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것들
세이노(Sayno)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20년 11월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회사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특정 상대방과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협상은 진전이 없었고,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대방이 저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원래는 절대 협상에 응하고 싶지 않았는데, 책인사님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사인해 주는 거예요." 협상을 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상대방은 제 이메일로 세이노 작가님의 글 일부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세이노 작가님의 글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지만, 세이노 작가님의 글은 잠시 잊은 채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3년 신간 도서 목록에 '세이노의 가르침'이 보였고, 저는 바로 책을 구매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저에게 많은 힘을 전해 준, 세이노의 가르침 중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을 옮겨 적어 봅니다.
문제의 핵심을 살펴보자. 왜 스트레스가 생기는가? 어떤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인가?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스트레스는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문제가 풀리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왜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일까? 푸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왜 모르는가? 책도 안 읽고 공부도 안 하기 때문이다. 왜 공부를 스스로 안 하는가? 게으르기 때문이며 스스로의 판단과 생각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최고로 여기기 때문이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안 보고 공부는 학원이나 학교에 가야만 하는 걸로 믿는다. 그러면서도 놀 것은 다 찾아다니며 논다. 그런 주제에 자기는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주변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며 그러면서도 수입이 적다고 투덜투덜 댄다. (중략)
기억하라. 제초제를 뿌리는 이유는 뿌리를 죽이기 위함이다. 뿌리를 살려 두는 한 잡초는 다시 살아난다. 스트레스를 없애는 가장 정확한 방법 역시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뿌리째 뽑아 버리는 것이다. 장담하건대 그 모든 원인은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지 모르는 당신의 무지 그 자체이다. 즉, 외부적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외부 상황을 어떻게 해야 헤쳐 나가는지를 모르고 있는 당신의 두뇌 속 무지 때문에 생긴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무지함의 뿌리는 바로 게으름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한답시고 빈 맥주병을 쌓아 가지 말고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라. 절대 회피하지 말라. 책을 읽고 방법론을 찾아내라. 그게 바로 스트레스를 없애는 제초제이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그것은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은 전산학과 출신을 채용할 때 일류대 졸업생을 뽑지 않는다고 했다. 컴퓨터 하드웨어 프로그램을 판매하기도 했던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전 과목 모두 잘하는 사람은 정작 필요한 업무에서는 능력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히려 일류대가 아닌 이류대에 전산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일류대 출신을 선호하는 회사는 이미 일류대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대기업들이 더 많다.
나는 인간이 하는 일을 오직 네 부류로 나눈다.
A: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
B: 기록된 것을 상대로 하는 일
C: 무생물을 상대로 하는 일
D: 몸으로 하는 일
물론 무슨 일에서든지 D에서 언급된 몸은 필요하다. 그러나 당사자가 휴가를 가도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있고 반면에 몸에 무슨 탈이 생기거나 자리를 비우게 되면 수입이 없어져 버리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자리를 비우면 환자를 만나지 못하지만, 상인은 점원에게 가게를 맡기고 놀러 갈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육체적 현장성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의미에서 D항목을 이해하면 된다. 이것의 중요성이 크면 클수록 자유롭지 못하다.
이 세상 모든 직업에는 이 네 가지 일들이 복합되어 있으나 핵심적인 부분은 각기 다르다. 사업가, 의사, 경영자, 음식점 주인, 상인, 영업사원은 A에서 두각이 나타나야 하고, 변호사, 회계사, 교수, 경리는 B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건축사, 피아니스트는 C에서, 농부, 축구선수, 발레리나, 성악가는 D에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 즉 A부류의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성격이다. B부류에서 일을 잘하려면 학구열과 응용력이 있어야 한다. C에서 중요한 것은 창조성이며 D에서 중요한 것은 육체적 재능이다.
