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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18. 2020

허한패_너의 퇴근을 허락하노라

라떼는 말이야 - #10. 야구가 끝나면 야근도 끝났다.

대리님은 부산 사람이었다.

아니, 부산 사나이였다.

뼈 속까지 부산 사나이.


인사팀의 야근은

정기인사철이 다가오는 가을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2008년, 2009년의 야근은 여름부터 시작되었다.

그 해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야구 중계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복귀하면,

대리님은 '부산갈매기' 응원가를 틀어놓고 야구를 보셨다.

당시 '부산갈매기'는 인사팀의 야근 주제가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결과는

나의 퇴근 시간까지 좌지우지했다.


롯데가 아주 통쾌하게 이겼다!

그럼 치맥 파티.

(응? 나도? 나 LG팬인데요?)


롯데가 졌다.

그럼 야근.

Full 야근.


적당하게 이겼다!

이게 제일 좋았다.

대리님 기분 좋으셔서,

"오늘은 이만하고 들어가자!"

(응? 대리님은 뭐 하셨는데요?)




조선시대 왕에 대한 책을 읽다가

연산군 시대의 '허한패(牌)'라는 것을 봤다.

말 그대로, '한가한 것을 허락하는 패'


이 허한패가 걸려야 대신들이 퇴근을 할 수 있었단다.

연산군이 사냥이라도 나간 날에는?

뭐, 롯데 자이언츠 야구 연장전까지 가는 날이랑 비슷한 거지 뭐.


난, 롯데 자이언츠와 상관없이 퇴근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PS.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편견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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