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do it. Think First.
Mind Miner 송길영 작가님의 '그냥 하지 말라'를 읽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Just do it'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일단 해보자는 것이지요. 고 정주영 회장님의 '임자, 해 봤어?'가 생각나는 말입니다.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냥 하라고!'라는 듯한 상사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할 때, "오늘 재택이세요? 사무실이세요?"라고 묻게 됩니다. 심지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도록 화상회의 배경화면도 가상의 화면으로 변경을 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가능으로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미래를 연구하는 작가님이 제시하는 새로운 세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적어봅니다.
일본의 한 보험회사가 2017년에 보험료 계산이 가능한 AI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34명을 해고했는데, 시스템에 투자한 비용이 그해에 절감된 인건비와 같았다고 합니다. ROI가 1년이에요. 1년만 있으면 투자비용이 회수되는데 누가 이걸 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금융권도 빠르게 RPA를 도입하는 중입니다. 단순한 형태 또는 반복되는 문서작업 같은 것부터 자동화되겠죠.
이렇게 되는 순간 인간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바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성실히, 꾸준히, 열심히 하는 자세를 높이 샀어요. 지금도 그런 면이 있죠. 그런데 로봇R대리는 잠을 안 잡니다. 밥도 안 먹고 3교대도 필요 없어요. 월급을 올려달라는 말도 안 하고, 결정적으로 R대리는 오류를 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동일한 업무를 꾸준히 하는 분야는 로봇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농업적 근면성으로 열심히 일했던 이들의 꾸준함은 더 이상 덕목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생각 없는 근면성은 조만간 주인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혹여나 여러분들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시키는 일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은 접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일자리는 곧 없어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저와 함께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분들 중에는 20~30대도 많습니다. 그중 세 분과 함께 연구하는 스터디에 한 분이 좀 늦었습니다. 제가 다른 분에게 여쭤봤죠. "그분은 좀 늦으시나 봐요." 그랬더니 "안 그래도 문자 보냈습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제가 "시간 됐으니 전화 한번 해보세요"라고 했더니 "문자 보냈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반응이 흥미로워서 굳이 한 번 더 "전화하면 안 돼요?"라고 물으니 이번에도 "문자 보냈다니까요"라며 철벽을 치더군요. 무려 3번이나.
그래서 물었습니다. 전화가 왜 그렇게 싫은지. 그랬더니 전화는 뭐랄까, 좀 무례한 수단 같다는 것입니다. 이미 문자로 충분히 소통했는데 전화로 즉각적인 대답을 재차 요구하는 행위가 마뜩지도 않고, 무엇보다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뛴다고 했습니다. 기성세대도 밤늦게나 이른 아침에 가족의 전화가 와서 가슴 철렁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겼나 하고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듯, 외국에도 운동할 때보다 전화벨이 울릴 때 심장이 더 격렬하게 요동친다는 밈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고 싶은 얘기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하면 소진됩니다. 한 신문사의 기사에 따르면 2002년에는 텔레마케터가 유망직업 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없어질 직업 1위로 지목됐습니다. 2002년의 누군가는 15년도 안 되어 사양산업이 될 일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을지도 모릅니다.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충실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을 먼저 하면 돼요.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까요. 그냥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사내 메신저는 몇 분 동안 컴퓨터에 입력을 하지 않으면 초록불이 노란불이나 빨간불로 바뀌는 기능이 있습니다. 색이 바뀌자마자 득달같이 부장님이 말을 붙이니 지치고 열받은 김 대리는 앱을 깝니다. 이름이 'Zarianbium(자리안비움)'입니다. 주기적으로 마우스를 흔들어주어서 상대편 메신저에 자리비움 상태로 표시되지 않도록 해주는 앱입니다. 실로 엄청난 창과 방패의 대결입니다.
이런 꼼수가 난무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차를 마시건 음악을 듣건, 성과를 내면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직원에게 근면함을 요구하며 과정을 관리하려고 하니 벌어지는 일입니다.
시스템이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같은 변화 앞에서도 사람마다 수용성이 다릅니다. 서로의 욕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환경 변화가 상수라면 우리의 욕망은 변수가 되기 때문에 같은 변화라도 그 결과는 각기 다른 양태로 나오는 것입니다. 변화에 맞는 새로운 규칙을 합의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코로나가 부른 변화를 많은 분들은 '비대면'이라고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선택적 대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똑같이 회사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도 부장님과 함께하는 수직적인 형태의 회식은 싫지만, 팀원들끼리 격의 없이 어울리는 수평적인 모임은 좋다는 속내가 나와버린 것입니다.
제가 봤을 때 정말 훌륭한 사람은,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이에요. 많은 산업 또는 학문의 전문가들이 그들 사이에 통용되는 나름의 언어를 만들고, 그들끼리는 쉽지만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리고 정말 나쁜 사람은 쉬운 얘기를 어렵게 합니다. 상대방의 무지 혹은 정보의 격차가 자신의 헤게모니를 키워주기 때문에 일부러 못 알아듣게 말하는 거예요.
한국은 워낙 개화기 이후 그리고 전후의 삶이 힘들었기 때문에 자체적인 과학기술과 이성적 사고를 발달시킬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 여건에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국가적 목표였던 터라, 과거 우리가 선택했던 전략은 주로 벤치마킹이었습니다. 즉 우수하고 안정적인 기법을 빠르게 수련한 다음 불철주야 노력해서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이 만들어내는 체제에 익숙했단 말이죠. 요즘 말로 한다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긴 부작용은, 새로운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걸 한다면 일단 주저함이 생깁니다. 그런 문화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수행할 때 자신감도 떨어집니다. 시도한다 해도 사회의 수용성도 낮고요.
1961년 존 F.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달에 도달하기를 원한다"고 천명했습니다. 이 한마디를 실현하기 위해 말 그대로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해 비판도 많았지만, 덕분에 미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슈퍼파워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이 목표를 세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문샷씽킹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불필요한 건 다 없애거나 새로운 것을 수용해서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상사가 아니라 동료가 되면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십니까? 상대가 일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데이터에서 상사와 관련해 '무능'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죠. 예전에는 상사가 일 안 한다고 뭐라 하지는 않았어요. 저분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은 상사와 직원 모두 능력을 따집니다. 상사가 관리자가 아니라 동료로 인식된다면, 이제는 상사도 일해야 하는 거죠. 물론 상사에게 능력을 요구하는 신입도 그래야 하고요.
이렇게 하여 모두 다 일하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정성 이슈가 나오고, 집단평가가 아니라 개인평가로 선회합니다. 이제 회사에서 가장 배척되는 사람은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제가 만난 젊은 벤처기업 CEO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그분은 최근 자신의 회사에 이미 네 곳의 회사로부터 입사해달라고 요청받은 젊은 직원이 오기로 했다며 무척 기뻐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 직원의 면접을 잘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보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훌륭한 직원이 회사와 경영진을 면접 보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면접에서 회사가 개인을 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인이 회사를 평가하고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회사에서 노사관계, 조직문화의 일을 합니다.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이 넘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회사가 해야 하는 일을 모인 곳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에는 '회사니깐, 상사의 이야기니깐'이라고 당연시되던 현상들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불공정해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본인도 분명 그 불공정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깐요. 지금은 다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시대입니다. '젊은것이 예의 없다. 나 때는 다 그랬다. 시키는 대로 해라.'라고 말했다가는 꼰대가 되어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입니다. 지금은 직원이 회사를 선택하는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그냥 하지 말라'라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