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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Feb 02. 2020

아침 6시까지 보고를 하라고요?

라떼는 말이야 - #15. 월요일 새벽 3시에 집을 나섰던 이유.

월요일 새벽 2시 30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늦어도 새벽 3시에는 서울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

강원도에 위치한 현장에 6시 전에는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azafa/49) 참조.

그 이유는 바로 강우량 보고 때문.


건설현장은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

비가 오면 공사를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있던 현장은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는

터널공사 구간이 임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6시까지는

강우량 보고를 해야 했다.


강우량 보고가 그렇게 중요해진 것은

몇 년 전 사건 때문이다.


밤새 비가 많이 내린 어느 날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한 사장님께서

임원분께 여쭤보셨다.

"비 얼마나 왔나?"


그 이후로 모든 현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중이든 주말이든.

아침 6시까지 강우량 보고를 해야 했다.


'건설회사를 다니는 건지, 기상청을 다니는 건지.'

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외란 없었다.

일요일 주말 근무를 마치고

저녁 9시에 서울 집에 도착한 날도

월요일 새벽 2시 반이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강원도로 향해야 했다.


몇 년 전 사장님께서 물어보신,

"비 얼마나 왔나?"

질문을 대비하기 위해.


그 질문이 "비 얼마나 왔나?"가 아닌,

"비 많이 왔지? 잘 챙겨봐 주게."

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란 생각이 자주 들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라보는 일출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침 운동도 할 수 있고,

아이들의 등교, 등원도 챙겨줄 수 있는 지금이

나는 더욱더 좋다.


적어도 강우량 보고 보다는

아침 운동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내 인생에 있어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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