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인사 Jan 17. 2020

사무실 자리 배치가 왜 이래?

라떼는 말이야 - #9. 나는 네가 사무실에서 뭘 보는지 다 알고 있단다

신입사원 출근 첫날.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예상해 보지 못한 사무실 구조에 충격을 받았다.


사무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앉아있었다.

마치 중고등학교 교실처럼.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파티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각 부서별로 제일 창가 쪽 자리는 부장님 자리.

그 앞으로 과차장님들이 앉으셨다.

그 앞으로 대리님들.

마지막 제일 앞 줄에는 사원들이.

[신입사원 당시 사무실의 자리 배치도]

놀라운 풍경이었다.

부장님 자리에서는 모든 부서원들의 컴퓨터 모니터가 보였다.

단, 차장님과 선임과장님의 모니터는

컴퓨터 본체 위에 1년 내내 단 한 번도 펴보지 않는 책들을 쌓아올려

힘겹게 모니터를 가리고 있었다.


사원이었던 나는 제일 앞줄에 앉아 있었는데,

대리님이 부르시면 자연스럽게 의자만 180도 돌리면 되었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간혹 시키신 일을 어리바리하고 있으면

바로 대리님이 말씀하셨다.

"야! 뭐하냐? 그거 말고, 저거 클릭해 봐, 그래 그거~"

대리님은 내 모니터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나를 아바타처럼 컨트롤했다.


하루는 전화 심부름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대리님 불호령이 떨어졌다.

"야! 너 뭐해?!"

나는 다른 회사 과장님이랑 통화 중인데,,

(님이 시키셔서)


전화기 말하는 부분을 손으로 막고,

의자를 180도 돌려, 연신

"네네! 네네! 알겠습니다. 네네, 네네! 맞습니다."

한참을 혼나고 난 뒤,

전화를 다시 받으니

"뚜뚜뚜뚜" 소리만.


울상이 되어 다시 전화를 하니,

"인사씨 많이 바쁘나 보네.

근데 나도 바빠요. 전화하지 마세요. 뚜뚜뚜"

(Ah C... 나보고 어쩌라고요 ㅠㅠ)




어느덧 나도 승진을 해서

대리가 되었다.

둘째 줄로 자리도 옮겼다.


그리고는 그 회사에서 감히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도전을 했다.

모니터 보호필름을 설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냥 설치하면 엄청 혼날 것 같아서,

일단 모니터 필름 2개를 주문한 후,

내 뒤 3열에 앉으신 차장님께 말씀드렸다.


"최근 거래한 업체에서 고맙다고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모니터 필름 2개인데, 차장님 쓰시겠습니까?"

"아냐. 너 써."

(Oh~ Yes~! 난 분명히 쓰라고 허락받은 거다!)


작전 성공.

하나는 나 쓰고,

남은 하나는 날 많이 도와주던 1열에 앉아있던

사원에게 주었다.


눈물 나게 고마워하던

그 직원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얼마 전 아직까지도 그 회사를 다니는

존경스러운 동기를 만났다.

드디어 그 회사도 파티션이 생겼단다.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