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에게 선물 받은 책, '규칙 없음(NO RULES RULES) _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을 읽었습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테이프에서 DVD, 이후 OTT 서비스로 이어지는 시대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인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OTT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넷플릭스의 성공비결은 '규칙 없음(NO RULES RULES)'입니다. 규칙과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변화의 물결에 그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적응하며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규칙이 없는 것이 어떻게 넷플릭스의 성공요인이 되었는지?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적어봅니다.
규정과 통제는 사무실의 기본 수칙이 되었다. 이를 잘 지키는 사람은 승진했지만, 창의력이 남다르고 독자적인 행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를 답답하다고 여겨 다른 직장을 구해 나갔다.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속이 쓰렸지만, 회사가 성장할 때는 으레 있는 일이겠거니 하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그러자 두 가지 현상이 눈에 보였다. 첫째, 신속한 혁신이 불가능해졌다. 능률은 꾸준히 올랐지만, 창의력은 떨어졌다.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가진 다른 회사를 매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탓에 사업은 더욱 복잡해졌고 규정과 절차도 많아졌다.
둘째, 시장은 C++에서 자바(Java)로 바뀐 상태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도 변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직원을 채용해 놓고 참신한 발상과 발 빠른 변화를 요구한 게 아니라, 절차를 따르게 한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는, 결국 1997년에 회사를 가장 강력한 경쟁사에 매각했다.
재능이 뛰어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혹은 공짜 스시 같은 게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능 있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든 직원이 뛰어나면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의욕을 불어넣어 성과는 수직으로 상승한다.
닐은 오지의 고립된 장소만 골라 다녔는데,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사업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놓곤 했다. 언젠가는 아내와 함께 얼음 톱을 들고 시에라네바다 산맥 북부로 가서 이글루를 짓고 1주일을 살다 온 적도 있다. 돌아온 그는 고객이 영화를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방법을 크게 개선한 새로운 수학적 알고리즘을 완성했다. 닐은 직원이 휴가를 가는 것이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몸소 입증해 보였다. 휴식은 사고의 폭을 넓혀주어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하던 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 준다. 시도 때도 없이 일에만 매달려 있으면 신선한 눈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매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우리는 매니저가 부하직원이나 누군가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해 뒤로 제쳐놓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한 사람이 실패 사례를 선샤이닝하면, 모두가 승자가 된다. 사람들은 그 사람이 자기의 실수를 솔직하게 말하면서 그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며 신뢰하게 되므로 그 사람 역시 승자가 된다. 그의 팀도 실패로 귀결된 프로젝트의 결과에서 분명 무언가를 배웠을 테니 역시 승자가 된다. 무엇보다 실패한 베팅은 혁신적 성공의 수레바퀴의 본래적 일부라는 사실을 모두가 똑똑히 볼 수 있기 때문에 회사도 승자가 된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실패를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
그리고 실수를 더 많이 선샤이닝하라!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넷플릭스는 모든 사람에게 키퍼 테스트를 적용하려고 한다. 우리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맡은 일을 다른 사람이 하면 회사가 더 잘될까? 이렇게 하는 이유는 누구를 내보낼 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하키팀을 생각해 보자. 어떤 선수를 팀에서 내보내는 것은 애석하지만, 팬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팀을 강하게 만들 배짱과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었다고 칭찬할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누군가를 내보낼 때도 우리는 그런 반응을 바란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나가도 우리는 여전히 친구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다.
당신이 10명으로 구성된 팀에 있다고 합시다. 출근한 첫날 가만히 보니, 모두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2명은 높은 점수를 받고, 7명은 보통 점수를 받고, 1명은 나쁜 평가를 받게 되어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회사와 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동료들과의 경쟁에 집중해야겠죠.
-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Microsoft's Lost Decade) _ 저널리스트 커트 에이첸왈드(Kurt Eichenwald) _ 배너티페어 기고문 중 -
기업들이 우리처럼 인재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내부 경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평범한 직원들을 몰아내고 내부 경쟁을 부추기는 절차와 규정을 강행한다. 최악의 사례가 소위 말하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 _ 구성원들의 성과를 수치화해 층을 쌓듯 서열화하는 인사평가 제도 _ 옮긴이)'이다.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고도 하고, 쉬운 말로 '랭크 앤 양크(Rank-and-Yank)'라고도 부른다.
