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Jan 18. 2022

스톡옵션을 받으면 부자가 될 줄 알았다.

부자가 되는 행복한 상상은 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스톡옵션 보유자다.

스톡옵션은 보통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스톡옵션 대부분이 통상 2~4년 정도의 의무 재직기간을 설정하고, 근속기간에 따라 주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나는  재직기간을 거의  채워가고 있다. 아마 회사도 놀랐을 것이다. 이런 험난한 회사에서 4년의 시간을 버텨나며, 기어코 스톡옵션을 받아내는 나의 악착같은 모습에.


 4년 전, 스톡옵션 대상자가 되었을 때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싸구려 자전거를 타고 한강 자전거 길을 누비며 ‘강남 어디에 살지?’라는 행복한 고민도 했다.


 조기 은퇴도 꿈꿨다.

‘강남 아파트를 30평대 정도로만 사고, 남는 돈으로 꼬마빌딩을 하나 사자~! 그러면 월세도 받고, 조기 은퇴도 할 수 있을 거야. 지긋지긋한 회사 상사의 욕받이 노릇도 이젠 끝이다!’라는 생각에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회사에 스톡옵션이 없는 직원을 보면, 왠지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밥도 잘 사주고, 커피도 많이 사줬다.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주당 10만 원은 할 것이라고 생각한 주가는 반의 반 수준도 안된다. ‘혹시 주가가 마이너스 금액도 가능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가는 무섭게 빠지고 있다.

 세금은 더 무섭다. 당장 손에 쥔 것이 없어도 스톡옵션으로 인한 근로소득세가 엄청나다. 근로소득세를 많이 내면 고소득자인 것 같은데, 지금 나는 세금 미납의 위기에 처해 있다. ‘스톡옵션 팔아서 강남으로 이사도 가고, 수입차도 한 번 타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스톡옵션 세금을 내기 위해 하나뿐인 자동차도 팔아야 할지도 고민이 된다. 정해진 기한 내에 세금 마련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다.


 그렇다고 세금을 내기 위해 스톡옵션을 팔자니, 하루가 다르게 최저가를 갱신하는 주가가 야속하다. 이 가격에 스톡옵션을 팔고, 근로소득세와 양도세를 내고 나면 정말 남는 게 없을 것만 같다.




 스톡옵션 받으면 부자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주인의식을 갖으라고 나눠준 주식은, 주인을 더욱 의식하며 일하게 한다.

(설마 회사가 이런 것까지 계산한 것이었다면,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나는 회사 일을 더욱 열심히 하기로 했다.

스톡옵션 받는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부자가 되는 꿈을 잠시 꾸었던 것 같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내일을 준비한다. 회사에 충실하자. 회사가 잘되게 해서, 주가를 높이자. 그러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은행도 한 번 다녀와야겠다. 세금 내려면 마이너스 통장이 필요할 것 같다.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다. 혹시 소득이 부족해서 신용대출이 안 된다고 하면 은행 대출 담당자님께 꼭 말씀드려야겠다. 저 스톡옵션 보유자예요!라고.


스톡옵션, 빛 좋은 개살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