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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Oct 07. 2022

AI 상담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보험상담 전화를 받으시나요?

저도 종종 전화를 받습니다.


보통은 평일 낮에 전화가 오니,

한창 일하고 있을 때 전화가 오게 됩니다.


그럼 항상 동일한 레퍼토리로 대답을 하게 됩니다.

"아~ 네네, 죄송합니다. 지금 회의 중이라서요. 죄송합니다."

뭐가 그리도 죄송한지, 끊기 바쁩니다.


상담원 분들의 고충도 이해가 됩니다.

사람들이 일단 전화를 잘 안 받고,

받아도 기분 나쁘게 말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전화를 확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을 테니깐요.


반대로 제가 "죄송합니다. 지금 전화받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답하면,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전화를 받았을 뿐인데, 기분이 좋지 않은 경험이었지요.




어제도 일을 하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라도 꼭 받아야 하는 전화일 수 있기 때문에, 바쁜 와중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휴대전화 너머로 다소 어색한 인사말이 들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잠깐 정적이 흐르고, 제가 "안녕하세요?"라고 답하자 상대방이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저는 **보험 AI상담원 로빈이라고 합니다. 잠시 통화 괜찮으신가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인공지능(AI. Artigicial Intelligence) 컴퓨터가 저에게 말을 걸다니요?

바쁘긴 했지만, 처음 접한 AI상담원의 능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해 봤습니다.

"네, 괜찮아요."

놀랍게도 AI상담원은 제가 하는 말을 모두 인식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마디의 대화가 오고 간뒤, 전화통화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끊을 때에도 색다른 경험이 이어졌습니다.

평소 홍보성 전화는 시간당 통화 건 수가 측정되기 때문에,

상담원 분의 속사포 랩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빠른 말을 비집고 들어가서 "죄송합니다, 통화가 어려워서요."라고 말을 하던지,

상대방에게 미안하지만 도저히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미안합니다. 전화 끊을게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AI상담원은 바쁜 시간 통화를 해주어서 고맙다고 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 번호로 언제든지 다시 전화를 달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전화를 먼저 끊지 않고, 제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한 신문사의 기사에 따르면 2002년에는 텔레마케터가 유망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없어질 직업 1위로 지목됐습니다. 2002년의 누군가는 15년도 안 되어 사양산업이 될 일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을지도 모릅니다."
-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지음. 북스톤 출판사 -


제가 일하는 회사에도 고객센터가 있습니다.

상담원은 로봇,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어려운 직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접한 AI 상담원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습니다.

대화를 인식하는 능력도 뛰어났고, 무엇보다 한결같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대답을 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죄송할 일도 없었고요. 


어제 처음으로 받아본 AI 상담전화를 통해, 시대가 급변하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송길영 작가님의 '그냥 하지 말라'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농업적 근면성으로 열심히 일했던 이들의 꾸준함은 더 이상 덕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생각 없는 근면성은 조만간 주인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혹여나 여러분들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시키는 일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은 접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일자리는 곧 없어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지음. 북스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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