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함께 하는 것.
신입사원 자리는 정해져 있었다.
프린터 옆 자리는 신입사원 지정석이었다.
부장님은 인쇄를 참 많이 하셨다.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하셨다.
모니터로 서류를 보는 일은 없었다.
항상 인쇄해서 서류를 보셨다.
프린터가 움직이면,
당연한 듯 결재판을 준비했다.
결재판을 준비하면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
“인사씨. 출력된 것 좀 가져다줘.”
꼰대 부장님은 항상 시켰다.
두 번째 회사는 Paperless 문화를 추구한다.
그 점이 참 좋았다.
그런데 한 번은 팩스 심부름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팩스 심부름을 하는데,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팩스는 직접 보내지...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속으로 투덜거렸다.
올 한 해.
전국 70곳이 넘는 현장에
매월 물품을 보냈다.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 사람이
지하창고에서 70개가 넘는 택배를 보내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사무업무가 쌓여 있지만,
그렇다고 택배를 누가 싸주지도 않는 법.
조직장은 예전 부장님처럼
시키기만 했다.
본인이 시킨 일은 왜 안되어 있는지,
택배 보내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기한 내에는 누군가는 보내야 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 물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솔선수범.
‘리더가 모범을 보인다.’라는 의미도 있다.
나는 ‘리더가 함께 한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꼰대는 시킨다.
투덜이는 한다.
멘토는 함께 한다.
지하 창고에서 택배를 보내며,
솔선수범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