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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19. 2020

신입사원의 옥상 활용법

라떼는 말이야 - #11. 비흡연자가 항상 옥상에 다녀온 사연

나는 비흡연자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워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진지하게 담배를 피워야 하나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신입사원 때.


“요즘 애들은 담배를 안 피워.”

카리스마 과장님이 투덜거리며 1층 흡연실로 가셨다.

'담배 피워야 하나..?'

정말 진지하게 수차례 고민했다.


과장님이 사무실을 나서자

대리님이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인사야~ 가자~”


잽싸게 믹스커피 ‘라떼는 말이야’ 2개,

종이컵 2개를 챙겨 들고

대리님 뒤를 따라간다.


과장님은 1층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셨다.

대리님은 과장님을 피해,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셨다.

(과장님보다 빨리 자리에 돌아오기 위해, 아주 신속하게!)


대리님은 본인이 담배 피우는 것을

과장님께는 철저하게 비밀로 하셨다.

과장님과는 절대 같이 담배를 피우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옥상 재떨이 앞에 있는 나를 본 다른 부서 대리님들이

“인사, 너는 담배 안 피우잖아?”

라고 물어보시면,

“술 안 마시는 사람도 술집엔 가지 않습니까? 하하하”

라며 넉살 좋게 웃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대리님의 후배 사랑법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후임에게

바깥바람 쐬게 해주는

대리님만의 배려랄까?

(아닌가? 혼자 가기 심심해서였을까?)


대리님과 둘이서 잠시 기분 전환을 하고 오니

이미 자리에 돌아오신 과장님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어?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 ;; )


잠깐의 일탈을 뒤로하고,

현실로 복귀한다.

그렇게 대리님과 나는

옥상에서의 일탈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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