인테그리티란(시대와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자신이 옳다고 믿거나 생각하는 것을 말과 행동을 통해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것이다. 인테그리티를 완벽하게 실천하며 살아가리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꾸준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자, 이제 몇 시간을 일하고 얼마를 받는지는 잊어버려라. 일의 질적인 결과에만 관심을 두어라. 몇 년 후에 받게 될 대우에 걸맞은 일솜씨를 지금 먼저 보여 주어라. 부자가 아니라면 가진 것은 몸과 시간밖에 더 있겠는가. 그것들을 바쳐 일의 질을 높여라. 그렇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아니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지 못하면 직장 밖으로 나가도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해야 한다. 일을 못하면 직장 밖으로 나가도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직장 생활을 잘하여야 부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직장 생활 자체가 아니라 일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로 나와도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게 되므로 대가를 더 받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해외 출장을 갈 때 대부분 일등석을 탔다. 한일 노선에서는 일등석 손님들 중 야쿠자도 있을 정도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타기에 스포츠 신문을 찾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장거리 노선에서 일등석 승객들은 거의 모두 경제지를 찾는다(일등석 좌석에 있는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은 제외한다. 그들은 대부분 항공사에서 '알아서' 좌석을 업그레이드시켜 준 것이지 돈 내고 탄 사람들은 아니므로 진정한 일등석 손님들은 아니다.-권력이 좋기는 하다). 반면에 이코노미 클래스, 즉 삼등석 승객들은 스포츠 신문이나 연예 주간지를 먼저 찾는다. 서로의 관심의 우선순위가 다른 것이다. 일등석 승객들은 일차적 관심이 경제이며 그래서 돈을 더 번다. 삼등석 승객들은 일등석의 넓은 좌석을 부러워하면서도 일차적 관심은 경제가 아니라 재미난 기삿거리들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경제 게임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대부분은 스포츠 기사나 연예 기사 같은 재미난 이야깃거리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헬라어에서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는 두 개이다. 하나는 '크로노스'인데 흐르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대상으로서의 시간이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보내게 되는 시간 같은 것이 이 크로노스이다.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인데 의미 있는 시간, 가치 있는 시간, 보람 있는 시간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이 땅에서 '잘 산다'는 것은 부자로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바꾸어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없는 시간은 그저 세월의 주름살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시간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이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돈이 되는 시간'이 그것이다. 흔히 시간은 금이니 돈이니 말들 하지만 크로노스로서의 시간은 전혀 돈이 안 된다. 출퇴근 길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이리 볶이고 저리 볶이는 시간은 그저 지나가는 시간일 뿐이며 술에 취하여 인사불성이 되어 있는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카이로스로서의 시간이라고 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월드컵에서 한국을 응원하느라 근 한 달 동안을 축구에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으며 승리의 감격을 맛보고 패배의 아쉬움도 맛보았다면 그 시간은 카이로스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시간이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부자가 되려면 '돈이 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일을 하고 보수를 받았다면 그 노동시간은 '돈이 되는 시간'에 해당된다. '돈이 되는 시간'은 그 시간에 임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크로노스가 될 수도 있고 카이로스가 될 수도 있다. 똑같은 일을 하여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무심하게 무성의하게 기계적으로 한다면 그 시간은 크로노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을 개선하고자 하고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부으며 최선을 다한다면 그 시간은 카이로스가 될 것이다.
어느 광고에서 나오기도 하였지만 공공장소에서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반드시 뒤를 살펴보고 따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계속 붙잡고 있는가를 살펴라.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을 때 멀리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열림 단추를 누른 채 기다려 주는가도 관찰하여라. 당신 애인에게 그런 섬세함이 없다면 그 애인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아주 적다는 것을 알아라. 왜냐하면 부자가 되는 길은 재테크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타인이 가진 문제들을 섬세하게 대처할 줄 아는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준비할 자신이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였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1997년 영국의 한 남자가 열기구로 18일간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러고는 열기구 출발 장소에 세계 각국의 신문기자들을 초대하였고 위풍당당하게 하늘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륙한 지 하루도 안 되어 그는 다시 땅으로 돌아왔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그는 그것을 조금도 창피하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재시도한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며 버진그룹 회장이다. 그가 재시도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 보라(나의 도전정신은 그 사람의 것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한때 일본 자동차들은 고급차로서의 이미지가 없었다. 약 15년 전 토요타자동차의 회장은 젊은 엔지니어 10명을 뽑아 특명을 내린다. "앞으로 1년간 미국에 가서 놀아라." 회사에서 준비한 호텔은 보통의 일본인들은 꿈도 꾸지 못할 최고급이었고 음식이나 자동차도 최고급이었다. 그들이 1년을 호화판 생활을 하며 놀고 오자 회장이 말했다. "이제 백만장자가 어떻게 사는지 알았는가? 그 백만장자들이 타고 싶어 할 차를 만들어라." 이렇게 해서 등장한 렉서스는 미국의 고급차 시장에서 대히트를 친다.
부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라. 당신이 부자가 아니라면 부자들은 당신이 먹어 본 음식, 당신이 받아 온 서비스, 당신이 느끼는 기분, 그 이상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다. 당신에게 괜찮아 보이는 수준 정도라면 그들이 지갑을 열 까닭이 없다.
Sayno라는 필명이 참 좋습니다. Yes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당당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 (물론 세이노 작가님은 No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Fuck you Money(=Fuck You! 조까!라고 내뱉고 직장 때려치워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돈, 소위 '조까 자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이 참으로 좋습니다.
Sayno 작가님은 자수성가형 사업가입니다. 무일푼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돈을 아끼고자 우동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회사에서 잠을 자고, 차고를 빌려 생활을 하면서 지금의 천억 대 자산가가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가진 것 없이 태어납니다. 물론 태어난 집이 부유하여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은 백지상태로 태어나지만 그중에 누군가는 천억 대 자산가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무일푼으로 어렵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요? Sayno 작가님은 노력하고 공부하려는 자세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하면 길이 보이고, 공부를 한다면 더 좋은 환경으로 가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 탓, 경제 탓을 하면서 지낼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노력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생활한다면 Sayno 작가님이 이야기한 것과 같이 능동적으로 사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동안 'Yes, Man'으로만 살아서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면서 'Say, No'라고 말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