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입문 중

by 책인사

4년 전, 나는 자전거에 입문했다.

당시에는 40만 원도 비싸다고 생각했기에,

저렴한 자전거로 입문했다.

이제는 400만 원도 가성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니, 나도 자덕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자전거는 개미지옥이다.

자전거를 준비했다면, 헬멧은 반드시 필요하다.

헬멧은 종류도 많고, 등급도 다양하다.

내 자전거 가격과 비슷한 멋진 헬멧을 쓰고 싶지만,

현실은 버섯돌이 헬멧이다.

정확하게는 큼직한 내 머리가 들어가는 헬멧을 쓰고 있다.


자전거는 의류도 중요하다.

자전거는 바람에 취약하기에,

몸에 달라붙는 자전거 의류를 입으면 좋다.

자전거 의류도 한 벌당 내 자전거 가격이다.

심지어 의류는 계절이 바뀌면 새로 사야 한다.

겨울 의류는 특히 더 비싸다.


안전을 위해서는 장갑도 필요하다.

안전한 야간 라이딩을 위해서 전조등과 후미등도 필요하다. 바람과 벌레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글도 필요하다. 다리의 힘을 정확히 페달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클릿슈즈와 클릿 페달도 필요하다. 속도와 파워, 그리고 지도를 제공하는 속도계와 파워미터도 있다면 좋다. 가볍고 경쾌한 주행, 그리고 항속성 유지를 위해서는 카본 휠셋도 있으면 좋겠다.


제대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은 이처럼 많다.

가볍게 타려고 했던 자전거인데,

어느덧 수백만 원으로도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초심을 유지하기로 했다.

입문자의 마음으로 즐기기로 했다.

장비는 갖추지 못하더라도,

자전거를 즐기는 마음만큼은 잊지 않았다.




자전거는 인생을 닮았다.

우리는 종종 초심을 잃곤 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좋겠다고 했는데,

어느덧 주변 환경을 탓하고는 한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서 핑곗거리를 찾는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자전거가 생기면,

기변병이라는 파랑새 증후군이 찾아온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한다.


그래서 나는 4년째 입문 중이다.

나는 내 자전거가 좋다.

부담 없이 탈 수 있고,

적당히 잘 달리는 내 자전거가 좋다.

새벽 라이딩의 상쾌함을 알게 해 준,

퇴근길의 멋진 야경을 선물해 준 내 자전거가 좋다.


인생은 큰 집에 살거나,

좋은 차를 타야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은 물질적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4년째 입문 중이다.

입문자도 충분히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입문용 자전거도 새벽의 상쾌한 공기,

퇴근길 멋진 야경은 함께 누릴 수 있다.


내가 갖지 못한 자전거보다,

내가 자전거와 함께 즐기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나는 4년째 자전거 입문 중이다.

인생은 40년째 입문 중이다.


인생은 자전거를 닮았다.


[평페달 입문 자전거로 즐기는 라이딩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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