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지 않고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이 자주 발생하던 동료가 있었습니다.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당해 징계를 받기도 했고, 거래처 담당자들에게도 훈계를 하다가 회사로 고충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직원을 면담하면서 박재연 소장님의 '말이 통해야 일이 통한다' 책을 선물했습니다. 해당 직원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더로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에게도 진정성, 화, 소통 등의 중요한 키워드를 알려주었던, '말이 통해야 일이 통한다'의 소중한 표현들을 옮겨봅니다.
지금 당신 앞에 누군가 있다면 그를 속으로 판단해 보세요. 잘 아는 사람이든 아니든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속으로 질문해 볼까요? 지금 그 상대를 판단한 내용들 중 얼마큼이 진실에 가까울까요? 그 말을 상대에게 한다면 그가 얼만큼 동의할 것이며, 어떤 마음이 들까요? 그 판단이 그와의 관계에 도움이 될까요?
누군가를 움직이기 위해서 힘을 쓰려하면 할수록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관계의 단절과, 조직의 침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누군가로부터 강요나 협박하는 말, 그리고 비교하는 말을 들을 때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자신의 열등감을 생성해 내느라 바빠집니다. 어려서부터 이런 식의 대화를 경험하게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커서 상대의 말을 오해 없이 듣기가 힘들어집니다. 또 이렇게 듣고 자라 온 우리는 우리가 들어온 방식대로 말을 하게 되어 상대에게 아픔을 주기도 합니다. 열등감이 커질수록 우리는 권력과 재물 그리고 학벌에 집착하게 되고, 어떻게든 힘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것은 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며, 비효율적이고 수동적인 복종과 저항만 가져올 뿐입니다. 말을 해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에 대해 부정적인, 혹은 긍정적인 꼬리표를 갖고 마주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왜곡된 해석과 꼬리표는 우리를 기계화하는 폭력적인 힘입니다.
상대로 인해 우리 자신이 화가 난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그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우리 자신의 양심이나 윤리성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너 때문에 내가 화내는 거야!"라고 하는 것이지요.
진실은 이렇습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화나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화가 난 것뿐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화가 날 수는 있지만, 상대가 우리에게 화를 내게 해 주진 못합니다. 우리가 화가 났을 때 그 원인이 상대 때문이라고 믿을수록 반드시 상대가 무언가를 해 주어야만 우리의 화가 풀어진다고 믿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감정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가 되는 것입니다. 그 의미는 다시 말하면, 우리 삶의 열쇠를 상대에게 넘겨주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분노와 화는 상대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해 주어야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더욱 잘 보살필 필요가 있는 감정입니다.
리더란 자기희생적인 태도를 갖고 전체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의 의미를 채워 가는 스마트한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삶에 기여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삶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 기쁨과 성취를 아는 리더는 공감 능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감의 힘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잘 요청하지 않습니다. 요청하지 않으면서 알아주길 바라고, 원치 않는 것을 표현하거나 비난하면서 요청을 했다고 착각합니다. 우리는 자기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에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요청하지 않는 대신 알아서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 마땅히 상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될수록 우리는 감정이 상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와 폭력적으로 대화하며 관계를 맺게 됩니다.
조직 내의 침묵 현상은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부하 직원은 상사에게 피드백을 주기가 두려워서 꺼려하게 되고, 상사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기꺼이 들어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쪽의 이런 반응들이 맞물리면서 조직에서는 서로 열린 소통이 무너지고, 정서적인 방어의 벽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침묵 현상은 조직 내에 많은 고통을 야기합니다. 협업과 성장을 가로막고, 단절과 무기력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침묵 현상을 깨기 위해서 리더는 동료나 부하 직원의 거절을 잘 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절을 듣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괜찮을 수 있는 요청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요청과 지시를 구별하여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부하 직원들과 혼란스럽지 않고 명료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리더는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를 할 때 그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말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조직에서 리더가 팀원에게 지시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역할에 따른 동의', 즉 '위계적 동의'가 아니라 '정서적인 동의'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결국 지시는, 얼마나 정서적인 동의를 상대로부터 얻느냐에 따라 일의 결과도 달라집니다.
리더십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진정성'입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리더를 모두 사랑하고 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 한차례의 실수도 없이 일치해야만 성공적인 리더십은 아닙니다. 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리더는 결코 부하 직원의 실수도 인정해 주지 못합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고백하고 후회한다고 말할 수 있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입니다.
우리는 왜 누군가에게 화를 낼까요? 아마도 우리 자신은 잘못이 하나도 없고 상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화를 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화를 냄으로써 기대하는 결과나 행동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 자신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이 상대만 바뀌면 된다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비극적인 것은 상대도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조직에선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리더라면 팀원들이 무언가 굴복하는 행동은 할 수 있겠지만 마음속으로는 분노하고 우리가 리더로서 무너져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에 항상 화를 내시는 상사분이 있습니다. 지위도 너무 높으신 데다가, 본인의 주관이 매우 확고하신 분이라 다들 회의시간마다 극도로 긴장을 하곤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상사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가 잘 못 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화를 내는 상사. 물론 제가 그 상사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상사가 화를 내는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게 된 것만으로도, 상사를 대하는 저의 마음가짐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회사에서 조직장이 자신의 직원들을 징계 요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징계 요청 사유는 조직장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조직장님이 시키시면 무조건 해야지요. 별 수 있나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직장 입장에서는 이제는 업무를 지시한 대로 군말 없이 이행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정서적 동의'가 아닌, '위계적 동의'가 작동하는 환경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항상 화를 내시는 상사,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직원을 징계 요청한 조직장이 생각났습니다. 한 편으로는 저는 진정성 있게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하며, 직원들을 믿고 지지해 줄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바람직한 리더십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 준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