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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Feb 01. 2020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사연

라떼는 말이야 - #13. 신입사원 초치 사건

회계팀 S대리님과

인사팀 K 대리님은 앙숙이었다.


입사도 회계팀 S대리님이 1년 빠르셨고,

나이도 회계팀 S대리님이 1살 많으셨다.


두 분이 친하게 지내시면 참 좋으련만,

두 분은 항상 힘겨루기를 하셨다.


매년 연말이면 전 부서가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했다.


회계팀에서 기획업무를 보는

S대리님은 전 부서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을 제출해 달라는 내부 공문을 보내셨다.


사업계획이 시작되면

회계팀 S대리님과

인사팀 K대리님간의

고래싸움이 시작되었다.


내가 속한 인사팀 K 대리님은

사업계획 내부공문이 발송되면 바로

내년도 인원 계획을 제출해 달라는

전사 내부공문을 발송하셨다.


“띠리리링”

전화가 울린다.

“감사합니다. 인사팀 책인사 사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군대 시절 전화받는 습관이 많이 남아 있었던 시절이다.)


회계팀 S 대리님 전화다.

“인사야. 잠깐 보자.”


영문도 모른 채 털리고 왔다.

논리는 하나였다.

“인사야. 인원 계획이 나와야 사업계획이 나오지! 안 그러냐?”

(그런데 그 말씀을 왜 저한테...?)


회계팀과 인사팀은 같은 층에서 마주 보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깨지고 나면,

K 대리님은 회계팀 내 동기 H사원을 호출했다.

“H. 잠깐 와봐.”


내 동기 H가 인사팀에 오면,

방금 전에 들은 것만 같은 레퍼토리가 시작되었다.

"H야. 사업계획이 나와야 그에 맞는 인원 계획이 나오지. 안 그러냐?"


두 대리님은

나와 내 동기를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와 같은 결론 없는 이야기로

매년 연말을 보내곤 했다.

대리님 고래 싸움에 사원 새우 등은 매년 터졌다.




나보다 먼저 회사를 떠난 회계팀 동기 H가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알려줬다.

"하나도 의미 없는 부질없는 기싸움일 뿐이었다."


우리 신입사원 동기들은

선배 대리들의 기싸움에

항상 초치(招致)*를 당하곤 했다.


의사결정이 필요할 경우엔

책임자들끼리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 초치 : 불러서 안으로 들임.

보통 외교관계가 악화될 때,

해당 나라의 대사를 외교부에서 불러 항의하는 기사에서

접할 수 있는 단어이다.


(사진출처) KBS kids 유치원 '박깨비의 속담놀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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