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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Jan 29. 2020

신입사원의 이별택시

라떼는 말이야 - #12.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라디오를 듣다가 귀에 쏙 꽂히는 가사를 접했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김연우의 ‘이별택시’란 곡이다.

이별의 아픔을 담아낸 곡인데,

엉뚱하게도 내 신입사원 시절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신입으로 입사한 회사는 건설회사였다.

입사 후 처음 7주 정도를 현장에서 근무했다.


입사 3일차,

현장 배치를 담당하시는

과장님께서 물어보셨다.

“인사, 차 있나?”


당시 150만원을 주고 산

녹색 엑*트 소형차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네!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과장님이 알듯 말듯한

옅은 미소를 지으셨다.


과장님은 본사에 보고 차 올라오신

김대리님께 전화를 하셨다.

“응~ 김대리가? 회의실로 잠깐 온나.”


내가 갈 현장이 결정된 것 같았다.

과장님께 “저는 어디로 갑니까?”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김대리님이 회의실로 오시는 5분 동안

처음 보는 선배 사원님들 몇 분이

회의실에 들어오셨고,


다들 과장님처럼 알듯 말듯한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씩 하셨다.

“파이팅.”




잠시 후, 건설회사보다는 왠지 금융회사가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 하얀 김대리님이 들어오셨고

나에게 한마디를 건네셨다.


“네가 인사구나. 가자.”

“네..?”


그렇게 나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들고,

김대리님을 따라나섰고,

김대리님 차에 탔다.


김대리님의 차는 순식간에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있었다.

새우잡이 배를 타도,

태평양에 가는지 인도양에 가는지는 알려주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에 차가 들어서는 순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김대리님께 여쭤보았다.


“김대리님, 그런데 저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운전하시던 김대리님이 놀란 토끼눈으로 쳐다보셨다.

“너, 어디 가는지 설명 못 들었어?”

“네...”


내 답변에 더 놀란 김대리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시흥시 현장으로 간다. 다행히도 서울은 가까워. 좋지?”

“네에에..”


그렇게 나는 시흥시에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지금이야 아파트도 많이 생겼고,

지하철도 생겼지만

당시 시흥시는 막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였다.


앞에도 공사판,

뒤에도 공사판이었다.


다들 머리엔 안전모,

다리엔 각반이라는 것을 차고 있는데,

나만 넥타이에 구두를 신고 있었다.

마치 '여기 신입 하나 추가요~'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현장 분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내일 아침 7시까지 현장으로 오라는 매우 간단한 안내를 받고,

차로 30분을 달려,

4호선 고잔역에 내려졌다.




여담이지만,

그 이후로도 많은 신입사원들이

"차 있나?"란 질문을 받았고,


이른바 차 있는 신입일수록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머나먼 곳으로 배치되었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나는 가까운 편이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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