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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ul 24. 2022

화폐전쟁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읽고 나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자본사회를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자본주의' 책에서 언급된 '화폐전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주의' 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운영원칙인 '저축과 투자, 대출과 이자'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었다면, '화폐전쟁'을 통해서는 현재 전 세계를 운영하는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운영 배경에 대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본가는 인류의 발전보다는 자본가의 자산증식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니, 그 속에서 내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인 작가가 쓴 글이지만, 국경을 뛰어넘어 현재의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본의 속성을 알려준 '화폐전쟁'의 중요한 이야기들을 적어봅니다.


[화폐전쟁 _ 쑹홍밍 지음 _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


1) 채무화폐

 채무화폐 체제를 채택하는 한 미국은 국채나 회사채, 개인의 채무를 영원히 상환활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채무를 상환하는 그 순간 달러가 소실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채무 총액은 결코 줄어들 수 없다. 게다가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경제 성장에 따라 화폐 수요가 증가하면 채무는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그 속도 역시 갈수록 빨라질 것이다.


 미국 정부에게는 화폐 발행권이 없고 단지 채무 발행권만 있다. 그러므로 국채로 민영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연방준비은행 및 상업은행 시스템을 통해야만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그래서 달러의 근원이 국채라고 말하는 것이다.


2) 채무화폐 vs 비채무화폐

 화폐는 본질적으로 채무화폐와 비채무화폐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채무화폐는 현재 주요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법정불환지폐(fiat money) 체계이며, 주로 정부나 회사 또는 개인의 '화폐화'된 채무로 구성된다.


 미국 달러가 가장 전형적인 예다. 달러는 채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발행되고 채무 상환과 동시에 폐기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달러는 일종의 차용 증서이며 모든 차용증은 날마다 이자가 붙는다. 게다가 그 이자는 복리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천문학적 이자 수입은 과연 누구에게로 돌아갈까? 이자 수입은 다름 아닌 달러를 만들어내는 은행의 몫이다. 달러의 이자는 원래 화폐의 총량을 제외한 부분이며 현재의 화폐 유통량 외에 새로운 채무 달러의 발행이 뒤따른다. 바꿔 말해 사람들이 돈을 더 자주 빌릴수록 더 많은 돈을 빌리게 되는 것이다. 채무와 화폐는 연동되어 있으므로 채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악순환은 무거운 이자 부담으로 말미암아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에는 모든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계속된다. 채무의 화폐야말로 현대 경제에 도사린 심각한 잠재적 불안이다. "인시(寅時)에 묘시(卯時)의 식량을 먹는다."라는 중국 속담처럼 사람들은 미래의 돈을 빌려 현재의 수요를 충족한다.


 또 다른 화폐의 종류는 금은화폐로 대표되는 비채무화폐다. 이것은 채무가 따르지 않는 화폐로 인류가 이미 이룩한 노동의 성과를 반영한다. 비채무화폐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사회를 형성해오면서 자연적으로 진화해 온 화폐이며, 역대 어떤 정부의 강제성을 동원할 필요도 없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최종 지급 수단이다.


 금은화폐는 '실질적인 소유'를 나태내고 법정불환지폐는 '차용증+약속'을 의미한다. 이들 두 화폐 간에는 본질적인 가치의 차이가 있다.


3) 한국의 IMF 극복

 국제 금융재벌들은 한국의 강한 민족정신을 너무 얕잡아보았다. 민족정신이 강한 나라는 외세의 압력에 쉽게 굴하지 않는 법이다.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한국인들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너도나도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서 정부를 도왔다. 외환보유고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에서 금과 은은 최종 지급 수단으로, 외국의 채권자들은 이를 흔쾌히 채무 상환 방식으로 받아주었다. 국제 금융재벌들이 더 놀란 것은 한국에서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규모 기업과 은행의 도산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양의 기업들은 한국 대기업을 거의 하나도 사들이지 못했다. 한국 경제는 가장 어려웠던 1998년 여름의 악몽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면서 수출을 빠르게 회복했다. 월가의 속셈을 미리 알아차린 한국 정부는 IMF가 내세우는 독약을 의연히 거절하고 파산 신청 준비를 마친 대기업의 안건을 일괄 동결했다. 그리고 은행의 700억~1,500억 달러나 되는 부실채권을 정부가 과감하게 떠안았다. 정부가 이 부실채권들을 접수할 때 은행의 통제권은 다시 정부의 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로써 IMF는 은행의 구조조정 밖으로 배제되었다.


