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3년 전 서울로 이사를 왔다. 경제 사정상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선택한 구축 아파트는 나쁘지 않았다. 리모델링도 새로 했기에 내부도 깔끔했다. 지하철역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아이들의 초등학교, 어린이집도 가까웠다. 나는 만족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아파트는 언덕 위에 있었다. 집에 오는 길은 본의 아니게 운동이 되었다. 아이들 놀이터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바로 옆 신축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놀이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로 옆 신축 아파트 단지에 출입문이 설치되며, 아이들은 한동안 놀이터를 가지 못했다. (+벽을 쌓고 산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더 멀리 있는, 더 좋은 아파트에 놀이터 원정을 다니게 되었다. 놀이터 원정을 다녀오며 첫째 아이에게 물었다. “첫째야. 이 아파트 살고 싶어?” 아이가 답했다. “응. 친구들도 이 아파트에 많이 살아. 학교도 도 가까워. 나 이 아파트 살고 싶어.” 아이에게 약속을 했다. “동생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에 우리 이 아파트로 이사오자. 아빠가 그렇게 해줄게.”
다음 달이면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3년간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첫째가 바라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주거 환경이 쾌적해지니,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동안 집들은 뭔가 하나씩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이 집은 모든 여건이 좋은 것 같다. 특히 첫째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마흔 살에는 ‘한강 뷰 아파트’에 살기로 했지만, 목표기간을 마흔 살이 아니라 40대로 수정해야 할 것 같다. (+30살의 약속)
어찌 되었든 스스로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수고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