 일했다.


 임원분의 믿음은 내가 일을 할 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혹시라도 내가 잘 못된 방향으로 업무를 하고 있으면, 절대로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나무라지 않으셨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따로 업무의 방향을 수정해 주셨다.


 임원분께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드신 또 하나의 이유를 덧붙여 주셨다.

 “물론 대부분 내가 밥도 사고 커피도 사긴 하지만, 너희가 커피를 사는 경우도 있잖니. 나는 아메리카노로 충분한데 굳이 너희들이 비싼 커피를 사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너희들은 한참 저축하고 투자해야 할 나이인데, 커피값으로 큰 지출할 필요 없잖니?”




 시간은 흘렀고, 동료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 내가 밥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나면 동료들이 커피를 사는 경우가 생기는데, “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실게요~”라고 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인사님. 여름인데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 괜찮으시겠어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드시던 그 임원분의 마음이 생각나 가슴이 따뜻해진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에서도 나의 위신을 세워주시고, 부하직원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주시던 따뜻한 그 마음이 생각난다.


 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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