4) 세계환경보호은행

 1970년대만 해도 개발도상국들이 IMF와 국제 금융재벌들에게 돈을 빌릴 때는 거의 담보물이 없었으며 국가 신용이 유일한 담보였다. 그런데 채무위기가 발생한 후 국제 금융재벌들은 파산 처리를 하지도 않고 이 채무를 세계환경보호은행에 이관시켰다. 이 절차를 거치자 불량채권도 장부만 봐서는 알아볼 수 없는 우량자산으로 돌변했다. 세계환경보호은행이 토지를 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이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경우 담보로 제공된 대규모의 토지는 법적으로 세계환경보호은행에 속하게 된다. 결국 세계환경보호은행의 막후에 있는 국제 금융재벌들은 비옥한 토지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토지의 징발 규모로 볼 때 세계환경보호은행은 역사적으로 전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5) IMF의 네 가지 명약

 IMF와 결탁한 국제 금융재벌들은 벌써부터 그물을 치고 고기가 모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IMF는 가혹한 구제 조건을 내세우면서 얼떨결에 재수 없이 걸린 개발도상국들에 유명한 'IMF의 네 가지 명약'을 먹도록 몰아 댔다. '네 가지 명약'이란 국가 핵심 자산의 사유화, 자본시장의 자유화, 기본 생활 요소의 시장화, 자유무역의 국제화였다. 이 약을 먹은 대부분의 나라는 죽지 않으면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몇몇 저항력이 강한 나라도 큰 타격을 입고 국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6) 석유본위제

 키신저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긴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회원국 중 최초로 미국과 제휴를 맺고 오일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구입해 '오일달러의 귀환'을 거들었다. 이때부터 키신저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1975년 OPEC의 장관들은 달러로 석유를 계산하는 데 동의했다. 이로써 세계화폐는 '석유본위제' 시대로 진입했다.


7) 양털 깎기

 국제 금융재벌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경제불황의 조작이 있다. 그들은 먼저 신용대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거품을 조장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투기에 집중하게 한다. 그런 다음 통화량을 갑자기 줄여 경제 불황과 재산 가치의 폭락을 유도한다. 그리고 우량 자산의 가격이 정상가의 10분의 1, 심지어 100분의 1까지 폭락하기를 기다렸다 갑자기 나서서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사들이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국제 금융재벌들끼리 통하는 전문 용어로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라고 한다. 사유 중앙은행이 설립된 이후 양털 깎기는 규모 면에서 사상 최고에 달했다. 가장 최근의 양털 깎기 행위는 1997년에 아시아의 '네 마리 작은 용'을 상대로 일어났다.


8) 연방준비은행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정부의 기관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민간 신용대출 독점기관이다. 연방준비은행은 자신과 외국 사기꾼의 이익을 위해 미국 국민을 착취하고 있다. _ 맥퍼든(McFadden), 하원의원


 당신이나 나나 수표를 쓰기 위해서는 계좌에 수표 지금을 위한 충분한 금액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연방준비은행이 수표를 쓸 때는 계좌에 돈이 전혀 없다. 그들이 수표를 쓸 때는 화폐를 발행한다. _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9) 연방준비은행권 = 달러

 대부분은 당연히 미국 정부가 달러를 발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는 화폐 발행 권한이 아예 없다. 1963년에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로 미국 정부는 그나마 남아 있던 '은 달러'의 발행 권한마저 빼앗겨버렸다. 미국 정부는 달러가 필요할 경우 국민이 납부할 미래의 세수(국채)를 민영은행은 연방준비은행에 담보로 잡히고 '연방준비은행권'을 발행하게 한다. 이것이 곧 '달러'다.

 중요한 점은 이들 은행이 미국 정부 채권을 은행권 발행의 준비금으로 삼아 미국의 화폐 발행과 정부 채무를 연동시킴으로써 정부가 영구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없게 한 것이다.


10) 알래스카 토지구입

 남북전쟁이 끝난 후 미국 정부는 720만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함대의 출동 경비를 지급하는 데 우여곡절을 겪었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외국 정부의 전쟁 비용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러시아는 러시아 알래스카의 토지를 구입해 전쟁 비용을 지급한다고 협의했다. 이 일을 두고 사람들은 '슈어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이라고 불렀다. 슈어드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이름인데, 국민들은 720만 달러나 주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모지를 사들였다며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책장을 덮으며]

 화폐전쟁을 읽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연방준비은행'은 정부의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미국의 '화폐 발행권'은 민간 기관인 '연방준비은행'에 있고, 정부는 '채무 발행권'만 있다는 점은 무척 아이러니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고자 시도한 미국 대통령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생각을 한 대통령들은 지난 백 년 간 7명이나 암살을 당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 대통령조차 그 뒤에 숨어있는 경제 권력집단 앞에서는 함부로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달러는 또 하나의 자산이라는 관점이 많습니다. 다른 통화가 무너져도 전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견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세계 각국 간의 지불수단도 달러화가 사용됩니다. 하지만 달러는 금본위제를 폐기한 이후로는 화폐를 가장한 차용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달러와 같은 채무화폐가 아닌, 비채무화폐인 실물자산을 소유함으로써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위기를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읽기 쉽지 않은 책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경제와 화폐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매우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화폐전쟁 2권도 계속 읽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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