에린이 앞서 인용한 <배너티페어> 기사는 스택 랭킹이 한 가지 버전을 설명한 것이다. GE와 골드만삭스도 스택 랭킹 시스템으로 인재 밀도를 높이려고 했다. 이 방법을 사용한 최초의 CEO는 아마도 잭 웰치(Jack Welch) 일 것이다. 그는 GE에서 매년 직원들의 순위를 매겨 하위 10%의 직원을 내보내는 식으로, 성과를 높게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에 <뉴욕타임즈>는 GE가 이 같은 평가 방식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2년에 그만두었듯이 말이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스택 랭킹은 협업을 가로막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망가뜨린다.
중요한 결정권이 실무자 개인에게 있는 느슨한 결합 체계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목표를 앞에 둔 상사와 부하직원의 의견이 확실하게 일치해야 한다. 느슨한 결합은 상사와 팀원이 맥락을 확실하게 공유할 때만 제 기능을 한다. 이처럼 맥락이 잘 조율된 상태에서는 각자가 조직 전반의 전략이나 임무를 뒷받침하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는 이런 만트라가 존재한다.
목표는 동일하게, 실행은 자율적으로.
멜리사가 이전 회사들에서 겪었던 피라미드식 결정 구조는 업종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어느 조직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사가 결정한 다음 피라미드 아래로 밀어내려 실행시키거나 아니면, 사소한 결정은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중요한 문제는 높은 사람에게 물어서 승인받는 식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넷플릭스에서는 상사가 아니라 정보에 밝은 주장이 의사결정권자다. 상사는 팀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맥락만 짚어준다. CEO부터 정보에 밝은 주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이런 리더십 체계를 따른다면, 조직은 피라미드가 아니라 나무를 닮은 구조로 가동될 것이다. CEO는 아래쪽 뿌리에 앉아 있고, 결정은 가장 꼭대기 나뭇가지에 있는 주장이 내리는 것이다.
나는 타지 생활 몇 주 만에 내가 주변 사람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가로 2m, 세로 3m인 방이 있다. 한 변이 50cm인 정사각형 타일로 바닥을 깔려면, 타일이 몇 개 필요할까? 답안지를 확인해 보니, 정답을 쓴 아이는 한 명도 없었고 대부분은 아예 답을 적지도 않았다.
다음 날 수업 시간, 나는 칠판에 그 문제를 다시 적고 누가 나와서 풀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다리를 배배 꼬며 창밖만 내다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아무도 없어? 이걸 풀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나는 믿기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맥이 풀려 책상에 걸터 않은 나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때 타보가 저 뒤쪽에서 손을 들었다. 키가 크고 매사에 진지한 아이였다. "그래, 타보. 어디 한번 설명해 봐." 나는 반가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타보는 답 대신 엉뚱한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런데 타일이 뭐예요?"
학생들은 대부분 전통 초가집에 살았다. 바닥은 진흙, 아니면 콘크리트였다. 아이들은 타일이 뭔지 몰랐다. 답이 나올 리 없었다.
이후로도 여러 가지 낯선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살아온 방식을 다른 문화에 곧바로 적용하려 들 때 어떤 무리가 따르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방식을 어떻게 적용해야 원하는 결과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회사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 관계는 대부분 상사와의 관계인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는 왜 가장 크게 느껴질까요? 저는 그 이유를 상사가 상사답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사에게 전문성이 있다면 상사를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상사와 상의를 하게 될 것입니다. 상사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를 하다가 주변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도 상사를 찾게 될 것입니다. 상사가 주변의 리소스와 업무 우선순위를 적절하게 배분하여 업무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도 상사를 찾게 될 것입니다. 상사가 깊이 있는 인사이트로 어떤 선택이 바람직한 선택인지?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와 같은 상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전문성은 없고, 과거의 경험에만 머무른 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안은 퇴짜를 놓는 사람, 상사가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에게만 업무를 몰아서 시키고, 상사와 친하거나 상사가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업무도 시키지 못하는 사람,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기에 앞서 질책과 책임회피만 하는 사람은 상사로 함께 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런 상사가 있는 조직에서는 인재가 떠나게 됩니다. 인재밀도가 낮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인재가 떠난 빈자리는 상사보다 못한 수준의 사람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상사는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조직의 인재밀도를 낮추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성숙한 성인입니다. 성숙한 성인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각자가 가진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객관식 시험에서는 출제자의 의도를 뛰어넘는 답안이 나올 수 없습니다. 주관식(서술형) 시험에서는 출제자도 생각하지 못한 훌륭한 답변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통제하기보다 자유와 책임(F&R)을 부여할 때, 더욱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넷플릭스는 정형화된 규칙이 없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