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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01. 2020

군대 스타일 시무식

라떼는 말이야 - #8. 군대 스타일 시무식

부장님 왈.

“사장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전체 차렷”


내가 우렁차게 재창한다.

“전체~~~~~ 차렷!”


직원의 90%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 직원.

다들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제식 모드가 발동한다.


내가 인사총무팀으로 발령받은 이유는 단순하다.

제대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군기 바짝 든 군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 회사에는 분기조회가 있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1월 2일에 하는 시무식.


‘사장님 입장, 국민의례, 사장님 신년사, 공지사항 전달, 사가 제창’으로 이어진 시무식은 보통 15분이면 끝났다.


나는 그 시무식에서 2가지 중요한 임무를 담당했다.

사장님 신년사 작성,

시무식 지휘.

정말 군대처럼 지휘가 있었다.


부장님께서

“사장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전체 차렷.”

이라고 말씀하시면,

내가 군대 지휘식으로 지휘했다.

“전체~~~~~ 차렷!”


사장님께 대한 경례, 국기에 대한 경례도

내가 구령을 붙었다.

“사장님께 대하여~ 경롓!” (일동 고개 숙임)

“국기에 대하여~ 경롓!” (일동 가슴에 손)


동기들에 비해 학벌이 뛰어나지 않았던 내가

쟁쟁한 동기들을 제치고 인사총무팀의 선택을 받은 것은 이른바 각이 잘 나오는 ‘전역장교’였기 때문이었다.


분기조회 때 구령을 넣을 직원이 필요했던 것.


그렇게 7년을 분기조회에서 구령을 붙였다.


지금 회사는 종무식, 시무식이 없다.

입사 첫 해, 그 이유를 물어보니 매일매일 성장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한 해를 마감하거나 뒤돌아볼 이유도 없고,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며

카운트를 세고 있을 시간.

24시간 멈추지 않고 고객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했다.


준비해 간 도시락을 건네주며

지난 한 해 직원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작지만 아름다운 우리들만의 시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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