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 #14. What should I do?
"책대리. 마감은 다했어?"
2015년 2월 2일 월요일 아침 7시.
차장님께서 물어보셨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오늘.
현장에 배치된지는 이제 막 2주를 넘긴 상태.
인사업무는 나름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섰으나,
현장업무는 뭐가 뭔지 하나도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용어가 너무 생소했다.
사람들이 매일 "빽호~ 빽호~" 하는데
그놈의 '백호'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검색창에 '백호'를 검색해봐도
나오는 건 온통 White Tiger 뿐.
큰 맘을 먹고,
차장님께 여쭤봤다.
"차장님. 백호가 뭡니까..?"
차장님께서 피식 (B)웃더니
대답해 주셨다.
"책대리. 포크레인은 알지? 그게 백호야."
그 정도로 백지상태였지만,
하루에 18시간씩 일하며
정말 열심히 일을 배워 나갔다.
건설현장에 가장 중요하다는
월말 마감의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월요일 새벽 3시에 서울 집을 나서
5시 4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6시까지 현장에 도착해야 했던 사연은 다음 편에..)
(https://brunch.co.kr/@azafa/76) 참조
아침 7시.
차장님께서 출근하셨다.
"차장님! 주말 편히 쉬셨습니까?"
"응~ 그래. 책대리. 그런데 마감은 다했어?"
"네... 마감이요?"
"응. 그래. 마감."
(심지어 월요일 아침 7시 대화이다.)
정적이 흘렀다.
차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침 먹고 하자."
함바라고 불리는 현장 식당은
이 세상 극강의 고염식 식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빈 속을 채우며 오늘 하루도 음식만큼이나
짜디 짤 것임을 직감했다.
"책대리.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봤어야지~!" 란 질책에
머리속으로는 ‘네.. 차장님. 제가 뭘 모르는지를 모르겠습니다.'라고 생각하며,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많은 선배들이 그랬다.
다 직접 경험해 보면서 배우는 거라고.
부딪혀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봐야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사자는 새끼에게 사냥을 시킬 때,
절대로 바로 사냥에 보내지 않는다.
여러 차례 사냥을 참관시키고,
쓰러져 가망이 없는 사냥감을 대상으로
사냥 연습을 시키면서
자신감을 키워나간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중에서도
일부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동물만도 못한 방법으로 교육을 시킨다.
나 때도(=라떼도) 다 그렇게 배웠다는 이유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